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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옥

음성문인협회 회원

며칠 후면 복숭아 수확이 시작된다. 밭고랑으로 들어선다. 멀찌감치 다복이 웃는 하얀 꽃에 나도 모르게 입 꼬리가 올라간다. 은은한 향기까지 건네는 토끼풀이 지천으로 환하다.

싱그러운 초록의 복숭아밭은 하양과 노랑의 꽃으로 이채롭다. 노란색은 진짜 꽃이 아니다. 과실에 병해충을 예방하고 뜨거운 햇빛을 차단하려 열매를 씌운 봉지다. 일을 끝낸 후 바라볼 때와 며칠 전 열매를 솎아내고 봉지를 씌우기까지의 상황은 확연히 다르다. 지난주까지 봉지를 씌우지 못해 동동댔다.

우리는 7월 중순에 따는 단황도와 백도인 애천 중도, 늦게 따는 황귀비의 복숭아를 재배하고 있다. 봉지 씌우기도 먼저 수확하는 단황도부터 시작하는데, 양파나 감자 등의 수확시기와 맞물려 일손 구하기가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우리는 별이 뜨도록 밭에서 살다시피 했다.

몸은 늘어지고 마음만 앞서가던 중 지척에 사는 시댁 동네의 형님이 탈탈거리는 화물차를 몰고 들어섰다. 운전하고 온 형님만 온 게 아니었다. 트럭 적재함에서는 건장한 청년이 내린다. 형님네는 직원을 두고 농사를 짓는데, 우리를 도와주고자 온 것이었다. 일은 눈에 꽉 차고 봉지 씌우기가 진척이 없어 속이 쓰리던 차였다.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

형님이 데리고 온 사람은 캄보디아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다. 매달 형님이 월급을 주고 있는데 하나를 가르쳐 주면 어찌나 눈치가 빠르고 일솜씨가 좋은지 일을 알아서 한다고 했다. 공손하게 인사를 하며 자신의 이름은 '던'이라고 했다. 던은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졌다. 앞치마까지 챙겨 입고는 나를 보더니 주머니가 두 개보다 세 개의 주머니에 봉지를 담아야 손이 들락이는 게 편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사다리를 들고 복숭아나무로 다가간다.

던은 근동에서 인기가 좋단다. 형님네 일을 끝내놓고 나면 바쁜 이웃의 밭으로 가 일을 도와줄 뿐만 아니라, 쉬는 날이거나 일이 없을 때는 시간 알바도 한다고 했다. 동네 어르신들에게도 인기가 좋은데 종종 술친구도 해준다는 거다. 무슨 일이든 척척 해내고 눈치까지 빨라 한 가지 일을 가르치면 열 가지를 하니 어르신들의 엄지가 절로 올라간다고 했다.

던의 옆으로 가 복숭아 봉지 씌우기를 시작했다. 손이 위아래를 스칠 뿐인데 노란 꽃이 자꾸만 늘어난다. 나도 복숭아 씌우기에 한 몫 한다는 소리를 듣는 데 던 앞에서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다. 던은 꼭대기는 자신이 싸야 한다며 가볍게 봉지를 씌우고 내려온다. 내 마음에도 노란 꽃이 피어났다. 오늘 점심은 던이 좋아하는 요리로 챙기려 뭘 좋아하느냐고 물었다. 삼계 닭이란다. 부리나케 들어와 가스에 물을 올렸다.

복숭아 과수원에 앉아 점심을 먹는다. 던이 닭다리를 들고 복스럽게 먹는다. 캄보디아도 아닌 한국에 와서 돈을 번다는 것이 어디 만만한 일이겠는가. 건강하게 지내다 자국으로 돌아가면 가족과 오순도순 살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닭다리를 더 내민다. 던이 하얀 토끼풀꽃처럼 웃는다. 겉치레가 아닌 진심의 미소가 환하게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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