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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07.21 15:30:40
  • 최종수정2025.07.21 15:30:40

이한솔

프로덕트스토리지 대표

사람은 누구나 '좋은 사람이고 싶다'는 욕망을 품고 산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내 선택이 세상에 작은 긍정이 되기를 바란다. 가능하다면 좀 더 윤리적이고, 좀 더 선한 선택을 하고 싶다. 지금의 패션 소비도 그렇다. 이제 사람들은 단순히 예쁜 옷만 찾지 않는다. 이 옷을 입으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되는 걸까?, 이 브랜드는 어떤 가치를 지지하고 있지? 등 그 질문을 입고, 선택을 한다.

나는 '프로덕트 스토리지'라는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디자이너이자 대표로서 매 시즌 옷을 만들면서 이 질문을 계속 떠올린다. 내가 만든 옷이 누군가의 욕망과 만날 때, 그건 더 이상 단순한 소비가 아님을 명심한다. 이건 또한 "나는 좋은 사람이고 싶다"는 욕망을 담아내는 행위가 된다.

하지만 이 욕망은 때때로 불편하다. 패션 산업은 기본적으로 윤리적 선택과 충돌하는 순간이너무 많다. 원단을 고를 때마다 가격과 윤리를 저울질해야 하고, 생산라인을 짤 때는 단가와 공정한 임금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다. 패션 브랜드를 운영한다는 건 결국 '현실적인 선택과 양심의 타협'의 연속이다. 프로덕트 스토리지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는 최근 몇 시즌 동안 리사이클 나일론 원단을 선택해 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리사이클 원단은 말 그대로 버려진 플라스틱을 다시 섬유로 만든 것이다. 바다에 버려진 폐어망이나 공장 플라스틱 스크랩 등이 재가공되어 옷의 재료가 된다. 환경적으로는 분명 더 나은 선택이다. 하지만 가격은 기존 나일론보다 평균 20~30%가 더 비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선택을 했다. 당연히 손익은 맞지 않았다. 단가가 높아진 만큰 제품 가격을 올릴 수도 있었지만, 그 선택을 쉽게 하지는 못했다. 우리는 알고 있다. 고객에게 '윤리적 소비를 원한다면, 이 비용을 함께 감당해야 한다'는 메세지를 정면으로 던지는 건 때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걸. 선의가 강요가 되는 순간, 윤리적 소비는 피로해진다. 그래서 우리는 가격을 최소한으로 조정하는 선에서 멈췄다. 손익을 따지면 무모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익을 조금 덜 남기더라도, 나와 내 브랜드가 지키고 싶은 가치는 무엇인가?

또 하나의 고민은 포장재였다. 처음엔 여느 브랜드처럼 비닐 패키징을 사용할까 고민했다. 옷을 보호하기 위해 비닐을 쓰는건 업계의 기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말 이게 최선인가? 질문이 계속 머릿속에 남았다. 그래서 비닐대신 종이 포장재를 대량 구입했다. 물론 더 불편했다. 비닐보다 부피가 크고, 물류비도 더 들었다. 자재 비용도 몇 배가 추가되고, 포장 과정에서도 시간이 훨씬 걸렸다. 혹시 제품이 포장 도중에 삐져나올까 걱정되어 하나하나 꼼꼼하게 접고 또 접었다. 포장 시간은 두 배로 늘어났다. 그럼에도 계속 하고 있다.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가 과연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고 있는 걸까? 이 정도로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건가? 그럴 때 나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답한다. 한 발자국이라도 앞으로 가는 게 낫지 않나. 가만히 있는 것보단.

우리는 윤리적 패션을 말하고 있지만, 완벽한 실천은 여전히 어렵다. 가령, 우리가 사용하는 리사이클 원단도 완벽하게 친환경적이지 않다. 재활용 과정에서도 에너지가 들고, 석유계 화학 공정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리사이클'이라는 이름 아래 모든 것이 면죄부를 받는 것은 아니다. 또한 국내 생산을 고집하면서도, 때때로 해외 공장과의 가격 비교를 한다. 국내 공장만으로는 수익을 내기가 어려울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 또 묻는다. 나는 진짜 좋은 사람인가? 좋은 브랜드를 하고 있는 게 맞는가?

완벽하진 않지만, 멈추지 않는 질문을 하기로 한다. 윤리를 말하면서 장사를 한다는 건 어쩌면 위선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위선을 감당하고, 더 나은 방향을 고민하고, 조금씩이라도 '더 나은 선택'을 제안하는 것, 그게 지금 프로덕트 스토리지가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좋은 사람이고 싶은 욕망은 결국 '완벽한 답'이 아니라 '질문을 포기하지 않는 태도'라고 나는 믿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원단을 쓸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생산과정의 착취를 피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포장재를 더 줄일 수 있을지. 옷장을 채우는 것이, 결국 세상을 채우는 일과 연결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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