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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09.01 15:43:00
  • 최종수정2025.09.01 15:42:59

박연수

백두대간연구소 이사장

속리산에 가을이 다가옵니다. 아직 살갗을 찌르는 강렬한 햇살이 비추는 날은 지속되지만 밤바람은 가을이 다가오고 있음을 속삭입니다. 유리창을 너머 들어오는 바람을 따라 속리산 오리숲으로 향했습니다. 오리숲은 속리산 터미널에서 법주사까지 이어지는 숲길을 의미합니다. 왜 오리숲길 이냐구요. 오리가 꽥꽥? 오리나무 숲이? '아닙니다'. 터미널에서 법주사까지 거리가 2km여서 오리숲길이라 불렀답니다.

예전 오리숲길은 소나무와 서어나무, 까치박달과, 참나무가 빽곡히 들어선 숲길이었다고 합니다. 전국에서 가장 유명세를 탔던 오리숲길은 80년 보은의 대수해(大水害)와 시대의 변함에 따라 새롭게 정리되고 일부는 흔적마저 사라졌답니다. 그럼에도 용머리 폭포부터 정리된 오리숲길은 가을 속리에서의 여유를 찾기 충분하답니다. 상가를 벗어나 100년도 훌쩍 넘은 소나무 터널 숲에서 피톤치드 목욕을 하고 걷노라면 황토볼로 만들어진 어싱코스가 나옵니다.

어싱(Earthing) 맨발로 땅에 접촉하면서 지구와 자신을 연결하며 걷는 맨발 걷기운동입니다. 속리산의 황토는 철분과 미네랄이 풍부해 혈액순환, 면역력, 수면 질 개선에 효과가 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황토길을 지나면 조각공원이 나옵니다. 1997년 조성된 조각공원은 27명 작가의 27개 작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각각의 특성을 가진 작품 중 한 작품이 눈길을 끕니다. 정찬국 작가의 솔, 숲, 바람 작품입니다. 어머니의 자궁처럼 포근하고 넉넉한 속리산의 품속에서 소나무 향기가 그윽한 바람을 받으며 여유 있게 피리를 부은 아이의 모습이 각박한 속세를 떠내 대 자연에 동화되는 여유를 담고 있었습니다. 발길을 옮겨 성보박물관을 지나 계속 숲길을 걸어갑니다. 억겹년의 세월을 간직한 오리숲의 터주대감인 나무들이 따가운 햇살 대신 시원한 바람을 선사합니다, 일주문을 지납니다. 속이 빈 느티나무 곧게 뻗어 오른 소나무, 단풍나무 등 서로서로 의지하며 뽐을 내지만 소리없이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1500년 전 의신대사가 창건한 법주사에 다다릅니다.

이곳부터 세조길로 향합니다. 세조길은 복천암의 신미대사를 만나러 온 조선의 7대왕 세조가 걸었던 흔적을 따라 2017년 조성된 걷기 길입니다. 관광객과 사찰을 왕래하는 차량이 많아지면서 관광객의 안전과 여유를 위해 새로 조성한 길입니다. 사내저수지에 다다릅니다. 저수지가 품은 속리산의 절경은 또 다른 모습입니다. 금빛 물결 속에 품은 속리산에 흠뻑 빠져듭니다. 태평소를 지나 목욕소에 당도했습니다. 목욕소는 세조가 피부병을 고친 목욕장소로 유명합니다. 세심정을 지나 복천암에 도착했습니다. 한글창제의 주역으로 알려진 신미대사가 주지로 관장했던 사찰입니다. 이곳에는 세조 외에 태종, 세종 등 여러 임금께서 방문한 기록이 있었다고 합니다. 기록은 화재로 소실되었고, 그저 묵묵히 옛 상흔을 바람결에 흘려보내고 있었습니다. 천오백년의 역사를 걷고 다리쉼을 했습니다.

산사의 고요함이 속세의 찌든 때를 말끔히 씻어줍니다. 성군 세종대왕과 신미대사께서 말씀하십니다. "역사는 현재의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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