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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숙

시인·한국어 강사

무더위 속에 맞이한 여유로운 시간이 재빠르게 지나갔다. 설렘과 적당한 기대감으로 보낸 기다림의 시간에 비해 막상 마주한 일들은 아쉬움을 남기며 과거로 넘어갔다.

처음에는 날씨가 덥다는 것을 핑계 삼아 책을 읽으려는 계획을 먼저 세웠다. 한국에서는 대체로 한여름에 휴가를 맞이하는 경우가 많아 안부를 묻듯, 휴가가 언제쯤인지, 휴가에는 무엇을 할 것인지 자연스럽게 대화의 주제가 되곤 한다. 같이 근무하는 몇몇 동료들은 해외여행을 준비하고 또 몇몇은 캠핑을 가거나 계곡이나 바다에 갈 계획이라며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야무진 나의 계획이 깨진 것은 제자로부터 걸려 온 전화를 받은 순간이었다. 오래전 한국어 수업에서 만난 제자는 러시아에서 왔다. 그는 힘들다는 말보다는 늘 괜찮다는 긍정적인 말을 하며 적극적이며 추진력이 있는 편이었다. 그리하여 영주권을 취득하게 되었고 벌써 몇 년이 지났다. 지난겨울에는 진취적인 그가 개인 사업을 해보겠다고 식당을 차렸다가 실패를 경험하게 되었다. 열심히 뛰어다니며 준비하는 모습에 응원과 격려를 했었는데…. 그런 아픔을 겪은 그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정리를 하고 회사에 취업을 한 것이다. 안쓰러웠지만 변변히 제대로 된 위로를 할 기회가 없었다. 전화 통화만 몇 번 했을 뿐.

그런데 이번 휴가를 맞춰 보고 싶다며 전화를 한 것이다. 나는 너무도 반가운 나머지 나의 계획을 미루고 제자를 만났다. 그는 그동안 보낸 아프고 힘들었던 시간을 애써 웃으며 이야기했다. 우리는 점심을 먹고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여유로운 시간을 맞이했다. 대화를 나누어보니 그의 마음에 패였던 상처가 아물고 있어서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늘 마음으로 걱정하고 있던 제자의 씩씩하고 밝은 모습을 보니까 한결 기분이 나아졌다. 늘 휴가나 연휴에 연락을 하고 찾아오는 제자가 있어 참 좋다.

기분 좋은 여운으로 집에 돌아와 화분 정리를 했다. 1년 내내 꽃을 피워 기쁨을 주던 칼랑코에가 무더위에 힘들었던지 피우던 꽃대조차 갈색으로 마르기 시작했다. 기존에 피었다가 지면서 마른 꽃가지들을 다 잘라주어 깔끔하게 다듬어 주었다. 꽤 큰 화분이어서 엄두를 못 내고 있었는데 드디어 오늘 제자를 만나고 돌아온 밝은 기운으로 정리를 하고 나니 개운해졌다. 어려워 미루었던 숙제를 끝낸 기분으로 다른 화분까지 정리를 하고 대청소까지 마쳤다.

가벼운 마음으로 책꽂이 앞에서 읽을 책을 찾았다. 시집 한 권과 동시집 한 권 그리고 청주문화원에서 특별히 제작한 스토리북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선택한 책들은 모두 소리 내서 낭독을 할 생각으로 고른 것이다. 평소 책을 읽을 때 소리 내서 읽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내 목소리를 들으면서 읽으면 마음이 편안하고 맑아지는 느낌이 들며 이야기 속으로 동행하는 감정 또한 참 좋다. 책을 읽기도 전에 감정에 취해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이번에는 네팔에서 온 제자의 전화다. 제자가 휴가라며 선생님은 방학이냐고 묻는다. 반가운 목소리가 아주 가깝게 들려왔다. 제자 부부는 제천에서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는데 휴가를 맞이해서 지금 청주에 왔다고 했다. 그래서 전화 목소리가 더 가깝게 들렸던 모양이다. 우리는 카페에서 만났다. 나는 제자를 만나자마자 그의 오른손 손가락을 먼저 보자고 했다. 그가 내민 손의 가운뎃손가락은 여전히 휘어지고 틀어져 있었다. 2년 전 그는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기계에 손가락이 절단되어 수술을 받았다. 6개월 정도 치료를 받았지만 아직도 좀 불편하다고 했다. 그렇게 힘든 중에도 열정적이며 성실한 제자는 밝은 모습으로 영주권을 취득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어 공부를 할 때도 야간근무를 하고 수업에 들어와도 졸지 않고 집중하여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을 했었는데.

여름휴가 중에 잊지 않고 찾아온 두 제자를 만나고 나니 어느덧 가을 들녘에 서 있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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