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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08.03 15:22:50
  • 최종수정2025.08.03 15:22:50

김나비

시인, 한천초등학교병설유 교사

리마에서 4시간을 달려 이카에 도착했다. 이카에서 다시 5킬로미터를 더 들어가, 드디어 와카치나에 도착했다. 작은 오아시스 마을인 그곳은 이카 시내와는 전혀 다른, 신비로운 사막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모래 언덕이 황금빛 파도가 일렁이는 넓은 바다 같았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야자수로 둘러싸인 오아시스가 생명의 샘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난생 처음 보는 오아시스에 한참 동안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문득 어린 왕자의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샘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라는 구절이 떠올라 홀로 그 문장을 읊조려 보았다. 그것은 황량한 사막 속에도 숨겨진 아름다움과 희망이 존재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아무리 힘든 삶이라도 그 안에 작은 웃음이 존재하는 것처럼.

그녀와 나는 버기카 투어 시간을 기다렸다. 오아시스 주변을 산책한 후 砂丘(사구)가 보이는 커피숍에 들어갔다. 노란색 잉카 콜라를 마시며 잠시 도시 속에서 살던 번잡했던 일상을 잊기로 했다. 끝없이 펼쳐진 사막과 오아시스를 보며 거대한 자연과 그 속에 아주 작은 나를 생각했다. 그동안 사느라 바빠서 나를 잊고 살았다. 오늘 난 이국에서 나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다.

드디어 버기카 투어 시간이 되었다. 우리는 일행들 속에 섞여 모래 언덕으로 향했다. 발이 푹푹 모래 속으로 빠졌다. 신발 속으로 모래가 송충이처럼 기어 들어왔다. 신발을 벗어서 양손에 한 짝씩 나눠 들고 맨발로 사막을 오르기 시작했다. 얼마를 걸었을까. 버기카들이 즐비하게 서 있는 곳에 도착했다. 버기카에 올라타고 바람을 가르는 속도를 느끼는 순간, 또 다른 차원의 속도가 몰려왔다. 모래바람이 뺨을 스치고, 눈을 때리고 머릿속으로까지 들어왔다. 썬글라스를 끼고 마스크를 착용하고서야 그들의 침입을 막아낼 수 있었다. 달려도 달려도 끝이 없는 거대한 모래 언덕을 보며 자연의 경이로움과 삶의 덧없음이 동시에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우리는 거대한 자연과 무한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잠시 스쳐 지나가는 먼지 같은 존재일 뿐이라는 사실이 또 한 번 뇌리를 스친다.

한참을 달려 이전보다 더 높고 경사가 심한 곳으로 올라갔다. 모래 언덕 끝에 서서 샌드보딩을 하기로 했다. 배에 보드를 깔고 양쪽 발을 벌려 발로 모래를 긁으며 내려가기 시작했다. 두 번의 실패를 거듭한 후에 나는 보드를 탈 수 있었다. 처음에는 불안한 마음이 앞섰다. 그러나 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모래 언덕에 발을 묻었다. 점점 깊숙이 발을 묻으니 속도 조절이 가능해졌다. 자신감이 생기자 발을 점점 모래에서 빼기 시작했고, 조금씩 모래를 덜 파자 속도가 빨라졌다. 그리고 모래를 파는 발에 힘 조절을 해가며 내가 원하는 속도로 내려갔다.

와카치나의 사막은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공간이었다. 이곳에서의 경험은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 존재의 본질과 인간의 삶에 대한 사유를 가능하게 했다. 삶은 끊임없는 도전의 연속이며, 그 속에서 우리는 성장하고 변화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인간이 자연의 일부임을 인식하고, 그 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때 비로소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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