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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산옥

괴산문인협회 회원

아침식사 중이었다. 남편이 나의 등 뒤에 있는 주방창을 응시하고 있다. 나는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알고 미소를 짓는다. 건너편 집에 블루베리 밭이 있다. 그 위를 독수리가 날아 다니고 있다. 새를 쫓기 위함이다. 그러나 설치를 잘못했는지 제대로 비행을 못하고 있다. 이 집은 3~4년을 빈집으로 있었다. 최근에서야 문서가 바뀌고 새로운 집주인이 나타났다. 이 사람은 세컨드하우스로 활용을 하려 한다. 오랫동안 사람이 거주하지 않았기에 안팎으로 집수리를 하느라 여러 날을 머물렀다.

전 주인은 밭 일부에 블루베리 100주를 심었었다. 몇 년을 돌봄이 없었기에 잡초와 나무는 서로 자리다툼하느라 엉켜있었다. 나는 잡초를 자유롭게 방임하게 되면 나무못지 않게 커다랗게 자란다는 것을 옆집으로 인해서 알게 되었다. 때문에 어떤 잡초는 블루베리 나무를 아예 저의 몸으로 푹 뒤집어 씌워 나무를 옥죄었다. 옆에서 지켜보기가 딱했으나 이제는 제대로 관리를 잘 받으리라 믿는다.

본격적인 장마의 시작이다. 밖에서는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다. 강한 바람과 함께이다. 그 덕분에 독수리는 상처투성인 채로 열일을 하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날개를 심하게 다쳤기에 애처롭기도 하고 볼썽사납기도 해 흉한 모습이다. 마음이 괜히 불편해진 나는 남편에게

"우리 독수리 너무 애쓴다. 이제는 그 아이 그만 혹사 시키지. 그동안 고생했다고 위로해주고 쉬게 해줍시다. 새릅게 다른 독수리를 입양하고."

우리는 블루베리 나무가 40주 있다. 열매가 익어갈 즈음에 어디서 먹거리가 있다는 소문을 전해 듣고 새들이 하나둘 찾아왔다. 나중에는 그들만의 리그로 잔치가 벌어진 듯 주변이 어수선하고 시끄럽다. 서로가 조금씩 나누어 먹으면 좋은데 새들은 나눔을 모르는지 제대로 먹지도 못하면서 열매 이곳저곳에 흠집을 남겼다. 나는 내 몫을 되찾기 위해서 창공의 왕 독수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쫓아달라고. 효과는 만점이다. 그 덩치로 제공권을 장악하고 사방팔방 비행하며 내는 소리에 새들이 놀라서

'푸드덕'

도망가기 바쁘다. 아마도 새들은 알것이다. 가짜라는 걸. 허나 그들은 알면서도 접근을 못하고 포기를 한다.

우리의 민속놀이 중 연날리기가 있다. 보통 방패연이 일반적이며 연(鳶)은 문구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연놀이는 초겨울에 시작해서 이듬해 봄까지 행하며 모든 국민들이 즐겨했던 전통놀이 중 하나이다. 그러나 농작물을 보호하기 위해 투입되기도 한다. 조류퇴치 용으로 나온 독수리연은 독수리 답게 사이즈가 크고 날개를 팔랑거리며 하늘을 나는 모습은 용맹스럽다. 꼬리 부분에는 쇠딸랑이 4개가 달려있다. 추(錘)로서의 중심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바람을 가르며 움직일 때마다

'딸랑딸랑'

소리는 새에게 공포심을 유발할 것이다. 설치하는 방법은 밭 중간에 낚싯대를 고정시키고 낚싯줄에 연을 매달면 된다. 독수리는 마치 제 세상을 만난 듯 자유롭게 밭 주변을 360도 회전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독수리의 활동을 기대했다. 그런데 독수리의 상태가 건강치 못하다.

"뭐지? 왜 저렇게 너덜너덜 해졌지? 매달은지 얼마나 되었다고."

나는 남편에게 "재 왜저래?"

남편은 웃으면서 우리집에 온지 3년 차에 접어들었다고 하였다. 나는 조금 놀랐다. 매년 새로운 독수리로 교체하는 줄 알았으나 낡아서 터지고 찢어지면 계속 수선하면서 재활용하고 있었다. 그 알뜰함이라니. 나는 남편에게 흉하니 비 그친 후 새로 교체하라고 부탁을 했다. 거실 창가에 서서 멍 때리고 있을 때 창공을 향해 회전하는 독수리연은 지켜보는 것도 힐링이 돼서 좋다. 그 생동감이라니. 양쪽의 날갯죽지가 완전 너덜거린 채로 하늘을 휘젖는 모습이 나의 늙어가는 모습과 연관되어 참 싫다. 세월이 비켜가는 것은 아니지만 늘 사물의 아름다운 모습만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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