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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07.28 16:13:59
  • 최종수정2025.07.28 16:13:59

최한식

수필가

○사십대의 미모와 지성미가 물씬 풍기는 여성입니다. 만나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잠깐 몇 말씀 나눠도 좋을까요?

▷예, 그렇지 않아도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마리 보나파르트입니다.

○잘 모르겠네요, 자신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유명한 나폴레옹이 제 증조할아버지의 형이고, 제 남편이 그리스 왕자입니다. 그리고 저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중후반까지 80세를 살았습니다.

○대단하신 분이군요. 모습은 40대이신데, 비결이 있으신가요?

▷우리는 육체를 떠난 존재여서 생전의 나이와 무관해요, 그때그때 필요한 모습으로 드러낼 수 있지요. 사십대면 신체와 지성이 절정기라 하겠지요.

○제가 방금 여사에 대해 검색을 해보았어요. 여러 모로 대단하신 분이었네요.

▷아하, 이제 이 세상에도 그런 장치가 작동되고 있군요?

○인공지능이라 하는데 웬만한 것은 다 알려주지요. 완전 상류층이셨어요. 어떻게 왕자님과 결혼할 수 있었나요?

▷왕자라 해도 실권이 약하고 경제적으로 조금 힘들었어요. 내가 상속으로 인한 재산이 좀 있고 미모와 지성이 되니 엄청 귀찮게 구애를 했어요. 그만하면 됐다 싶어서 결혼해 주었지요.

○결혼 생활은 만족스러우셨나요?

▷어떤 면을 묻는 것인지 모르지만 어느 쪽이나 그저 그랬어요. 가능한 서로 편하게 살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우리 가문이 학자 기질이 좀 있어요. 어디까지나 자유롭게 살고 싶어 하고요.

○아, 그러고 보니 프로이트와 관계도 깊고 개업의 생활도 하셨지요?

▷내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시대를 앞선 선구적인 삶을 살았다고 할까요.

○인류의 지성인 프로이트와의 관계를 말씀해 주시겠어요?

▷사제지간이지만 그 이상이었지요. 그분이 유대인이어서 어려움을 겪을 때 런던으로 망명하도록 여러모로 힘을 써 주었지요. 어떤 일을 위해 내가 그렇게 힘을 쏟았던 일도 잘 없을 겁니다.

○프로이트의 책과 이론을 프랑스에 소개하는 일도 하셨어요?

▷내가 하고 싶고 할 일이었어요. 물론 프랑스의 의학과 문학 철학에 큰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지요.

○당시로서는 말을 꺼내기도 어려운 여성의 성적인 영역도 연구하고 발표하는 등, 굉장히 시대를 이끄는 역할을 하셨어요.

▷우리 가문이 대대로 학자적 기질이 있었다니까요. 여러 환경이 받쳐주어야 하는 일이었는데 잘 맞았던 거지요. 남들에게는 좀 남우세스러운 일 같겠지만 내게는 절실했습니다.

○지금도 그런데 100여 년 전에 자기의 이론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의 민감한 부분 수술도 여러 번 하셨다고요?

▷실증을 필요로 한다면 불사하는 게 학자적 자세라 여겼습니다.

○만족할 결과를 얻으셨던가요?

▷그렇지 못했지만 내 이론이 잘못됐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한 가지 사실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무척 복합적일 수 있으니까요.

○문학에도 관심이 많으셨지요?

▷애드가 알랜 포우의 작품을 스승의 이론으로 분석했지요.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해요.

○본인의 삶에 만족하시나요?

▷누군들 만족할 수 있을까요? 아쉬움이 많지요. 평생 사랑받고 베푸는 일에 서툴렀어요. 주어진 환경에는 그런대로 만족하는 편입니다. 이런저런 재능도 많이 타고 났고요. 남들이 농반진반으로 나를 팔방미인이라 하는데 딱히 부정하고 싶진 않아요.

○오늘을 사는 이들에게는 어떤 말씀을 해 주실까요?

▷자유롭고 치열하게 한계를 넓히는 삶을 살라고 하고 싶어요. 누구에게나 자기 영역이 있잖아요. 그 곳을 힘써 파내려가는 겁니다.

○한 번 더 여쭙겠습니다. 자신이 사신 삶에 만족하시나요?

▷원하는 삶을 열심히 살았고 그만한 성과도 있었습니다. 그쯤이면 만족한 삶이라 평가하고 싶네요.

○맙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시대에 앞서 불꽃처럼 살았던 마리 보나파르트 여사를 만나 보았습니다. 모두 더운 여름 건강하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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