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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수필가

'점심을 무엇으로 하지' 하는데 얼큰한 감자 수제비를 끓이시던 어머니의 손길이 생각난다. 무더운 여름날, 마당의 화덕에 양은 솥을 걸고 밀가루 반죽을 떠 넣으실 때 외동딸인 나에게 불을 지피라시던 어머니, 조막만 한 손으로 아궁이에 보릿짚을 욱여넣던 유년의 초상이 한낮의 햇빛 사이로 지나간다. 그 시절 보릿짚 타던 냄새와 입가에 묻은 뻘건 국물 자국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길섶에 질경이꽃이 피고 도랑을 따라 쇠뜨기와 말 풀이 바람에 하늘거리던 곳, 짙어가는 여름에 정겨웠던 마을 풍경이 그리워진다.

부모님들이 돌아가시고 보니 찾아갈 시골이 없다는 게 서글프다. 허름한 농가라도 마지막까지 남겨둘 것을 하는 후회를 하기도 한다. 가끔 동심이 그리울 때 추억어린 고향을 그려보건만 뇌리에서 점점 흐릿해지는 시골 풍경들이 야속하다. 그리움 때문일까. 구불구불한 시골길을 보면 저만치 고향 집이 보일 것 같아 아무 연고도 없는 한적한 길을 자주 달리곤 한다. 들에서 김을 매시던 아버지는 보이지 않고, 고추밭엔 어머니의 빈 그림자만 오가는 것 같대도 나는 시골이 좋다.

친구가 피서 겸 연풍에 있는 자기 친정집에 가서 쉬다 오자고 했다. 백수를 앞둔 노모가 치매가 심해져서 요양원으로 모셔 시골집이 몇 해째 비어있다고 한다. 칠월의 들판은 온통 푸른 빛이다. 들풀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길가에 마중 나온 여름꽃들이 우리를 반기며 동심을 노래하고 있다. 마침내 차는 마을에 다다랐다.

마을 초입에 늙은 느티나무가 길게 그늘을 치고 있다. 매미들의 합창 소리에 더위도 한결 가벼워지는 기분이다. 산들산들한 바람이 조붓한 골목을 따라 집을 안내하듯 앞장서 간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황소울음 소리에 마음이 느긋해진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니 문간 옆 몽당 싸리비는 잔뜩 거미줄만 휘감긴 채 노모의 시간을 말없이 붙잡고 있다. 한때는 올망졸망한 자식들과 떠들썩한 사람 냄새를 풍기었을 텐데, 바지랑대 사이로 잠자리만 날아다닌다. 메마른 수돗가에 물기 잃은 숫돌만이 빈집을 지키는 듯 집안은 적막하다. 마루 끝에 걸터앉으니 헛간에 가지런히 놓인 농기구들이 눈에 띄었다. 닳고 닳아 보이는 낫과 호미 괭이 그리고 녹슨 삽과 쇠스랑, 낡고 묵어 지금은 볼품없어 보이는 쇳덩이지만 한평생 한 집안을 세워가던 삶의 도구가 아닌가. 그러니 가족과 함께한 생애요 역사인 셈이다. 아무 감정도 느낌도 모르는 연장이라지만 한때는 온몸을 불태우며 열정을 쏟았을 쇳덩이들, 동면하듯 웅크리고 있는 농기구들이 버림받은 낙오병처럼 처연하고 서러워 보인다. 한평생 농사일에 자식 농사까지 밤낮으로 애태우시던 부모님 생각에 마음이 먹먹해 왔다. 자세히 보니 차갑고 단단한 무쇠에 이끼가 피고 쇠에서 비릿한 향기가 난다. 옛날 우리 집 허 청에 묵은 삽에서 나던 기억 속의 냄새였다. 삶의 무게를 버티느라 단내 한번 못 내고 평생 땀내만 풍기던 아버지의 잔상들이 어렴풋하다. 뒷간 옆 손바닥만 한 텃밭에서 반가운 이름을 불러본다. 쇠 똥 풀 비름나물 풀…. 더위에 지친 호박 넝쿨이 느릿하게 담장을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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