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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현

세명대학교 교수

얼마 전 드디어 스마트워치를 구매했다. 수영과 러닝을 시작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만큼 운동량과 시간 등을 효과적으로 관리해 보고 싶었던 터라 스마트워치를 사용하자고 마음먹게 되었다. 사고 난 뒤 시계의 여러 기능들을 살펴보자니 마음 상태를 기록하고 명상하는 메뉴가 눈에 띄었다. 규칙적으로 자신의 마음 상태를 확인하고 짧은 시간 동안이나마 명상하는 시간을 가져 보는 기능은 꽤 유용해 보였다. 그래서 기계의 매뉴얼을 익힐 겸 요즘 일부러 이 기능을 사용하려고 노력 중이다. 다만 이 기능은 사람을 좀 귀찮게 하는 구석이 있다. 알람이 울리면 그때마다 내 마음 상태를 의식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러한 작은 귀찮음이 무심코 흘러가는 하루 일과 속에서 '나'라는 존재의 상태를 잠시 들여다보고 언어로서 인식하게 해준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마음의 상태를 들여다보고 그 상태를 언어로 기록하는 항목 자체는 매우 단순하다. 그러나 어떤 항목으로 내 마음을 기록할지 선택하는 짧은 사고의 과정 자체가 명상의 순간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만약 내가 '보통의 마음 상태'라는 항목을 선택하고자 한다면 '보통'이라는 마음 상태로 기록할 만한 오늘 하루 중 이 순간의 마음은 어떤가를 곰곰이 생각하고 여러 키워드로 정리하게 된다. '나는 지금 어디에서 누구와 함께 있으며 그것이 편안한가 아니면 불편한가' 등을 고려하면서 다양한 생각의 물꼬를 트고 그것을 따라가다 보면 하루를 꽉 채우는 외부의 자극과 피로로부터 잠시 시선을 돌려 나 자신에게로 향하는 명상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언어는 우리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아주 사소하고 간단한 것이라 하더라도 풍부한 의미를 내포한 표현의 한 형식이다. 하나의 언어는 인간의 마음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다양한 생각들을 마주할 수 있는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언어가 단순해지고 사라진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적 소통이 원활해지지 않고 병들어 간다는 신호일 수 있다. 쉬는 시간마다 강의실을 꽉 채웠던 학생들의 시끌벅적한 수다가 최근 몇 년 사이 급속하게 사라지는 풍경을 직접 목격하면서 나는 언어와 함께 사라져 가는 소통의 문제를 무겁게 인식하게 되었다. 학생들에게는 스크린 안의 세계가 소통의 중요한 공간이겠지만 거기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은 겨우 외부의 대상들이 잡다하게 쌓아 올린 언어와 이미지들이다. 자신의 고유한 언어를 찾는 것은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는 것이다. 언어가 없다면 인간의 정신적 심연에 접속하는 일은 불가능해진다. 언어 없이는 인간의 고유한 정신과 그것으로부터 연유하는 고유의 정체성 또한 파악할 수 없을 것이다.

요즘에는 다양한 콘텐츠들이 수많은 언어와 이미지들을 쏟아내면서 엄청난 규모로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것처럼 보인다. 이뿐만이 아니다. CHAT GPT가 사람들을 대신해 수많은 데이터를 활용하여 편리하게 일하고 소통하는 길을 열어 주고 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러한 엄청난 변화의 과정에서 인간은 점차 자신의 진짜 언어와 정신을 상실해 가고 있다. 최근 들어 명상과 정신 상담 관련 콘텐츠들이 급부상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어 보인다. 시대의 변화에 민감하게 대처하는 것과 유행에 뒤처지지 않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도 자신의 본질을 잃으면 안 될 것이다. 그것을 위해 하루 중 잠시 짬을 내어 마음 상태를 언어로 표현해 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행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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