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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

해마다 여름철이면 혹서기가 찾아와 삶이 참으로 힘겹다. 더구나 요즘처럼 폭염이 지속될 땐 선풍기 한 대도 마련하지 못한 채 쪽방 촌에서 찜통더위에 시달릴 하층민 생각에 마음이 아프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시청했던 쪽방 촌 주민들의 삶을 본 후, 더욱 그들의 열악한 주거 환경에 연민이 일었다. 이젠 우리나라도 지난날 사계절이 뚜렷했던 산 좋고 물 맑아 살기 좋은 나라가 더 이상은 아니다. 봄은 갈수록 시기가 짧아지고 여름이 길어지는 추세다. 해마다 찾아오는 폭염과 극한 호우는 우리나라 뿐 만이 아니다. 가까운 일본 열도도 최근 연일 35도가 넘는 폭염과 폭우가 쏟아졌다고 한다. 이런 기후 이상은 유럽도 마찬가지란다. 이렇듯 전 세계적으로 기후 변화가 일어난 원인은 순전히 인간들의 이기심 탓이다. 이는 눈앞의 편리하고 쾌적한 삶만 추구해왔기 때문이다. 수십 년 간 곳곳에서 일어난 난개발을 비롯, 하다못해 마트에 콩나물 한 봉지를 사러가도 자동차를 몰고 가고, 일회용품도 남발해 사용했다. 또한 곳곳에 세워진 공장에서 내뿜는 매연을 비롯 오수 등이 산천을 오염 시켰다. 덕분에 문명은 눈부시게 발전했을지 모르나 자연은 회복 할 수 없으리만치 훼손 됐다.

이런 형국에 도시를 찾을 때마다 염려스러운 게 있다. 온통 도시를 잠식 하다시피 한 회색빛 건물들 때문이다.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솟은 고층 아파트와 건물들이 이곳저곳에 자리하여 그야말로 빌딩 숲을 이룬 곳이 도심지 아니던가. 수십 년 후 저 건축물들이 노후 돼 철거 시 그 엄청난 량의 잔해 물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지레 두렵다.

이 때 언젠가 우연히 읽은 어느 신문 기사 내용이 문득 생각났다. 일본 어느 건축가가 5회 광주 '폴리 순환 폴리Re: Folly'에 출품한 '옻칠 집'이 그것이다. 광주 '폴리순환 폴리Re: Folly'라는 이 프로젝트에 많은 건축가들이 실험적인 건축물에 도전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광주 도심지에 설치하였다. 그 중 옻칠 집의 주재료인 '건칠 기술'은 본래 중국에서 시작해 한반도를 거쳐 일본에 전해졌단다. 이 건칠 기술의 가능성을 실험한 것이 그 프로젝트였다.

건칠 기술은 옷감 위에 옻나무 수액을 겹겹이 입히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한낱 천에 '옻'이라는 자연을 입혔으나 그 질감은 매우 단단한가 보다. 마치 합성수지와 접착제를 사용하는 플라스틱의 천연 버전으로 생각할 정도란다. 이렇게 옻칠을 한 건축물은 유지 관리를 잘 하면 오랫동안 보존이 가능한가 보다. 또한 천연재료로 만들어서 훗날 철거 시에도 환경에 부담이 적을 듯하다.

이는 '기후 변화 시대 건축의 미래'라는 주제에 걸맞는 건축 기술이 아니고 무엇이랴. 자연 친화적인 자재로 지은 집에서 생활한다면 환경도 보호하고, 건강에도 유익할듯하여 건칠 기술로 지어진 주택이 하루빨리 상용화 되었음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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