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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

충북여고 교장

평소 학년부장선생님들과 만나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많기는 해도, 학기말에는 별도로 협의회를 개최하여 한 학기 동안 진행된 각 학년부의 주요 이슈들을 점검하고 공유하며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번에는 참석 범위를 넓혀 학력과 진로진학을 담당하는 부장선생님들도 참여하게 하여 폭넓게 의견을 교환하였다. 고교학점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데다가 확인하고 강조할 사항이 많다 보니 분위기는 진지해지지 않을 수 없다. 협의회는 저녁 식사로 이어졌고, 그제야 학년부장선생님들은 다소 가볍게 학년의 일상이라든가 자랑할 만한 사례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 자리에서 감사 일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제 막 교직을 시작한 선생님이 자신의 학급 학생 전원을 대상으로 감사 일기를 쓰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삼월 초 담임 반 학생들을 처음 만난 때부터 여름방학을 앞둔 때까지 삼십 명 가까운 학생들 모두에게 하루에 하나 이상의 일들에 감사함을 담은 일기를 쓰게 하고, 선생님은 매일 매일 그 일기에 칭찬하고 응원하는 피드백을 해주고 있다고 했다. 학생들로 하여금 일상의 크고 작은 일들에 감사함을 느끼게 한다는 교육 취지는 물론이려니와 그러잖아도 바쁜 일과 속에서 선생님이 정성스럽게 하루도 빠짐없이 자필 답글을 써주고 있다는 이야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일반고 근무 경력이 제법 쌓인 나로서도 드물게 접하는 교육 방법이기도 했다. 더구나 새내기 선생님의 그와 같은 정성이라니, 궁금증 때문에라도 직접 선생님을 만나 세세한 이야기를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커졌다.

기말고사 출제가 끝난 때를 골라 그 선생님을 만났다. 학창 시절 자신을 지도했던 담임선생님이 감사 일기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며, 그 교육 방법이 너무 인상적이고 좋아서 자신도 교단에 서게 되면 꼭 해야겠다는 생각을 실행에 옮긴 것이라 했다. 학생들의 일기에 하나하나 손 글씨로 피드백을 해주기 위해서는 노력과 정성은 물론이고 시간도 많이 걸리겠다는 질문에 그래서 일찍 출근한다고 했다. 나도 정해진 시간보다 한시간 가량 빨리 출근하는 편인데, 선생님은 나보다 앞서 출근하는 몇 선생님 중 한 명이었다. 그제서야 왜 그렇게 일찍 나오는지 고개가 끄덕여졌다. 조심스럽게 감사 일기를 살펴보고 싶다 하니 흔쾌히 일기가 담긴 상자를 가지고 왔다.

학생들이 감사해하는 내용은 정말 다채로웠다. 부모님에 대한, 담임선생님과 교과선생님들에 대한, 친구들에 대한, 수업에 대한, 학교급식과 체험활동을 비롯하여 날씨까지 학교 일상의 거의 모든 장면들에 대한 감사의 글들이 넘치고 있었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학생들의 모든 글에 선생님이 색색의 펜으로 일일이 달아놓은 구절이었다. 학생 각각의 교우관계라든가 취미, 꿈, 특성을 모르면 쓸 수 없는 답글이 마치 친구 같은 친밀한 단어로, 선생님으로서의 조언 형태로 재미나게 때로는 진지하게 씌어져 있었다. 그야말로 학생 곁에 바싹 다가앉아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그 자체였다. 내가 감사하고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격려의 뜻으로 선생님에게 책 두 권을 선물하면서, 내 마음도 둥실 떠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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