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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08.12 17:31:34
  • 최종수정2025.08.12 17:31:33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수필가

옥천군 청성면은 보은과 옥천군 청산의 사이에 위치하여 보은에서 청산을 가려면 청성면을 가로질러 가게 된다. 하지만 도로가 청성면 소재지를 거치지 않기에 청성을 지나간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 지나치게 되므로, 중간에 청성(면소재지)으로 가는 갈림길로 일부러 들어가야 하기에 청성을 목적지로 가지 않는다면 청성이라는 곳을 가기가 쉽지 않다.

청성에는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지니는 굴산성(屈山城)과 저점산성(猪岾山城)이 있어 이들을 이성산성(二城山城)이라 불리어 온 유서 깊은 곳이다. 굴산성은 486년 신라 소지왕(炤知王) 때 이찬과 실죽 장군이 일선군 지방의 장정 3천 명을 동원하여 개축하여 백제를 방비한 사실이 삼국사기(三國史記)에 기록되어 있고 현재도 그 모습이 남아 있다. 이렇게 일찍부터 군사적 요충지였는데 오늘날 자동차와 기차가 운송 수단이 되고 도로 교통망이 이곳을 비껴가면서 접근성이 떨어지고 발전이 늦어지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하겠다.

청성(靑城)은 조선시대에는 청산현(靑山縣)의 역사적 유산을 이어받은 청산군의 서쪽에 위치한다고 하여 청산군 서면(西面)이라 했는데 고종 32년(1895년)에 옥천군으로 편제되면서 청서면(靑西面)이 되었다가 1914년 일제의 행정구역 통폐합에 의하여 청서면(靑西面)과 청남면(靑南面)을 병합하여 청산(靑山)과 산성(山城)의 이름을 따서 청성면(靑城面)이라는 지명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옥천군의 행정지명들이 행정기관을 중심으로 하여 그 위치에 따른 동서남북 방향으로 이름을 만드는 방위식 지명이 많은데 역사적 의미를 지닌 산성을 지명 요소에 포함시킨 것은 그만큼 이 지역에서 산성의 역사적, 지형적 의미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보은의 속리산과 구병산에서 옥천의 장령산 서대산으로 이어지는 산세 속에서 해발 300여m의 산줄기 아래 벌판에 우뚝 솟은 산(이성산성이 위치한 산)이 있고 그 앞을 보은과 청산을 가로질러 흘러온 보청천이 흐르고 있어 천혜의 요새이며 군사적 요충지인 것이다.

청성면의 소재지인 산계리라는 지명도 1914년 일제의 행정구역 폐합에 의하여 청산군 서면 산성리(山城里)와 계하리(桂下里)를 병합하여 산계리(山桂里)라 하여 옥천군 청서면에 편입되었다가 1929년에 청성면에 편입되는 등 오랜 세월 동안 산성(山城)이라는 지명이 유지되어 왔던 것이다.

하지만 군사적 목적의 중요한 산성(山城)이 있어 일찍부터 지명으로 정착된 것은 오히려 이 지역에 산성이 생기기 전의 자연 지명을 잃는 결과를 낳고 말았던 것이다. 그래도 굴산성과 저점산성이라는 두 개의 성의 이름 속에는 옛 자연 지명의 흔적이 오롯이 남아 있다.

우선 굴산성(屈山城)이라는 이름에 쓰인 '굴(屈)'은 '굽다(구부러지다)'의 의미를 지닌 글자이므로 이 산으로 올라가는 고개가 굽은(구부러진) 형태의 고개일 것으로 추정이 된다. 고개란 산줄기의 지형에 따라 굽은 형태가 많으므로 '구분재'라는 지명이 만들어진 예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청주시 상당구에 있는 '고은리'는 '고분리'에서 변이된 말이며 '고분리'를 옛 고분(古墳)이 있었다고 해석하는 이들도 있지만 사실은 '고분재(구분재, 굽은재)'에서 온 말임을 이곳 지형에서 확인할 수가 있다. 전국의 지명에서도 구분재라는 지명은 '고은, 고운'으로 변이되어 지리산의 고운동계곡, 고운재를 비롯하여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 고은리, 강원특별자치도 춘천시 동내면 고은리, 경상북도 경산시 용성면 고은리 등에 나타난다.

청성의 저점산성(猪岾山城)에서 '저(猪)'는 '돼지'라는 의미로 옛말은 '돝'이다. 그리고 '점(岾)'은 '땅이름'이라는 의미이므로 저점산성이 있는 곳의 옛 지명을 '돝고개'로 재구해 볼 수가 있다. 그런데 지명에서 '돌'이란 순우리말 지명 요소는 주로 '독'이라는 음을 가진 한자로 표기되므로 이곳의 자연지명도 '돌'을 '돝'의 의미를 지닌 이두식 한자로 표기한 것이라고 본다면 '도는 고개, 돌아가는 고개'의 의미로서 결국 굴산성과 저점삼성이 모두 구분재의 지형을 가리키는 것이 되므로 이 지역의 옛 지명은 '돌고개'였을 것으로 추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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