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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숙

미술평론가·수필가

우리는 살아가며 때로는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좋은 이미지를 가졌다고 해서 그 사람의 본모습을 알 수 없다는 의미다. 한 자영업자가 있었다. 밝고 외향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었으며 처음 보는 사람과도 스스럼없이 대화하는 장점이 있었다. 명품 바지를 입고 고급 외제차를 타며 자신의 부를 과시하기도 했다. 성공한 자영업자의 이미지를 가진 그는 어째서인지 주위로부터 평이 좋지 않았다.

차후에 알게 된 사실은 좋은 성격과 부유한 이미지를 연출하는 것은 까닭이 있는 계산된 행동이었다. 자영업을 유지하기 위해 가까운 이들을 깎아내리고 험담을 하기 일쑤였다. 그를 알고 있는 동종업계 종사자 대부분은 경악을 금치 못하며 혀를 내둘렀다. 타인에게 말을 거는 이유도 결과적으로 험담하기 위해서였다. 친분이 형성되었다고 생각되면 남을 조롱하고 깎아내리는 방식의 험담을 했다. 그 험담은 실로 흥미로웠다.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감정이 이입되어 험담 피해자가 정말 나쁜 사람으로 믿어 의심치 않을 정도였다. 험담을 믿고 그를 지지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에게 있어 험담은 중요한 삶의 자양분과도 같았다. 험담을 통해 자신감과 용기를 채워나갔다. 험담의 피해자보다 본인이 우월하다는 일말의 자의식을 가지고서 기뻐했다. 그에게서 험담을 접하는 사람들은 자연스레 그 내용을 믿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는 처음 듣는 사례를 믿게는 심리를 이용한 것이었다. 또한, 험담 피해자의 기본적인 정보들을 왜곡하고 자신의 감정을 첨가해 재해석하여 새로운 스토리를 만든 후 현실에서 있을법한 이야기를 하는 양상을 띄고 있었다. 이 부분에서 아주 일부이지만 사실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청자는 나머지 방대한 거짓을 믿게 되는 것이다.

험담으로 피해를 본 당사자는 회복 불가한 수준에 이르렀다. 그의 험담을 좀처럼 드러나지 않았다.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험담의 내용도 그럴듯했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험담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친분이 쌓인 인물 중 자신의 험담을 들어줄 만한 이를 특정하여 행하기 때문이었다. 험담의 청자가 이상함을 감지하는 무렵 그는 다른 사람을 모색해 새로운 사람에게 험담하는 루틴이 있었다. 따라서 그의 행적이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반복되었기에 주위 사람들은 떠나갔다.

사실 그의 자영업은 적자를 내고 있었으며 월세까지 밀릴 수준이었다. 험담의 피해자는 부러움의 대상이거나 단순히 본인의 뜻대로 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사람의 심리를 본능적으로 잘 안다는 것, 가진 것이 없으나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능력, 그리고 흥미로운 스토리를 구성해 내는 재능은 좋은 쪽으로 사용하면 매우 유익할 것으로 사료 된다. 그가 기울어가는 자영업을 남을 낮추고 험담까지 하며 유지하기보다 '소설'이라는 재능으로 승화하기를 바란다. 소설 속의 허구의 인물을 상대로 험담의 역할을 하는 부정적 인물묘사, 자신의 낮은 자존감을 투영하는 훌륭한 인물을 대립하는 구조로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 스스로 카타르시스를 해소하고 험담이 아닌 실력을 바탕으로 하여 본인이 만들어낸 가상의 이미지가 아닌, 실제 그 모습으로 변모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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