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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두

시인·괴산문인협회장

평소 잘 연락이 없는 친척이나 지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으면 우선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필시 무슨 좋지 않은 소식일 거라는 직감이 들어서다. 그래도 애써 아무렇지도 않게 안부 인사를 하면 바로 누가 돌아가셨다는 부음을 듣곤 한다.

어제 사촌 형수로부터 그런 전화를 받았다. 아니나 다를까 중풍으로 쓰러져 근 7개월 요양병원에서 어렵게 투병했었는데 "인제 그만 가셨어요."라고 삭정이 부서지듯 말했다. "아이구 그러셨군요, 이를 어쩌죠.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라고 놀람과 위로, 걱정하는 말밖에 무슨 다른 말이 안 나온다.

어차피 한번 가는 생이지만 이런 부음을 들으면 여러 가지 착잡한 생각에 바윗돌같이 무거워지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그러면서 아직 충격이 쉽게 가시지 않는 죽음이 떠오르기도 한다. 작년 이맘때인가 가수 현철씨 부음을 들었을 때 너무 놀랍고 안타까웠다. 나는 구수하면서 맛깔스럽게 잘도 꺾는 그의 노래를 좋아해서 '봉선화 연정'은 지금도 운전대만 잡으면 나오는 나의 애창곡이다. 노래도 좋아하지만,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나는 더 좋아했다. 이웃집 형님 같고 왠지 친근하고 정이 갔다. 한 번도 본 적이 없이 개인적 친분도 없지만 유명인 중에 마음으로 좋아한 사람이 갑자기 다시 볼 수 없다는 것은 하나의 큰 사건이요 커다란 슬픔이다. 지금도 어쩌다 생전의 모습으로 노래하는 걸 보면 "아, 현철씨가 갔지"하고 이내 마음이 애잔해진다.

나도 언젠가는 남의 가슴을 덜컥 내리게 하는 부음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그런데 좀 궁금하기도 하다. 내가 죽어 내 사랑하는 자식들이 내 영전에서 얼마나 울 것인가. 또 아내보다 내가 먼저 가면 아내가 얼마나 통곡할까. 나의 지인들은 얼마큼이나 안타까워할까. 그런 별 쓸데없는 상상을 하지만 아마 나도 가까운 지인들의 부음을 자주 듣는 나이가 되어가니까 그런 생각도 드는 것이리라.

엊그제 오랜만에 동네 갑장을 만났다. 십 년 전 내가 텃세가 심한 이 집성촌 동네에 최초의 외지인으로 들어왔을 때 내 집 정화조 물 배수 건으로 거의 텃세로 나오는 그와 심하게 다툰 적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그는 항상 동네가 떠나갈 정도로 큰 목소리로 상대의 기를 죽이곤 했는데 지금은 어느새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어 있었다. 암 후유증으로 바싹 마른 데다 호흡곤란 증세까지 와서 코에 산소 공급 호스를 끼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사람이 저렇게 쉽게 망가지는구나 싶어 인간적인 서글픔마저 들었다. 그런 그가 나와 동갑이니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시들어갈 것이다. 쉬지 않고 흘러가는 세월의 강처럼 이 육신도 쪼그라들며 흘러만 가는데 그 육신을 끌고 가는 정신은 아직도 한없이 살 것 같은 착각 속에 있는 것 같아 때로 쓴웃음을 짓는다.

사촌 형 장례식장에 가 영전에 분향하고 절 올리고 상주와 맞절하고 문상 온 지인들과 인사 나누고 장례 음식을 먹었다. 이제 이런 조문 절차가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문득 아버지 입관 때 통곡하는 젊은 어머니와 슬피 우는 어린 자식들을 향해 "죽은 사람은 어쩔 수 없으니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라고 한 친척 어르신의 말씀이 생각난다.

그렇지.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 사는 날까지 잘 살아야 한다. 부음은 언제고 또 들려오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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