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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07.17 14:48:04
  • 최종수정2025.07.17 14:48:04

홍성란

수필가

산이라고 다 같은 산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금강산은 단연 품격이 다르다. 산 자체가 그렇고 수많은 봉우리가 주는 신비함도 다르고 아름다움도 빼어나다. 때문에, 누구고 금강산이 담고 있는 이 아름다움을 한 장의 그림으로 표현하기는 매우 어렵다. 하지만 이 어려움을 떨치고 금강산을 핍진하고 신기롭게 그려낸 이가 겸재 정선(1676-1759)이 아닐까. 그 작품이 바로 〈금강전도〉다. 마침 300년 전 그렸던 겸재의 그림이 호암 미술관에 전시되고 있다.

겸재 작품이 이렇게 대규모로 전시되는 건 오랜만인 것 같다. 하나의 작품이 화가의 생이며 삶이듯, 모든 작품이 그의 삶을 말하고 있다. 36세 때 그린 〈신묘년풍악도첩〉을 시작으로 81세 〈천불대〉까지 산수화는 물론이고 여태 보지 못했던 화조영모화(花鳥翎毛畵)까지 다양한 작품세계를 볼 수 있었다. 특히 절친 이병연과 나눴던 시와 그림은 진정한 지란지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뭐니 뭐니해도 나의 최애는 〈금강산전도〉이고 그다음이 〈경교명승철〉이다. 수차례 방문하고 가장 많이 그린 장소다. 아마도 이런 노력이 있었기에 핍진하고 신기로운 붓질이 탄생할 수 있지 않았겠는가.

사실 진경산수화와 겸재 정선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뭐가 진경산수화인지는 잘 몰랐다. 그렇다고 이 관람을 계기로 안다고는 못하는 게 예술이란 걸 안다. 그럼에도 나는 〈금강전도〉를 보며 그가 얼마나 대단한 화가인가를 진심 느꼈다. 한 장의 그림에서 그는 무엇을 가리켰을까. 어찌 보면 그는 금강산을 세계에 알린 홍보대사요 우리 땅을 극진하게 사랑한 문인화가다. 중국 의존을 벗어나 우리나라, 우리 것에 대한 사랑의 싹을 촉발한 사람이며 이것이〈금강전도〉가 갖는 의미며 예술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금강전도〉는 작은 크기의 그림이다. 이 작은 그림을 많은 사람들이 숨을 죽이며 바라보고 있다. 그들은 왜 여기 왔을까. 유명한 그림이라서· 그림을 좋아해서· 다 아니라고는 못한다. 그러나 적어도 가지 못하는 먼 그리움을 그림으로나마 달래 주었고 우리 것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을 느끼게 해준 작품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더구나 겸재의 창작성이라니. 당시 사진기가 어디 있으며 자동차를 상상이나 했을까. 그런데 그는 도보 방문으로 가서 사진을 찍듯 일만 이천 봉우리를 압축하듯 작은 종이 위에 올렸다. 해설자 말로는 이건 부감법 덕이라 하는데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듯한 기법이란다. 그러고 보니 그림 왼쪽은 푸른 빛을 점처럼 찍어 나무숲을 묘사했고 오른쪽 높은 봉우리들은 부감법으로 수많은 봉우리를 올릴 수 있었다.

또 하나 작품을 보면서 겸재 선생에게서 감탄한 점은 그의 예술을 대하는 방식이다. 그의 작품이 그걸 말하고 있다. 겸재 작품의 전체적 특징은 나이를 더할수록 작품 수뿐 아니라 화가로서의 전문적 역량이 완숙 되어갔다는 점이다. 더구나 고령의 나이로 갈수록 그림이 빛을 발했다는 건 무엇보다 그가 삶과 예술을 즐겼기 때문에 가능했을 이야기다. 금강전도를 필두로 〈연강임술첩〉, 70대에 〈계상정거도〉, 만폭동을 이어 〈정묘년해악신첩〉을 36년만에 다시 완성하였고 76세엔 〈인왕제색도〉를 통해 노장의 힘을 보여줬고 81세 〈천불대〉가 그렇지 않은가. 그야말로 겸재 파이팅이다.

잘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고 한다. 그가 오래도록 독창적으로 그릴 수 있었던 이유가 저 말 속에 있다. 병자호란과 임란 후 중국의 의존에서 벗어나 우리나라에 대한 자존. 자부심을 세운 18세기 조선의 시대적 상황과 맞닿아 그는 즐기면서 그림을 그리고 문인화가답게 독서와 사색의 삶을 영위했다. 300년이 지난 지금, 우린 그의 예술과 삶에서 무얼 배워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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