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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08.27 15:15:41
  • 최종수정2025.08.27 15:15:41

이정균

시사평론가

한국 정치사에서 볼 수 없었던 장면들이 종종 등장하는 기이한 정국이다. 집권여당 민주당의 정청래 대표가 선출된 후 제1야당인 국민의힘을 방문하는 의례적 행보마저 거부하며 "악수는 사람과 하는 것"이란 발언과 행동을 유지 중이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모든 힘을 바쳐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리겠다"며 정권 퇴진 투쟁을 예고했다.

***유연한 정치력 제한

치열하게 싸우는 여야 관계라 하더라도 집권여당의 대표로 선출되면 제1야당을 비롯한 제정당을 찾아가 국정 협조를 당부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왔다. 국정운영에 사사건건 반대하는 야당이 심정적으로는 밉지만 국정을 책임진 여당 대표로서 야당과 대화하는 흉내라도 내야 했다. 비록 주고받는 덕담 속에 뼈있는 공세를 담을지라도 대화의 끈만은 단절하지 않으려 노력해 온 게 정치적 관례였다. 집권여당 정청래 대표는 제1야당 국민의힘을 내란정당으로 격하시키며 대화 상대가 아니라고 문을 닫아 버렸다.

국민의힘 당대표에 당선되자마자 장동혁 대표가 이재명 정권 퇴진 투쟁을 선언한 것 역시 기존의 정치와는 거리가 있다. 국민의힘이나 그 전신 정당들이 야당일 때 '정권 퇴진'을 쉽게 입에 올리지 않았기에 더욱 그렇다. 집권여당이 올바르게 국정을 운영하게 하려면 제대로 된 야당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사명감으로 견제와 협조의 조화를 추구하는 척은 했다. 신임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재명 정권을 곧 끌어내려야 할 타도 대상으로 규정하며 극한 대결을 선포했다.

정청래 대표와 장동혁 대표 중 어느 쪽의 정치생명이 길게 갈지는 알 수 없으나 둘 다 강성 당원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당대표 자리에 올랐기에 유연한 정치력을 발휘하는데 제한적이라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강성 당원들에게 포획된 정치인은 웬만한 난관쯤이야 거뜬히 버틸 수 있지만, 강성 감별 기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순간 배신자로 전락할 위험이 상존한다.

우리나라 정치 여건에서 강성 당원들의 가장 큰 특징은 상대당의 존재 부정이다. 상대당은 대화 상대는커녕 없애야 할 나쁜 집단이다. 피아의 구분만 필요할 뿐 옳고 그름은 전혀 중요치 않다. 당에 대한 헌신성과 전투력으로 뭉친 강성 당원들은 소수이더라도 높은 출력의 스피커로 영향력을 극대화하는데 하물며 다수를 차지한 상황에서는 그들을 제어할 대체재가 없다.

정청래 대표와 장동혁 대표는 강성 당원이라는 이름의 호랑이 등에 올라탔다. 대표들 마음대로 방향을 바꿀 수도, 뛰어 내릴 수도 없다. 여야 당대표들이 보여준 첫 언행이 서로를 향한 증오라는 점에 이같은 현실 정치의 실상이 들어있다. 변화무쌍한 정치지형에 부응하는 대응력이 떨어지면서 앞으로 끝없이 반복될 여야의 강 대 강 싸움에 국민들의 피로감과 정치 불신이 충분히 예상된다.

내년 지방선거에 정당들의 사활이 걸려있어 지지세 확보를 위한 선명성 경쟁이 정당 간 무한 대결과 충돌을 불러 올 것이다. 이 과정에서 특히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 문제로 내홍이 터져 지방선거 이전에 분열사태를 맞을 가능성도 있다. 당대표 경선이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반대 세력의 승리였고, 탄핵 찬성 세력이 승복할 것으로 보이지 않아서다.

***독주와 몽니의 대결

제1야당과 상종하지 않으려는 집권여당은 독주하겠다는 의미이며,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리겠다는 제1야당은 몽니부리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정치는 계획대로만 굴러가지 않는다. 국민을 최상위 목표로 삼지 않는 정치는 예외 없이 끝이 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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