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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07.29 13:32:06
  • 최종수정2025.07.29 13:32:06

류경희

객원논설위원

신생아로 착각할 만큼 정교하게 제작된 아기인형에 빠진 사람들이 있다. 인형의 이름은 '리얼 베이비돌'이다.

아기피부처럼 말랑한 실리콘 피부에 미세한 혈관을 그려 넣고 솜털 같은 아기 머리카락을 나타내기 위해 염소나 알파카 털을 심는다. 보통 염소가 아닌 최고급 모직 파시미나를 얻는 캐시미어 염소나 티베트산 염소의 부드러운 털을 사용할 것이다.

잘 만든 인형은 미세한 심장 박동까지 느껴진다고 한다. 무게와 피부 감촉까지 실제 아기와 거의 흡사한 리얼 베이비돌은 1000달러에서 8000달러에 팔린다. 비싼 인형은 우리 돈으로 1100만원에 달하는 입이 벌어지는 가격이다.

리얼 베이비돌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미국 플로리다주에 리얼 베이비돌 산부인과가 등장했다. 이곳에서 인형에게 출생증명서를 발급해 주는 모양이다.

한참 전 양배추 인형이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했을 때도 비슷한 양상이 있었다. 양배추 밭에서 주워 왔다는 양배추인형은 인형마다 모양이 조금씩 다른데다 통통한 체형에 오목조목 익살스런 외모로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미국 조지아 주 클리블랜드에 있는 '베이비랜드 종합병원'이라는 회사에서 의사와 간호사 복장을 한 직원들이 증명서를 붙여 마치 아이를 입양시키는 것처럼 인형을 판매한 마케팅 전략도 특이했다.

1980년대 중반 국내에 수입된 양배추 인형은 공급이 딸릴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곱슬머리 양배추 인형이나 양배추 인형과 비슷한 모조품 양배추 인형이 집집마다 하나쯤 있었던 기억이 있다.

국내의 한 인형박물관에 전시된 리얼 베이비 돌의 모습을 보았다. 사랑스럽기 보다 섬뜩한 느낌이다. 실물을 보니 지나치게 현실적인 리얼 베이비돌이 불쾌하다며 공공장소에 인형을 반입하지 못하도록 법안을 발의한 브라질의 결정이 이해된다.

살아있는 아이처럼 보이는 리얼 베이비돌을 품에 안은 구매자는 인형을 진짜 자신이 낳은 아기처럼 정성을 다해 보살핀다. 여유가 있는 구매자는 인형이 머물 수 있는 집을 따로 지을 정도다.

최근 리얼 베이비돌 박람회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개최됐다. 인형을 입양한 사람들은 박람회장에 몰려가 고급 유모차와 아기 냄새 향수를 구입하고 실제 아기처럼 머리를 조심스레 받쳐 앉는 인형육아 방법을 배우며 인형 육아에 진심을 보였다.

리얼 베이비돌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인형이 정신 건강 회복에 도움을 준다고 주장한다. 아이를 사고로 잃었거나 유산을 경험한 사람, 알츠하이머, 치매, 자폐증 등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정서적 위안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동물이나 식물에게서 위안 받는 경우가 있다. 상한 마음을 온전히 받아 주는 반려동물, 반려 식물은 때로 사람보다 의지가 되기도 한다. 인형에 의지하는 것도 이와 비슷한 마음인가 보다.

하지만 성인이 인형에 집착한다면 일단 보는 눈이 곱지 않다. 피터팬처럼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어른아이인 키덜트(kidult)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타인의 시선을 괘념치 않는 요즘은 건장한 남성이나 노년층까지 인형 입양에 관심을 보인다고 한다. 제가 좋아서 제가 수집하는 인형을 남이 참견할 일은 아니다. 다만 유모차에 아기대신 리얼 베이비 돌을 태우고 다니는 꼴은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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