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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06.30 17:27:43
  • 최종수정2025.06.30 17:27:43

최한식

수필가

-서양 여인들의 나이는 가늠하기 어렵지만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뭔가 할 말이 있는 듯한 지적인 여인입니다. 잠깐 시간을 내주실 수 있나요

제가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지요.

-자신을 간략히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소개까지 할 건 없지만, 예니 폰 베스트팔렌 마르크스입니다.

-예, 성함이 독일 분 같습니다. 특정 분야에서 일하신 적이 있나요

어떤 분야라기에는 애매하고, 《자본론》을 쓴 칼 마르크스의 아내였습니다.

-인류사에 큰 족적을 남기고 20세기를 뒤흔든 칼 막스의 부인이셨군요. 그 분과는 얼마동안이나 함께 사셨나요.

1836년에 약혼을 하고 1843년에 결혼했지요. 그 후로 늘 함께 하다 1881년에 이 땅을 떠났으니 40여년, 약혼시절부터하면 45년여가 되는 셈이네요.

-남편을 평가하신다면 유능한 분이셨나요

한 마디로 하기는 어렵지요. 아내로서 경제적인 면으로 보면 많이 무능했고, 학문적으로는 무척 유능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단한 분의 아내로서 행복했나요

흔히 하는 말로 파란만장했습니다. 어느 면으로 보는가에 따라 다르지만 제가 악착같이 살았으니 크게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생애 중 어느 면이 가장 마음이 아프셨나요

여성이자 어머니로서 자녀들의 삶이지요. 자녀 일곱 중 넷이 어려서 세상을 떴습니다. 병이라고는 하지만 가난이 큰 원인이었습니다. 평생 지울 수 없는 한으로 남았습니다. 또 한 가지를 든다면 성실한 남편이 저지른 한 번의 외도였습니다. 가난했지만 늘 분주해 하녀를 두었는데 남편과의 사이에 아들을 두었어요. 남편이 부인했고 마침 엥겔스가 자신의 아이라고 변명해 넘어갔지만 다 능히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 슬프고 비참했습니다.

-이제 누구나 그 이름을 아는 칼 막스의 가정은 경제적으로 지낼 만 했나요

잠깐 언급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빈곤을 벗어나기 어려웠고 여러 곳에서 추방을 당했습니다. 가난으로 영양부족일 정도였습니다.

-동양에서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을 씁니다. 그런데 위인들의 삶을 보면 '수신치국평천하'는 몰라도 '제가'를 제대로 한 이는 찾기 어려워요. 남편 분도 '제가'는 어려웠나 봅니다.

동양 말씀을 하시니 "관포지교"란 말이 생각납니다. 관중에게 포숙아가 있었다면 남편에게는 엥겔스가 있었습니다. 평생에 엥겔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남편과 우리 집을 도왔으니 저도 엥겔스에게 많은 고마움을 느낍니다.

-부인은 남편 일을 도우신 적이 있나요

제 입으로 말하긴 뭐해도 제 힘껏 도왔습니다. 민망한 말이지만 남편의 업적이 있다면 반 가까이는 제 도움으로 이룬 것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남편 칼 막스는 저술이 엄청 많고 유명한데, 그런 부분은 부인이 어쩔 수 없는 부분 아니던가요

바로 그 부분에 제 역할이 가장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남편이 워낙 악필이면서 지적인 범위가 넓어 그 원고를 정리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남편 작품 대부분 제 손을 거쳤다고 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부인도 상당한 지식을 갖추셨겠네요

남편과 대화하고 남편을 이해하기 위해 악착같이 공부를 했습니다.

-영국이 아닌 러시아에서 혁명이 일어나고, 역사 속에 결국 공산주의는 실패한 실험으로 끝났는데 그런 면은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역사는 한 가지를 정밀히 실험할 수는 없지요, 너무 많은 요소들이 얽혀있으니까요. 이론적으로 어느 면이 잘못됐다고 꼭 집어 지적하는 일은 흔치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남편 분께 한 마디 하신다면 무슨 말씀을 하시겠어요

"우리는 시대를 잘못 태어났어, 이 시대에 당신이 책을 냈으면 인쇄만으로도 억만장자가 되는 건데…." "다시 살 수 있다면 평범하게 살아보자"

-뜻밖에 사상가의 부인과 긴 대화를 나눴습니다. 평범한 이들의 평범한 삶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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