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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산옥

괴산문인협회 회원

느낌이 싸하다.

"뭐지?"

이상한 통증이다. 블루베리 수확을 멈추고 손을 살폈다. 벌에 쏘였을 때의 통증이기에 전혀 낯설지는 않지만 강도는 다르다. 주변에 벌은 없었다. 문득 쐐기인가! 집안으로 들어온 후 손등을 살펴보니 약간 부풀어 올랐다. 붓기는 내 손등에 머물지 않고 온몸의 신경세포를 자극하고 있다. 참을 수없는 고통에 집을 나서며 병원을 향했다.

컨디션이 제로인데 새로운 통증이 보태고 있다. 괴롭다.

나의 하루 일상은 거미줄 제거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집주변을 한바퀴 돌면서 그들과 변치 않는 한판 승부다. 거미는 백해무익(百害無益)한 곤충은 아니지만 심미적으로 아주 불편하다. 인간이 거주하는 집 같지 않고 또 거주하더라도 그대로 방치하면 주인의 무심함이 엿보인다. 그리고 거미줄이 얼굴에 닿기라도 하면 간지러움으로 얼굴에 마른 세수를 하듯 벅벅 문지르게 된다. 불쾌함과 같이. 하지만 이들 덕분에 팔운동은 열심히 한다. 집 처마, 차고, 파고라 등과 정원수에 진(陣)을 친 거미줄을 제거하다 보면 족히 1시간은 걸리기 때문이다.

사나흘 전 유난히 높은 곳에 있는 거미줄이 눈에 띄었다. 사고가 나려고 그랬을까! 그냥 지나쳐도 될 것을 그날따라 거슬려서 의자를 끌어다 놓고 긴 장대 빗자루를 들고 의자에 올랐다. 하늘을 향해 빗자루를 처들고 있을 때 의자가 흔들렸다. 나는 당황을 하며 중심을 잡으려고 했으나 의자와 함께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그 순간 충격으로 인해 꼼짝하지 않고 하늘을 쳐다보았다. 나는 통증으로 일어날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핸드폰이 생각났다. 없다. 어떡하지? 햇빛이 눈 부시다. 시간은 흐르고 있다. 얼굴에 닿는 볕이 따가운 탓으로 氣를 쓰고 일어났다. 저멀리 남편이 오는 모습이 보인다. 기다렸다. 내가 허리에 손을 올린 상태에서 찌푸린 얼굴을 보고 그는 무슨 일이냐는 표정이다. 사실을 설명하니 화를 낸다. 남편은 누누히 경고를 했었다. 위험한 행동하지 말라고.

귀촌 8년 차로 접어들었다. 그동안 나는 나무에 오르다 추락으로 발목 골절로 고생을 하였고, 석축 사이에 끼여있는 잡초를 뽑으려다가 그대로 곤두박질로 눈에 시퍼런 멍이 들었으며, 비탈진 곳 역시 잡초를 뽑다가 그대로 주르륵 미크럼을 탔다. 또 늦은 저녁 산책중 음악을 감상하며 걷다가 도랑으로 떨어져 슬리퍼 한짝을 분실했다. 이런 다양한 사고로 타박상을 달고 살아서 늘 조심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고는 언제나 예고 없이 덮친다.

정형외과 의사는 다행히 뼈에는 손상이 없단다. 근육이 놀랐을 뿐으로 주사와 일주일 약 처방과 물리치료를 권했다. 크게 움직이지 않으면 일상 생활을 하는데 큰 지장은 없었다. 이틀이 지난 후 무료함을 덜어내기 위해서 밭을 향했다. 블루베리 밭에서 잘 익은 열매를 따는데 웬걸! 이건 또 뭐냐? 무엇인가가 쏘는 듯 공격을 했다. 경험해보지 않은 엄청난 통증이었다.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손을 활짝 폈다. 연한 연두색 벌레다. 평소 알고 있었던 벌레하고 모양이 판이하게 다르다. 특이하게 생긴 것이 나름 예뻤다. 서둘러 집으로 들어와 알러지 약을 복용하고 핸드폰의 검색창을 열었다. 쏘였기 때문에 쐐기를 적었더니 역시 쐐기벌레다. 찬찬히 내용을 읽었다. 강적이었다. 토요일이다. 서둘러 내과를 방문했다. 의사는 일(業) 할 때 긴옷 입고 장갑 착용을 하라고 주의를 준다. 주사 맞고 삼일 치 약과 연고 처방전을 받았다. 나는 엄청난 통증으로 죽상이 되었다. 귀촌을 후회할 정도로.

이 또한 지나가리니. 참 좋은 말이다. 다음 날 아침을 맞으니 살 만해졌다. 쐐기에 물린 것은 거짓말처럼 많이 좋아졌다. 잔뜩 찌푸렸던 얼굴이 비로소 평소의 맑은 얼굴로 돌아왔다. 당분간 엉치의 근육통은 오래간다 했으니 그것 또한 시간이 해결할 것이다.

나는 일상으로 복귀다. 미처 수확하지 못한 블루베리를 수확하기 위해서 만반의 준비를 하였다. 바구니를 들기 전에 면장갑의 손가락 부분을 오려냈다. 진작에 이렇게 할 것을 쏘인 후의 교훈이라니. 뭐든지 아는 것 만큼 보인다고 했다. 백번 천번 옳은 말이다. 앞으로는 地面을 밟고 작업복도 제대로 입어야겠다.

자연아~ 미안하다. 나의 부주의로 너를 탓한 걸.

* 쐐기벌레: 몸에 털 모양의 독침이 여러 개 돋아 있다. 독침에 쏘이면 독침을 제거하고 가까운 병원이나 약국에서 약을 처방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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