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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초시

후마니타스 포럼 대표

"립 밴 윙클"은 워싱톤 어빙이 1819년 발표한 단편소설이다. 간단한 줄거리를 소개하면, 미국 독립전쟁 직전 립 밴 윙클은 부인의 구박을 받는 게으른 남자였는데, 어느 날 사냥을 나갔다가 이상한 술을 마시고 잠이 들고 말았는데 훌쩍 20년이 지나서야 깨어났다. 깨어나니 이미 미국은 독립이 되었으며, 모든 것이 변하여 자신의 존재조차 이미 사라져 버렸다는 줄거리다. 만일 그가 조선시대에 태어나서 약 100년간 잠이 들었다 깨어나도 아마 세상은 별로 달라진 게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1년, 아니 한 달만 자고 일어나면 달라진 세상에 무척 놀랄 것이 분명하다.

변화의 속도가 전광석화와도 같다. 잠깐이라도 세상과 무관하게 살다 보면 어느새 자신이 도태되지나 않을까 걱정이 된다. 사람들은 치열할 정도로 사회의 변화를 따라잡으려고 각종 미디어 매체를 매일 끼고 살면서 자신이 가장 변화의 선두에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변화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몸부림에 불과하다.

루이스 캐럴의 소설 "거울 나라의 엘리스"에서 엘리스는 레드 퀸(Red Queen)의 손을 잡고 열심히 달리는데, 주변의 환경이 그대로 있어 놀란다. 그 이유는 주변 환경도 달리는 사람만큼이나 빨리 변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최소한 제자리에 있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뛰어야 한다. 그러나 주변 환경의 변화보다 더 빨리 가려면 최소 2배는 빨리 뛰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변화에 둔감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변화를 의도적으로까지 거부하는 조직은 무엇일까· 한때 앨빈 토플러가 "부의 미래"에서 조직의 변화 노력을 속도로 비유했는데, 기업이 100마일로 가장 빨랐으며 다음이 NGO로 90마일, 그러나 정부는 25마일, 학교 10마일, 정치조직은 3마일, 법 조직은 1마일로 사회 변화에 가장 느리게 대응하는 조직으로 평가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결과는 지금도 유효한 것처럼 보인다.

기업이 변화 속도에 가장 빠른 이유는 우리가 사는 사회가 인간의 물질적 욕망을 기반으로 하는 자본주의 사회이고, NGO 조직은 공정한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 끊임없이 조직을 감시하기 때문에 변화의 대응 속도가 빠른 것은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정부, 학교, 정치조직, 법 조직이 사회가 변화하는 속도에 비해 터무니없이 느린 것은, 이들 조직이 가지는 특성이 변화의 인프라를 결정하기 때문에 심각한 사회발전의 퇴행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현실이다.

한국경제 성장의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선진국 경제에 진입한 지금, 현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서만 급급하며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 복지부동이 만연해 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공무원이 책임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정책감사를 자제하라고 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였을 것이다. 대학은 어떤가? 아직도 과거의 텍스트를 가지고 강의하며, 교육과 사회 변화와는 간격이 너무 클 뿐 아니라, 변화에 대한 저항도 만만치 않다. 정치조직은 오직 표에만 집중하는 포퓰리즘이 만연하여 태생적으로 건강한 사회 변화를 리드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아마 가장 사회 변화에 둔감한 조직은 법 조직일 것이다. 세상을 오직 법조문만을 가지고 해석하고 판단하기 때문에, 사회 변화에 대한 이해가 가장 취약한 집단일 것이다. 그러나 법적 판단은 마치 사회적 사형선고를 내리는 것과 같아서 관련 당사자들을 변화보다는 처벌이 두려워 소극적 행동을 선택하도록 만든다.

변화의 방향이 올바른가, 변화를 통해 인간은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와 같은 담론도 중요하지만, 일단 변화가 시작되었다면 변화에서 도태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특히 우리 사회의 주도적 역할을 하는 조직은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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