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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자

수필가

봄 한 철 나는 나물은 종류도 많다. 참나물, 다래 순, 산 뽕잎, 취나물, 미역 초, 뚜갈 나물, 잔데 싹, 삽초 싹, 더덕 순, 우산나물 등 산에는 이름도 모르는 산나물이 지천이었다. 어른들은 그 많은 식물 중에 먹을 수 있는 것과 독초를 어떻게 구분했는지 신기하다.

어린 시절, 몸빼 바지에 장화를 신고 동네 분들과 함께 산나물을 뜯으러 갔다. 당시, 내가 아는 것은 흰색 꽃과 보라색 꽃이 피는 산도라지가 전부였다.

엄마 몰래 가져온 놋쇠 숟가락으로 땅을 파서 도라지를 캤다. 종다리가 조금씩 채워지는 것에 신바람이 났다. 도라지를 캐다가 잔데 싹이 보여 캐서 껍질을 벗겨 먹어보았다. 아무 맛도 느낄 수 없는 밋밋한 맛이었다.

우리가 산 입구에서 장난치며 도라지와 잔데를 캐고 있는 동안 아주머니들은 산나물을 니꾸사꾸 가득 담아 메고 내려와 대청마루에 쏟아놓았다. 연한 것과 약초, 도톰한 나물을 골라 연한 나물은 끓는 물에 소금을 조금 넣어 데쳐내고 도톰한 산나물은 식소다를 넣어 삶아낸다.

살짝 데쳐낸 나물을 씻어서 물기를 짜고 채반에 차례로 놓는다. 나물은 같아 보이지만, 소금과 참기름으로 본연의 맛을 살리는 나물도 있고 된장과 들기름으로 무치는 것도 있다.

어머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께 드릴 것을 먼저 상차림하고 나머지는 함지박에 쏟아붓는다. 어른들 상을 안방으로 상을 들이고 난 후 나물이 담긴 함지박에 밥을 퍼서 담았다. 놋쇠 주걱으로 하면 잘 섞이지 않으니 나무 주걱으로 산나물과 밥을 비빈다.

어머니가 밥을 비비는 모습만 봐도 입에 침이 가득 고였다. 금방이라도 비빔밥이 입으로 들어올 것 같아 어머니 옆에 붙어 기다리는 시간도 긴 것 같았다. 어머니표 나물 비빔밥이 완성되면 아주머니들도 함지박 주변에 빙 둘러앉아 입이 미어져라 밥을 밀어 넣는다. 복스럽게 먹는 모습이 볼 불뚝이처럼 보였다.

아주머니들은 삽초 싹이나 참나물, 더덕 순이 들어간 비빔밥 한 숟가락을 먹고 보약 한 첩 먹었다며 좋아했다. 사이가 별로 좋지 않던 분들도 비빔밥을 함께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함지박 비빔밥에 숟가락을 부딪치면서 서로 배려하고 양보했기 때문이리라.

그렇게 사이가 좋아진 아주머니들은 집으로 돌아갈 때 식구들에게 줄 산나물을 한 지기씩 가지고 간다. 남은 나물을 무쳐 고유의 맛을 음미해 보려는 것이다.

이모는 산도라지와 잔데를 씻어 껍질을 벗기고 아린 맛을 빼려고 양념장에 재웠다. 양념장한 잔데와 도라지를 석쇠에 구워 어른들의 아침상에 올리려는 것이었다.

다음날도 마을 아주머니들이 두레반으로 빙 둘러앉았다. 남은 나물로 비빔밥을 만들어 먹기 위해서였다. 이모가 부엌에 가서 함지박을 가져와서 밥과 나물 모두를 쏟아붓는다. 고추장 한 숟가락에 참기름을 넣고 비비니 고소한 냄새가 난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숟가락이 쉼 없이 오르내린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한 숟가락이 남았는데 이모가 얼른 긁어 입으로 가져간다. 그러고도 아쉬운지 함지박을 닥닥 긁는다. 그 많은 비빔밥을 금방 게눈 감추듯 먹어치웠다.

어린 시절에 비빔밥을 자주 먹어서 그런지 요즘도 비빔밥을 보면 옛날 생각이 많이 난다. 나이도, 생김도, 성격도 각각 다른 사람들이 비빔밥으로 화합하면서 살아가던 풍경들이 떠오른다. 비빔밥이 아니었다면 그들이 어떻게 어울리고 친해질 수 있었을까.

여러 재료가 섞여 한가지 맛을 비빔밥처럼 사람도 서로 배려하고 양보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비빔밥에 한 수 배운다. 나도 잘난 척하거나 돋보이려고 하지 말고 어울렁더울렁 섞여 사람 냄새나게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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