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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경희

객원논설위원

'똥은 똥끼리 뭉친다'란 말이 있다. 저급한 욕처럼 들리지만 석가모니의 직설 경전인 '상윳따 니까야'에서 유래된 말씀이다. 석가모니의 설법을 새겨보자.

"똥은 똥과 함께, 오줌은 오줌과 함께 모여 어울린다. 침은 침끼리, 고름은 고름끼리, 피는 피끼리 어울린다. 이처럼 저열한 의향을 가진 중생들은 끼리끼리 모여 어울리는 법이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에도 그러고 있으며, 미래에도 그럴 것이다."

거칠고 쉽게 풀면 그놈이 그놈이고, 도토리 키 재기며, 도긴개긴, 유유상종이다. 이렇게 자신들의 이해에 따라 뭉쳐 놀던 중생들은 또 다른 이해를 좇아 갈라져 서로를 비웃는 일을 벌이기도 한다.

오십보소백보(五十步笑百步)란 성어가 이에 맞는 비유다. 전쟁터에서 오십 걸음을 도망친 자가 백 걸음을 도망친 자를 손가락질하는 우스운 상황이 맹자와 양혜왕(梁惠王)의 대화에 등장한다.

달아난 행동은 똑같은데 단지 몇 걸음 덜 도망쳤다 해서 조금 더 멀리 달아난 자를 비웃고 있으나 달아난 본질이 다르지 않음을 맹자는 설명하고 있다. 조금 잘못이 덜하다 해도 본질적인 상황에는 차이가 없다는 일침인 것이다.

우울증 등으로 입원했던 김건희씨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미는 휠체어에 타고 퇴원했다. 이 모습을 두고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들로부터 동정심을 유발하려는 술책'이라며 부인의 휠체어 탄 모습을 공개적으로 노출한 윤 전 대통령의 의도가 '자기 지지층을 자극시켜 동정심을 유발하려는 것'이라고 독하게 비판했다.

"자신이 출두하는 모습은 찍히지 않겠다면서 자기 부인 휠체어를 미는 것을 공개하는 건 잔재주"라는 지적도 곁들였다. 여론의 반응은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박지원 의원이 나무랄 입장은 아니라는 냉소적 분위기다.

부인의 휠체어를 미는 윤 전 대통령의 모습을 정치적 술책이며 잔재주라 핏대를 세우는 박지원은 지난 2004년 휠체어를 타고 대북 불법송금 관련 재판에 출석한 전력이 있다. 이때의 인상 깊은 모습으로 인해 박지원은 '휠체어 쇼'의 원조라는 별칭을 얻었다.

당시 박지원은 환자복에 안대와 마스크를 착용하고 휠체어에 앉아 녹내장으로 인한 실명이 우려된다면서 재판부에 보석을 호소했다.

생명보다 오른쪽 눈을 지키고 싶다며 재판부에 구속집행정지를 신청한 박지원은 녹내장, 디스크, 협심증으로 하루에 18가지 이상의 약을 복용한다며 약물 과다 복용으로 어제 한 말도 잘 떠오르지 않고, 안압 상승이 우려돼 디스크 수술도 하지 못하고 있으며, 협심증에 좋다는 물조차 제대로 마시지 못한다고 했다.

다행히도 강산이 두 번 바뀐 지금 박지원의 건강은 아주 좋아 보인다. 특히 공격적인 말발은 예전보다 더 날이 서 있다. 갈수록 더 젊어지는 모습을 보면 앰뷸런스 안에서 건강을 염려하며 대성통곡했다는 21년 전의 박지원과 지금의 박지원이 같은 사람인가 싶다.

자신이 유능한데 백성이 늘지 않음을 의아해하는 양혜왕에게 맹자가 말했다. "왕께서 전쟁을 좋아하시니 전쟁으로 비유하겠습니다. 전쟁을 알리는 북을 쳤는데 병사들이 갑옷을 버리고 병기를 끌며 도망칩니다. 어떤 사람은 백 걸음을 걸은 뒤에 멈췄고, 어떤 사람은 오십 걸음을 걸은 뒤에 멈췄습니다. 그런데 오십 걸음 달아난 자가 백 걸음 달아 난 자를 비웃는다면 어떻겠습니까?" 왕은 그 비웃음이 당치 않다고 했다.

맹자가 왕의 대답에 쐐기를 박는다. "왕께서 모든 죄를 세월에 돌리지 않으신다면 천하의 백성들이 왕의 나라에 모여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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