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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07.13 15:10:11
  • 최종수정2025.07.13 15:10:11
단군 할아버지가 오천 년 전 한반도에 나라를 세운 이래, 우리나라 예술가 중에 세계적으로 이름을 널리 알린 사람은 음악 분야에 BTS, 문학 분야에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미술 분야에는 백남준을 꼽을 수 있겠다.

백남준(1932~2006)은 20세기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예술가 중 한 명이다. '비디오 ART'의 선구자로 TV와 기술적 매체를 예술 작품에 통합해 현대 예술 발전에 기여한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그는 서울에서 아버지 백낙승, 어머니 조종희 사이에서 금수저로 태어났다. 경성제일고보를 졸업하고 6.25 전쟁 중인 1951년 가족들과 함께 일본으로 이주해, 동경대학에서 미학을 공부하고, 미국과 독일에서는 철학과 음악공부에 몰두한다.

백남준은 '비디오 ART'이전에 기괴한(?) 행위예술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백남준'이라는 이름을 각인시켰다. 여러 행위예술 중 피아노 연주회 도중 갑자기 감춰놓았던 도끼를 이용해 피아노를 부숴버린 것은 압권이다. 이것 말고도 수많은 형태로 기존 예술의 권위에 도전하고, 새로운 표현방식을 모색하였다. 이처럼 파격적인 행위예술을 통해 새로운 시대의 예술을 제시하였고, 많은 작가들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고 있다. 미국에는 '백남준學'이라는 것이 생길 정도로 그의 영향력은 크다. 백남준의 이러한 예술적 상상력은 밑바탕에 깔려있는 심오한 철학과 분야를 가리지 않는 광적인 독서에서 나왔다고 보여진다. 매일 두세 시간씩 여덟 개의 주간지, 네 개의 월간지, 세 개의 일간지를 읽었다고 한다. 백남준의 상상력은 1,000년 후의 세상을 내다볼 정도로 탁월했는데, 백남준과 활동했던 강익중 작가는 그를 '낮에도 별을 보는 사람'이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1998년,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 앞에서 실수 아닌 실수를 해 많은 사람들이 쇼킹했다. 백악관에 초대된 백남준이 대통령과 악수하던 중 바지가 흘러내린 사건이다. 당시 백남준은 뇌졸중 후유증으로 신체적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었고, 이러한 상황에서 악수 직전에 바지가 흘러내린 것이다. 단순한 실수였다고는 하는데, 당시 이 사건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은 연이은 성스캔들로 입방아에 올랐던 클린턴을 '빗대어' 실수가 아닌 퍼포먼스를 한 것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클릭하면 확대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작품 설치 협의 중인 백남준.

ⓒ 연합뉴스
백남준이 일본, 독일, 미국 등 여러 나라를 떠돌다가 35년 만인 1984년 다시 고국에 돌아왔다. 어느 기자가 그에게 "왜 한국 무대를 놔두고 외국 무대에서만 활동하나요?"라는 질문에 "문화도 경제처럼 수입보다는 수출이 필요해요. 나는 한국의 문화를 수출하기 위해 세상을 떠도는 문화 상인입니다"라고 우문현답한다. 이 명언은 대한민국의 전반적인 국력이나 국제적인 위상이 지금보다 크게 낮았던 시절에, 현재 전 세계를 열광케 하는 한류를 예견한 탁월한 선견지명이었다. 이어령 교수는 "백남준이 한국에서 예술을 했다면 이렇게 세계적으로 유명한 거장이 됐을까? 아마도 힘들었을 것이다. 아쉽게도 한국 사회는 귤을 맛있는 귤로 키우지 못하고 탱자로 만드는 경향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일찍 한국을 떠난 덕분에 한국인의 원형적 심성과 내면을 가장 잘 보존한 사람이 됐다고 나는 믿는다. 그리해 그가 만든 작품 앞에서 우리는 잃어버린 기억과 한국의 문화적 유전자를 대면하게 되는 것이다"라고 백남준의 국제적 활동을 옹호한다. 백남준이 한 말 중에 또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이 있는데, "전위 예술은 한마디로 신화를 파는 예술이지요. 자유를 위한 자유의 추구이며, 무목적한 실험이기도 합니다. 규칙이 없는 게임이기 때문에 객관적 평가란 힘들지요. 어느 시대건 예술가는 자동차로 달린다면 대중은 버스로 가는 속도입니다. 원래 예술이란 반이 사기입니다. 속이고 속는 거지요. 사기 중에서도 고등 사기입니다. 대중을 얼떨떨하게 만드는 것이 예술입니다"라고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여기서 예술이 '사기'라는 말에 많은 사람들이 '사기'라도 당한 듯이 민감하게 반응하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로 유명한 유홍준 교수는 "백남준의 말을 빌려 현대미술을 일컬어 사기라고 해도 좋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사기란 정치꾼이나 장사꾼의 그것과는 달리 아주 애교 있고 악의 없는, 그래서 우리의 정서함양에 매우 유익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예술은 사기이되 이유가 있는 사기인 것이다"라고 말하며 백남준을 엄호사격한다.

기존 서구 예술계에 도전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었던 백남준은 해학과 해프닝을 뒤섞은 '사기'라는 강도 높은 단어로 생존 전략을 삼았던 것이다. 2006년 1월 29일, 다시 한번 현대미술을 뒤집어 놓겠다고 장담했던 그는 미국 마이애미의 자택에서 별나라 여행을 떠난다. 유해는 서울, 뉴욕, 독일에 나눠서 안치됐다. 그는 갔어도 치열하게 타올랐던 그의 예술정신은 길이 살아남을 것이다. 1984년1월1일 아침, '굿모닝 미스터오웰'를 통해 백남준을 처음 접한

33년 후배는 지금도 그의 예술세계를 명쾌하게 이해 못하지만, 오늘도 선배님의 정신을 이어받아 사기 칠 궁리(?)를 하러 작업실로 출근한다.

이동우

미술관장·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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