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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07.17 14:47:00
  • 최종수정2025.07.21 19:37:17

김경숙

(전)청주시평생학습관장

섭씨 30도 넘는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그런 날씨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듯 이마의 땀을 훔치며 "선생님 안녕하세요"라며, 구부정한 등에 가방을 둘러메고 들어오신다. 그 가방이 묵직한 걸 보면 학습에 필요한 책, 공책 등 필기도구만 들어 있는 게 아닐 것이다. 친구들과 나눠 먹을 간식도 푸짐하게 싸 가지고 오신 듯하다. 하루도 빠짐없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등교하시는 모습이 청춘이다.

나는 학창 시절에 방학이 되기를 손꼽아 기다렸었는데 어머니들은 방학이 없었으면 좋겠단다. 방학이 길어질까 걱정이 대단하다. 그동안 배운 것을 잊을까 걱정이 앞선단다. 글자 쓰는 순서도 틀리고 삐뚤지만 받아쓰기도 곧 잘하신다. 수학 시간에는 시계 공부를 하였다. 좀 더디지만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손가락이 바쁘다. 어느 날 지각을 한 어르신께 왜 늦었냐고 여쭤보니 버스를 놓쳤단다. 어젯밤에 잡은 다슬기를 시장에 나가, 팔고 오다 보니 버스를 놓쳤단다. 연세가 90인 어르신이 낯빛은 중학생 소녀같이 해맑기만 하다. 학교 오는 게 제일 기쁜 일이라고 하시니 얼굴도 나이를 먹지 않는가 보다.

처음부터 학교에 오는 게 즐겁기만 한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가방을 메고 학교에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했는지. 그 속에 얼마나 많은 고민과 결심이 필요했는지. 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을 한 자 한 자 쓰면서 흘렸을 기쁨의 눈물. 혼자서 글을 읽고 버스를 탔을 때의 희열과 감동. 그동안 쓰지 못했던 사랑의 편지를 손주에게 보냈을 때의 벅참. 늦게나마 공부를 하면서 느낀 행복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살아온 세월의 주름만큼이나 오래된 듯한, 손때가 묻은 가방에는 어르신의 빛나는 꿈이 들어 있다. 소중히 간직한 꿈이 그 안에서 한 뼘 한 뼘 자라고 있다. 살면서, 한 번도 만져보지 못한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며 느꼈던 신비로움. 글씨는 삐뚤 빼둘 이지만 뚝배기 된장국처럼 맛깔나게 마음의 시를 써 내려가는 솜씨. 그동안 알지 못했던 재능이 내게도 있음을 알고 시인이 되고 화가가 된 어르신. 늦깎이 학생이지만 그렇게 당신의 재능을 찾아 꿈을 키워 가는 모습이 너무도 아름답다.

친구가 가방 메고 학교 가는 모습, 도시락을 싸서 소풍 가는 모습, 운동회 때 신나게 달리는 모습. 그런 친구들을 부러워하며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꾹 눌러 참아야만 했던 삶이었음을 이제는 웃으며 말하는 어르신. 그 맺힌 한을 풀 수 있어 너무너무 신나고 좋다며 이야기하는 모습에, 나는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가방이 무겁다고, 숙제가 많다고, 방학이 짧다고 투정 부렸던 내가, 어르신이 메신 가방에 담긴 꿈의 무게를 배운다.

배움 앞에서 늦음은 단점이 아니다. 오히려 더 진한 열정과 진심이 있다. 오늘도 어르신이 가방을 메고 교실로 들어오신다. 그 가방은 어르신의 오랜 꿈을 키우는 가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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