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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연

음성문인협회장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낮, 에어컨과 선풍기 바람이 시원한 거실에 눕는다. 시간이 있어도 휴가를 떠나는 길이 엄두가 나지 않는다. 최적의 피서지로 집을 택했다. 맛있는 음식 먹으며 휴대폰만 들여다보는 호사를 누린다.

둘째 아들이 내년 결혼을 앞두고 6월 말경 신혼집이 될 아파트에 먼저 입주하게 되었다. 살림을 알뜰하게 장만하는 게 보기 좋아서 쓰지 않은 물건을 찾아서 쌓아놓고 필요하면 가져가라고 챙겨놓았다. 시작하고 보니 여기저기 새로운 물건이 계속 보였다. 결혼해서 지금까지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접시부터 수건까지 만물상이 따로 없었다. 상표도 그대로 붙은 새것임에도 써 보지도 못하고 낡아서 버려야 하는 것도 많았다.

정리하다가 같은 블라우스를 두 개나 샀다는 것도 깨달았다. 이미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할인판매를 해서 샀던 기억이 났다. 그뿐만 아니라 새것처럼 포장된 물건을 뜯어보고도 어디에 쓰는 건지 몰라서 설명서를 찾아 읽을 정도였다. 물건을 잘 찾으려고 투명 수납 상자를 사들이다 보니 그 또한 차고 넘쳤다. 꺼내면 꺼낼수록 기억조차 없는 물건도 수두룩하다. 그러면서 '정리하는 비법'과 관련된 영상을 보며 이참에 비워보기로 작정했다. 필요 없는 수납 상자도 정리했다. '이게 내게 필요한 걸까? 이걸 써야 할까? 누가 필요할까?'라는 질문을 수없이 한다. 정리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은 '비우는 것이 시작'이라는 말이다.

같은 종류를 한 공간으로 구분해서 모아보니 선명하게 보인다. 욕실 수납장에 빼곡한 청소 용품과 세면도구만 봐도 기가 막힌다. 반나절 땀 흘리며 한 결과다. 혼란이 구석구석 들어찼던 곳에 여백이 보인다. 손에 움켜쥐고 있으면 되는 줄 알았다. 물건마다 의미를 부여하며 나누지 못했던 욕심을 버리고 놓아주는 연습을 한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구획을 나눠서 숨어 있는 보물을 찾을 요량이다. 이 보물은 이제 나눔 상자에 담겨 나보다 더 잘 사용하고 물건의 가치를 알아주는 이를 만날 것이다.

정리는 단순히 물리적인 것만이 아닌 감정적인 문제이다. 내가 버린 물건 하나하나가 애착이 있고 습관과 망설임 때문에 붙잡고 있었다. 정리하는 대신 놓아주기로 한 결정은 해방감을 선사했다. 오랫동안 잊고 지낸 것들로 가득 찬 무겁고 꽉 찬 서랍이 아니라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모든 공간이 채워질 필요가 없다는 깨달음이 삶의 태도를 바꾼다. 서랍 하나를 반쯤 비우는 일이 오히려 홀가분해진다.

문우의 인연으로 변함없이 활동하고 있는 분과 차 한잔하며 살림을 비워내는 근황을 얘기하니 맞장구를 쳐준다. 내 얘기를 오롯이 듣기만 하다가 건넨 말 한마디가 묵직한 메아리로 들려온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다시 읽어봐야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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