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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08.03 15:34:39
  • 최종수정2025.08.03 15:34:39

유명옥

청주시 상당구 주민복지과 통합조사관리1팀장

사무실 책상 한 쪽, 조용히 자리를 지키는 초록 식물들. 바쁜 하루의 시작 속에서 나직이 존재를 알리며 눈길이 닿을 때마다 숨을 고르게 해준다. 유리창 너머로 부드럽게 스며드는 햇살이 잎을 비추면 그 반짝임에 마음이 한결 부드러워진다. 아무 말도 없지만, 늘 같은 자리를 지키는 식물은 잔잔한 평화를 전해주는 존재다.

처음엔 단지 책상 위의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들여온 식물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출근하면 가장 먼저 식물을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다. 흙은 촉촉한지, 잎은 건강한지, 어딘가 새순이 돋아났는지 유심히 살핀다. 느리게 자라나는 생명을 매일 들여다보는 일은 생각보다 큰 기쁨이 됐다. 식물의 속도에 나의 숨결이 맞춰지며, 빠르게만 흘러가던 시간의 흐름도 조금은 천천히 느껴졌다.

일이 많고 정신없는 하루 중에도, 문득 식물 쪽으로 시선을 돌리게 되는 순간이 있다. 마치 그것이 내 마음을 잠시 쉬어가게 해주는 신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잎 하나하나에 담긴 생명감이, 아무 말 없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 마음이 풀린다. 식물은 무언가를 요구하지 않으면서도, 그 존재만으로 나를 다독인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가장 먼저 눈이 가는 곳은 내가 아끼는 미칸이다. 필로덴드론 미칸은 잎에 벨벳 같은 결이 살아 있는 식물로, 빛에 따라 깊은 초록빛에서 자줏빛으로 색이 바뀌는 아름다움을 지녔다. 조용한 조명 아래에서 그 잎을 바라보는 순간 하루의 긴장이 서서히 풀려나간다. 잎이 그날의 감정을 비추기라도 하듯, 매일 조금씩 다른 분위기로 다가온다.

미칸은 말이 없다. 하지만 그 잎의 결, 색의 온도, 줄기의 곡선은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물을 주고 잎을 닦는 짧은 시간 동안, 나는 오히려 위로받고 있음을 느낀다. 그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식물 앞에서, 나 역시 자연스럽게 제자리로 돌아오는 기분이 든다. 작은 생명이지만, 그 곁에 있을 때 나는 한결 부드러워진다.

미칸은 내가 정성을 들여 돌보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아마 그 식물이 건네는 조용한 다정함 때문이다. 급할 것도, 서두를 것도 없이 천천히 하루를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나도 그렇게 살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식물은 늘 말이 없지만, 그 고요함이야말로 나에게 가장 필요한 목소리였는지도 모른다.

식물은 정직하다. 물이 부족하면 시들고, 햇살을 머금으면 다시 살아난다. 조건이 맞으면 천천히 자라고, 필요할 땐 가지를 비워낸다. 그 자연스러운 순응이 오히려 삶의 방향을 알려주는 것 같다. 미칸을 바라보며 나는 내가 잊고 있던 감각을 되찾고, 조금씩 나를 되돌아본다. 성장이라는 말도, 돌봄이라는 말도 이 조용한 존재 앞에선 아주 부드럽게 다가온다.

오늘도 나는 미칸 옆에 앉아 조용히 잎사귀를 쓸어본다. 빛을 머금은 잎 하나 앞에서 잠시 멈춰 선다. 그 고요함 속에서 마음은 가만히 쉬어간다. 그렇게 식물은 오늘도 내 일상에 잎사귀만큼의 평화를 선물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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