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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08.31 15:34:45
  • 최종수정2025.08.31 15:34:45

김병규

전 상당고 교장, 현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 수련기획실장

비익연리는 중국 당나라의 유명한 시인인 백거이(白居易)가 당나라 황제 현종과 그가 사랑했던 부인 양귀비와의 사랑을 노래한 장한가(長恨歌)의 마지막 부분에서 나오는 말이다. 755년 장안까지 밀고 들어온 '안사의 난'을 막지 못하여 당의 관군이 궤멸상태에 이르자 급기야 현종이 처첩과 궁중 식솔들을 데리고 사천으로 피난하던 중 황당하게도 친위대격인 궁중 호위 무사들의 반발에 봉착하게 된다. 양국충 때문에 우리가 이런 고생을 하게 되었다며 난의 화근인 동생 양귀비를 지목하고는 그녀의 자결을 요구한 것이다. 만약 자기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아무리 황제일지라도 신변 호위를 하지 않겠노라고 대 드니 참으로 황당한 노릇이다. 황망 중에 별다른 수도 없어 756년 결국 절세의 미녀 양귀비는 현종의 애끓는 눈물을 뒤로 하고 그 아름다운 몸을 나무에 걸고 목을 매어 자진하고 만다. 현종은 난이 진압되고 환궁한 뒤에 정치도 물리고 죽는 순간까지도 오로지 먼저 떠난 정인을 그리워 하다가 생을 마감하게 된다. 현종과 양귀비의 이 비극적이고 애틋한 사랑을 노래한 것이 바로 장한가이다. 50년 뒤인 806년에 지었으니 작가의 상상이 많이 들어갔으며 정치적인 판단도 첨가되긴 했으나 문장과 내용은 아름답고 애절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七月七日長生殿 칠월칠일장생전

夜半無人私語時 야반무인사어시

在天願作比翼鳥 재천원작비익조

在地願爲連理枝 재지원위연리지

天長地久有時盡 천장지구유시진

此恨綿綿無絶期 차한면면무절기

칠월 칠석 장생전에서

깊은 밤 사람들 모르게 한 약속

하늘에서 만난다면 비익조가 되자 원했고

땅에서 만난다면 연리지가 되기를 바랐지요.

하늘땅이 장구해도 끝이 있건만,

이 한은 면면히 이어져 다함이 없다네.

남녀 간 부부간의 사랑을 표현하는 단어로 비익연리는 단연 백미로 꼽히고 있다. 중국 전설상에는 왼쪽 눈 하나와 왼쪽 날개만 가진 새와 오른쪽 눈 하나와 오른 쪽 날개를 가진 새가 만나 합해져야 비로소 볼 수 있고 날 수 있다는 새가 비익조이다. 땅에서는 어떤가. 두 그루의 나무가 공간을 격해 있다가 서로를 연모하고 가지를 뻗쳐나가 두 그루의 나무 가지가 하나로 연결된 것이 바로 연리지이다. 비익조와 연리지를 합한 말이 '비익연리'이며 몇 년 전 우리나라에서 TV드라마 '추노'의 OST도 비익연리이다. 모두 남녀 간 부부간의 지극한 사랑을 묘사한 단어로 그 출처는 바로 장한가이다.

삼대가 복을 쌓아야 주말부부를 한다는데 우리 부부는 무려 세 번째 주말 부부를 경험하고 있다. 그럼 9대가 복을 쌓은 덕인가· 20대에는 군대도 안가고 장가 먼저 든 남편 덕에 첫 번째 주말 부부가 되었고, 50대에는 300리 단양으로 발령이 난 때문에 2년 동안 주말 부부를 했으며 이제 70이 되어서는 더 멀리 떨어진 430리 안동 도산에서 상근하매 세 번째 주말 부부를 치르고 있다.

그래도 모처럼 주말에 집에 가면 內眷이 이목이 번다한 것을 전혀 개의치 않고 팔 벌려 안아주니 칠순을 넘어서도 늦사랑이 다시 진행 중이라 하겠다. 이제껏 내권 덕에 살아왔음을 부인하지 못하는 정신연령 7 살배기(내권의 말) 철없는 남편일진대 이제는 비익조도 아니고 온전히 양쪽을 책임지는 내권 때문에 차라리 완익조(完翼鳥)라는 표현이 옳겠지만 어쩌겠는가.

검은 머리 새하얗게 변해도 좋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파 정기적으로 병원 진료를 해도 좋다. 개똥밭을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데 그저 내 곁에 있어만 주면 좋다. 이제는 하루하루가 소중하게 내권의 존재를 느끼고 있으니 다만 살아 있음이 비익연리보다 훨씬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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