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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08.06 15:07:43
  • 최종수정2025.08.06 15:07:43

박영순

'파란만장한 커피사' 저자

지구온난화가 글로벌 커피 생산 지형을 재편하고 있다. 커피나무는 서리가 내리지 않는 남북위 24도 이내, 이른바 '커피 벨트(coffee belt)'에서만 생육이 가능했다. 추위에 취약한 커피나무는 이 범위를 벗어나서는 자랄 수 없었다. 그런데 북위 34도 위에 자리잡은 유럽 대륙에서 커피의 싹이 트기 시작한 점은 기후변화가 농업 생태계에 근본적 변화를 몰고 왔음을 상징한다. 서울과 비슷한 위도에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는 이미 10년 넘도록 커피 농장을 운영 중이다. 위도만으로 커피 농업의 사활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전 세계 커피 시장은 2025년 약 2천500억 달러 규모로 평가되며 연간 4~7%의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유럽은 2024년 기준 약 830억 달러 규모로 세계 최대의 소비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품질이 좋은 커피를 찾는 소비자들은 갈수록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상 기후로 인한 커피 벨트의 위기는 새로운 생산지 개발에 대한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만든다. 이에 한국 또한 미래 먹거리 차원에서 커피 산업 육성을 적극 검토할 당위성을 갖는다.

더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유럽이 차세대 주요 커피 생산국이 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전통적 커피 산지들이 기후위기로 고전하는 반면, 유럽 남부에서는 온난화 영향으로 커피 재배가 가능해지며 기회가 열리고 있음을 집중 보도하였다. 바르셀로나 인근 숲에서 커피를 재배하는 제이우안 지랄데스 씨는 "3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 현실이 됐다"며 기후 변화에 되레 감사를 표했다. 고품질 아라비카 품종이 견디기 힘들던 카탈루냐는 최저 8도에서 최고 38도까지 버틸 수 있는 품종 개발로 커피 생산에 성공하고 있다.

시칠리아의 모레티노 가문도 1990년대 말부터 커피를 재배하면 수없이 많은 난관을 극복했다. 커피 수확량이 2021년 30㎏에서 2024년 100㎏까지 늘어나며 '커피 농부'라는 영예를 얻었다. '새로운 열대화(New Tropicalisation)' 물결이 유럽 농업을 뒤흔들고 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아보카도 및 망고 재배 면적이 2000년대 초 10헥타르 내외에서 현재 수백 헥타르까지 확대된 사실은 이러한 변화의 또 다른 지표다.

한국은 커피 벨트에 속하지 않는 기후조건임에도 현재 52개 농가에서 약 10㏊ 규모의 비닐하우스 재배로 커피에 도전하고 있다. 전남 고흥, 화순, 제주 등 남부 지역이 중심인데, 고흥에서는 14농가가 아라비카 및 내한성 품종을 중심으로 3㏊ 시설에서 연간 약 2t 상당의 커피 열매를 생산한다. 화순 대형 유리온실 농장에서는 1.8㏊ 면적에 2만 그루의 커피나무를 키우며 연간 10t 열매를 거두고 있다는 전언이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커피가 연간 17만t에 달하는 점과 비교하면 매우 미미하다. 하지만, 국산 커피 브랜드 구축과 가공체험·교육을 융합한 6차산업의 측면에서 주목해야 한다.

우리는 커피 대량생산보다는 첨단 온실기술과 품종 개량, 지속가능한 농업환경 조성, 지역 특화 브랜드 육성과 체험·관광 연계 틈새시장 공략에 집중해야 한다. 기존 '커피 벨트'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K-커피만의 정체성을 구축할 절호의 기회다. 세계적으로 <비닐하우스 커피>는 한국만이 생산하고 있다는 희소성의 가치가 있다. 신안, 완도, 여수, 고흥 등 남부 해안과 섬 지역에서 비닐하우스 재배가 시험단계를 넘어 성장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더욱이 세계 최고 품질 커피를 가리는 'K-커피 어워드'가 세계 커피 농가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 대회에서 수상하면 스페셜티 커피로 대접받기 때문이다. 기후 불확실성을 위기로만 보지 말고, '커피 주권'을 세우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미국에 의존하던 스페셜티 커피 인증을 'K-커피 어워드'가 하고 있다는 사실이 가슴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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