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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08.20 14:19:16
  • 최종수정2025.08.20 14:19:16

한기연

음성문인협회장

잠결에 더듬거리며 만져보는 스마트폰을 아침에도 눈을 뜨자마자 켠다. 밤새 쌓인 메시지를 확인하고, 뉴스 헤드라인을 훑고, 오늘의 날씨와 운세를 본다. 출근길에도, 식사 중에도, 잠들기 전까지 손에서 떨어지지 않는 디지털 기기가 삶을 지배하며 중독되었다.

한국인의 특성으로 꼽는 '빨리 빨리'는 경제성장을 이끈 동력이기도 하지만 삶의 여유가 없어졌다. 디지털화 시대가 되면서 세상은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빠른 답변, 빠른 배송, 빠른 처리. 느림은 곧 게으름이 되었고, 여유는 무책임으로 비쳤다. 속도는 효율을 낳았고, 효율은 경쟁을 부추겼다. 그렇게 우리는 쉼 없이 달려왔다. 하지만 문득, 이런 질문이 스친다. 이렇게까지 빠르게 살아야만 할까·

스스로에게 질문하며 답을 찾던 중에 일요일 인기프로그램에서 모 배우의 일상을 보게 되었다. 모든 일정을 알람으로 맞추며 계획적으로 사는 모습과 다르게 금욕상자에 스마트폰을 넣어 두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혼자 가는 캠핑에서는 2박 3일 동안 금욕 상자에 스마트폰을 넣고 잠금 설정을 했다. 2G폰으로 급한 연락만 받겠다며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했다. 잠시나마 스마트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금욕 상자라는 제품을 처음 알게 됐다. 깔끔하고 계획적인 배우의 일상이 답답해보였는데 스마트폰을 잠그는 행동에서 호감도가 상승했다.

주변을 돌아보니 아날로그적 삶의 형태를 고집하는 사람들도 찾아 볼 수 있었다.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손 편지를 보내고, 다이어리에 하루를 기록한다. 디지털의 편리함을 포기할 수는 없지만,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하며 적어도 잠깐이라도 느리게 살아보려는 사람들도 보인다. 마치 속도를 잠시 내려놓고 숨을 고르는 느낌이다.

며칠 전, 오래된 다이어리를 꺼내 읽다 손 글씨로 써 내려간 일기를 보았다. 삐뚤빼뚤한 글씨에 그날의 감정이 오롯이 묻어 있었다. 그날의 나는 지금보다 분명 더 느렸고, 더 섬세했으며, 더 나를 들여다볼 줄 알았다. 손끝으로 느끼던 그 따뜻한 감각이 갑자기 그리워졌다. 적막한 밤의 고요함속에서 남편에게 쓰던 사랑의 언어도 새롭게 떠오른다.

빠른 삶 속에서 우리는 자주 잊는다.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것을. 아무리 빨리 달려도 엉뚱한 방향이라면 의미가 없듯, 가끔은 걸음을 멈추고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을 돌아봐야 한다.

슬로우 라이프는 단지 느리게 산다는 말이 아니다. 나의 호흡을, 내 주변의 소리와 풍경을, 소중한 사람의 표정을 제대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그렇게 삶의 밀도를 높이고, 작은 순간에도 감동할 수 있는 여유를 갖는 것이다.

오늘은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고, 마음을 적어보는 글 한 줄 써보면 어떨까? 빠르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건 나답게 살아가는 용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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