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동두천 18.2℃
  • 흐림강릉 18.6℃
  • 구름많음서울 19.9℃
  • 구름많음충주 19.2℃
  • 맑음서산 20.0℃
  • 맑음청주 20.7℃
  • 맑음대전 20.6℃
  • 흐림추풍령 19.2℃
  • 흐림대구 21.9℃
  • 흐림울산 20.5℃
  • 맑음광주 21.1℃
  • 구름많음부산 22.3℃
  • 맑음고창 17.9℃
  • 맑음홍성(예) 19.9℃
  • 맑음제주 23.5℃
  • 맑음고산 22.7℃
  • 구름많음강화 18.9℃
  • 흐림제천 15.6℃
  • 구름많음보은 15.7℃
  • 구름많음천안 20.2℃
  • 맑음보령 21.6℃
  • 흐림부여 19.2℃
  • 맑음금산 17.2℃
  • 맑음강진군 19.1℃
  • 흐림경주시 20.3℃
  • 구름많음거제 22.2℃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최승옥

음성문인협회 회원

며칠 후면 복숭아 수확이 시작된다. 밭고랑으로 들어선다. 멀찌감치 다복이 웃는 하얀 꽃에 나도 모르게 입 꼬리가 올라간다. 은은한 향기까지 건네는 토끼풀이 지천으로 환하다.

싱그러운 초록의 복숭아밭은 하양과 노랑의 꽃으로 이채롭다. 노란색은 진짜 꽃이 아니다. 과실에 병해충을 예방하고 뜨거운 햇빛을 차단하려 열매를 씌운 봉지다. 일을 끝낸 후 바라볼 때와 며칠 전 열매를 솎아내고 봉지를 씌우기까지의 상황은 확연히 다르다. 지난주까지 봉지를 씌우지 못해 동동댔다.

우리는 7월 중순에 따는 단황도와 백도인 애천 중도, 늦게 따는 황귀비의 복숭아를 재배하고 있다. 봉지 씌우기도 먼저 수확하는 단황도부터 시작하는데, 양파나 감자 등의 수확시기와 맞물려 일손 구하기가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우리는 별이 뜨도록 밭에서 살다시피 했다.

몸은 늘어지고 마음만 앞서가던 중 지척에 사는 시댁 동네의 형님이 탈탈거리는 화물차를 몰고 들어섰다. 운전하고 온 형님만 온 게 아니었다. 트럭 적재함에서는 건장한 청년이 내린다. 형님네는 직원을 두고 농사를 짓는데, 우리를 도와주고자 온 것이었다. 일은 눈에 꽉 차고 봉지 씌우기가 진척이 없어 속이 쓰리던 차였다.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

형님이 데리고 온 사람은 캄보디아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다. 매달 형님이 월급을 주고 있는데 하나를 가르쳐 주면 어찌나 눈치가 빠르고 일솜씨가 좋은지 일을 알아서 한다고 했다. 공손하게 인사를 하며 자신의 이름은 '던'이라고 했다. 던은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졌다. 앞치마까지 챙겨 입고는 나를 보더니 주머니가 두 개보다 세 개의 주머니에 봉지를 담아야 손이 들락이는 게 편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사다리를 들고 복숭아나무로 다가간다.

던은 근동에서 인기가 좋단다. 형님네 일을 끝내놓고 나면 바쁜 이웃의 밭으로 가 일을 도와줄 뿐만 아니라, 쉬는 날이거나 일이 없을 때는 시간 알바도 한다고 했다. 동네 어르신들에게도 인기가 좋은데 종종 술친구도 해준다는 거다. 무슨 일이든 척척 해내고 눈치까지 빨라 한 가지 일을 가르치면 열 가지를 하니 어르신들의 엄지가 절로 올라간다고 했다.

던의 옆으로 가 복숭아 봉지 씌우기를 시작했다. 손이 위아래를 스칠 뿐인데 노란 꽃이 자꾸만 늘어난다. 나도 복숭아 씌우기에 한 몫 한다는 소리를 듣는 데 던 앞에서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다. 던은 꼭대기는 자신이 싸야 한다며 가볍게 봉지를 씌우고 내려온다. 내 마음에도 노란 꽃이 피어났다. 오늘 점심은 던이 좋아하는 요리로 챙기려 뭘 좋아하느냐고 물었다. 삼계 닭이란다. 부리나케 들어와 가스에 물을 올렸다.

복숭아 과수원에 앉아 점심을 먹는다. 던이 닭다리를 들고 복스럽게 먹는다. 캄보디아도 아닌 한국에 와서 돈을 번다는 것이 어디 만만한 일이겠는가. 건강하게 지내다 자국으로 돌아가면 가족과 오순도순 살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닭다리를 더 내민다. 던이 하얀 토끼풀꽃처럼 웃는다. 겉치레가 아닌 진심의 미소가 환하게 빛나고 있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철탑산업훈장 수상' 곽인학 ㈜광스틸 대표이사 인터뷰

[충북일보] ㈜광스틸이 2026년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영예의 철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2000년 설립 후 20년간 건축자재 제조 외길을 걸어온 곽인학 ㈜광스틸 대표이사는 이번 수상에 대해 "지난 20여 년간 오직 '더 안전하고 견고한 건축 자재를 만들겠다'는 외길을 걸어왔다"며 "그간 숱한 난관 속에서도 타협하지 않고 기술 혁신과 품질 향상에 매진해 온 광스틸의 고집과 정직함을 인정받은 것 같아 감회가 매우 깊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년이 이 기반을 다지는 시간이었다면, 이번 수훈을 계기로 향후 100년을 이어갈 지속가능한 건축 자재 리딩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광스틸은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대표 대기업 산단 현장과 공공기관에 자재를 납품하며 독보적인 신뢰를 쌓아오고 있다. 안전과 품질에 있어 단 1%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는 가운데 광스틸은 '철저한 품질관리'와 '현장 맞춤형 솔루션 제공'으로 꾸준히 선택받고 있다. 광스틸의 시그니처인 '스피드블록메탈패널'은 세계 최초로 실리콘을 쓰지 않는 Non-Caulking(논 코킹) 방식이 적용됐다. 기존 패널의 외벽 오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