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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

충북여고 교장

이번 학기에도 학생들과 심화독서토론을 진행했다. 계속 그래왔듯 읽고 토론할 책은 학생들이 직접 선택했다. 학생들은 우선 모둠을 만들고 책을 정하여 읽은 다음 토론지를 만들어 교장실에서 비경쟁 토론에 참여한다. 나도 책들을 함께 읽어야 해서 목록을 살펴보니 여전히 환경을 주제로 다룬 책이 많았다. 그만큼 기후위기 등 환경에 대한 문제 인식과 체감이 확대되었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학생들이 고른 책 중에 그리 탐탁하지 않은 책이 하나 들어 있었다. 마이클 샐런버거라는 사람이 쓴 책으로 제목이 자극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상업적으로 제법 팔려나간 책이다. 이 책이 마뜩하지 않은 이유는 이십여 년 전 논란이 되었던 비슷한 책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젠 거의 잊혀져 언급조차 되지 않는 비외른 롬보르의 두툼했던 책은 발간된 그 당시 환경위기론의 반대론자들에게 참으로 소중하게 여겨졌던 책이다. 아쉬웠던 점은 그러한 책이 갈수록 더해지는 기후위기 등의 환경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찬물을 끼얹는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그 영향이 얼마쯤이었는지는 몰라도 문제 해결을 위한 시간을 지체시킨 것만큼은 틀림이 없다.

학생들에게 적극적으로 독서를 권장하고 있는 만큼, 책에 대한 내 관점에서의 탐탁함 여부를 우선할 수는 없었다. 학생들이 고심해서 골랐을 터이니 토론하는 날까지 믿고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럼에도 학생들이 그저 뭐든 읽으면 좋다라는 입장엔 동의하지 않기에,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에게 달리기를 기대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염려가 지워지지 않았다.

함께 모여 토론하면서 걱정은 풀렸다. 학생들은 그 책을 잘 읽어냈다. 비유하자면, 거친 길을 걸어가면서도 장애물은 피할 줄 알고 조심해야 할 구간에서는 거기에 알맞는 적절한 속도와 보폭을 취했다. 주로 환경위기에 대한 극단적 논지들을 비판하는 데 초점을 두었으나, 저자는 자신의 주장 전개를 위해 공증된 기관의 자료를 자의적으로 발췌 편집하여 왜곡하거나 심지어는 서로 연관이 없는 사항을 그럴듯하게 비교하며 비틀고 있었고 특정 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장면도 적지 않았지만, 학생들은 그런 언술에 넘어가지 않았다. 한 학생은 특히 북극곰을 소재로 견강부회하는 대목에 얼굴을 붉히며 분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우리 삶과 사회의 이슈와 문제를 확인하며,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주장을 접하는 매우 좋은 방법 중 하나는 폭넓은 독서다. 접근 방법의 다양성을 익히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시각의 균형을 갖추는 방법에서도 그렇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의 준비가 있어야 한다. 어떤 이슈에 대하여 아무런 정보를 갖고 있지 않거나 필요한 수준의 독서량이 확보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집필 의도는 물론 논지 전개 방식에 문제가 현저한 책을 읽는다면, 더구나 특정한 목적을 위해 필요한 자료만 취사선택하여 그럴듯하게 주장을 펼치는 책을 먼저 접한다면, 오히려 이유식을 먹는 아이에게 매운 음식을 제공하는 것과 유사한 상황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토론 말미에 레이첼 카슨에 대해 물어보았다.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이름은 모두 알고 있었다. 책의 진정성은 그렇게 드러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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