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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07.29 13:35:14
  • 최종수정2025.07.29 15:47:10

이정민

청주시청 도시계획상임기획단·공학박사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세계를 보여주고, 그 세계로 다가가는 길을 조용히 열어주는 이들이 있다. 내게무루 작가가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는 그림책이라는 낯설고 아름다운 세계를 먼저 경험하고, 우리가 그 세계에 다가갈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한다. 그의 전작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가 그랬고, 신작 《우리가 모르는 낙원》은 더 깊은 세계로 우리를 이끈다. 무루 작가를 만났다. 우리가 모르는 낙원에 대해 그는 분명 알고 있을 테고, 나는 낙원이 어디인지 어디로 가야하는지 궁금했다.

(이정민) 두 권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그림책은 어린이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두에게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루) 그림책을 통해 그림으로부터 이야기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고, 이 장르에 매료되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리거나 보는 것을 좋아하기도 했고요. 그림책에서만 만날 수 있는 글과 그림의 이중주가 즐겁습니다. 그림책은 재독과 오독이라는 독서 방식을 환대하는 장르거든요, 이것이 저에게는 타인에 대해, 세계에 대해 인식하는 방식과도 닿아있어요. 다 알 수 없기 때문에 스스로를 의심하며 더 섬세하게 발견하고 살피는 일이라는 점에서요.
(이정민) 일상은 대개 반복적이고 지루한 쳇바퀴에 비유돼요. 일상을 낙원을 향해 가는 길이라고 할 때, 어떤 노력이 수반되어야 할까요?

(무루) 제가 바라는 낙원의 형상은 나의 경계를 점점 넓혀 가는 일이에요. 그건 내가 나를 넘어서는 갱신의 의미이기도 하고, 세계의 다양한 존재들과 더 가까이 만나는 일이기도 해요. 낙원이라는 말은 사실 너무 거창하고, 또 오래된 것이지요. 그러나 누구나 저마다가 바라는 완성, 혹은 이상을 향해 가려고 애쓸 테고요. 제게는 그것이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품고 사는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정민) 작가님이 생각하는 낙원은 어떤 모습인가요· 현실에, 혹 그림책이나 영화 같은 어딘가에 존재하나요·

(무루) 제게는 낙원이 하나의 풍경이 아니라 바라는 삶을 향해 가는 여정처럼 느껴집니다. 더 나아지려는, 넓어지려는, 다정해지려는, 아름다워지려는 노력이 모여 낙원에 다다르는 일이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림책 속에는 종종 결말에 이르러 하나의 풍경으로 그것을 보여주기도 하는데요. 그 속에는 늘 어떤 슬픔이 있어요. 현실에서는 끝내 발견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인 듯해요.

(이정민) 작가님의 헤테로토피아가 어디인지 궁금합니다. 쉽게 닿을 수 있는 곳,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곳, 함께 가고 싶은 곳, 그런 장소가 있나요·

(무루) 제가 쓴 이야기의 공간인 '정글맨션'이 그런 장소예요. 현실 속에서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어요. 헤테로토피아로서의 공간이기 위해서는 '함께'의 의미가 중요할 것 같아요. 혼자인 저에게 '함께'의 의미를 지닌 장소를 찾는 일, 혹은 만드는 일, 어쩌면 이것이 제가 사는 동안 품고 살아야 할 질문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런 장소를 발견할 때까지는 이야기의 방식으로 헤테로토피아를 꿈꾸며 만들어 나가 보고 싶어요.

짧은 대화가 끝났다. 모든 문장 속에 배려와 조심스러움이 있었다. 쉽게 단정하지 않고 천천히 다가서려는 태도에 온도가 있었다. 따스했고, 아름다웠다. 나는 책을 읽었으므로 '정글맨션'을 알고 있다. 그곳에는 세상의 다양한 존재가 저마다의 낙원을 구축하여 살고 있다. 현실에도 정글맨션이 필요하다. 더 많은 정글맨션이 우리를 초대하고, 방문되길 바란다. 낙원은 저 먼 어딘가가 아니라, 도착할 수 있는 곳에 있어야 한다. 그처럼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들이 만나는 곳, 가까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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