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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

사회 초년생은 첫걸음부터 실수투성이다. 직장 내 상사, 동료와 화합도 서투르다. 또한 처음 대하는 일은 생소하다 못하여 속성 및, 원리에도 무지하다. 필자역시 그러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뎌 회사에서 좌충우돌 할 때 일이다.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처음 입사 한 곳은 포장재를 생산하는 어느 무역 회사 사장실이었다. 당시 사장은 출근 첫날부터 모든 업무 스케줄을 임의로 내가 알아서 매일매일 계획하라고 맡겼다. 이 때 필자의 업무에 대해서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 그리곤 입사 한지 불과 채 20 여 일도 안 된 필자에게 느닷없이 거래처를 찾아가라는 지시를 했다. 그곳 임원을 만나서 업무에 대한 일을 타협하라고 했다. 처음엔 그곳 업무 파악이 안돼서 무엇부터 어떻게 일을 처리해야 할지 난감해 눈앞이 캄캄 했다. 그 누구도 필자를 위하여 일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알려주지 않는 냉혹한 현실이었다.

이 때 이곳 업무에 적응하려면 스스로 도전하고 창의성을 발휘하는 수밖에 별 묘책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았다. 궁여지책으로 사장의 업무 지시 내용을 백지에 수없이 써 보기도 했었다. 그리곤 그 써 갈긴 낙서를 통하여 이 업무 속에 내재된 보이지 않는 타협 안건을 발견하려고 애썼다. 또한 현재 회사의 재정 및, 사원들 복지 상태 등 동향을 하나하나 면밀히 살펴보았다. '과연 회사가 거래처에서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일까?'추론 및 추리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런 노력에 의하여 회사가 거래처에 대한 절실한 요구에 관한 쟁점을 이 모든 것들에서 도출할 수 있었다. 그때서야 비로소 처음 맡게 된 업무 속성을 파악하기에 이른 것이다. 회사 입사 후 필자가 처음 업무 개시를 한 거래처는 다름 아닌 포장지 주원료인 특수 종이재질을 생산하는 공장이었다.

답은 간단했다. 그곳 공장을 찾아가면 원가 절감 방편으로 필자가 근무하는 회사에 납품 하는 종이 값 단가를 최소로 낮춰 달라고 부탁하는 일이었다. 아니면 딴 곳을 물색, 이곳과 가격을 견줄 것이라고 선제 방법을 제시할 계획도 세웠다. 이 묘안을 갖고 드디어 거래처 임원을 만났다. 그리곤 이곳 보다 딴 곳이 단 얼마라도 싼 가격으로 종이를 납품하겠다면 그 곳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배짱을 부렸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여기 종이가 품질이 우수하여 그동안 딴 곳에서 싼 가격으로 물품을 납품하겠다는 제의도 물리쳤다는 칭찬도 은연중 했다.

이 말을 들은 그 임원은 생각 끝에 타 공장보다 현저히 차이나는 가격으로 종이를 납품해 주겠다는 승낙을 했다. 사장에게 이 희소식을 전하자 그는 만면에 웃음을 띄우며, "역시 내가 사람을 제대로 봤네" 라며 좋아라했다. 당시 필자가 비록 비서직이었지만 담당 상사가 해결 못했던 일을 당당히 해낸 것이다.

지금 돌이켜보니 그 사장은 필자 인생에 명사(明師)였다. 즉 직장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를 알려준 '눈 밝은 스승'이기도 했다. 그 때 그곳에서 터득한 생존 방법은 훗날 삶에도 많은 도움을 주었다. 어떤 어려움에 봉착했을 땐 좌절을 딛고 나아갈 길을 먼저 모색하는 일이 그것이다. 밟힐수록 일어나고, 삶의 한계점에 내몰릴수록 힘차게 땅을 딛는 강인한 삶의 방식을 배운 것이다. 아울러 다가설 때와 물러설 때를 아는 중용도 익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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