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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06.29 15:52:58
  • 최종수정2025.06.29 15:52:58

박주영

시인·수필가

35년 동안 문학 활동을 하면서 여러권 책을 출판하고 서양화 전시회도 가졌지만, 내게 시 쓰는 일은 정신의 놀이로 만족해야했다.

음성에 귀촌하면서 월간 곰단지로부터 귀농일기 원고 청탁을 받았다. 몇 년 동안 연재하던 중 출판사측에서 내 시를 칼라 영상 시집으로 출간하겠다는 제의를 했다. 맘이 설렜다. 시 평론 전문가로부터 시를 인정 받는다는 것은 시인의 유일한 희망이자 정신의 부활이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시를 안고 살아온 내 맘 속 깊은 곳을 들여다 본다.

나는 정신 고뇌가 많아서 한때 산으로 들어갈 생각까지 하다가, 평범한 일상으로 남게 된것은 훌륭한 선사들의 지도 때문이었다. 지난 청춘을 정신 고통으로 시름시름 앓다가 나를 유일하게 좋아했던 단 한 사람 지금의 남편과 결혼했다.

결혼 후, 인도의 철학자 크리슈나무르티의 '자기로부터 혁명' 이란 사상집을 인생 지침서로 삼았고, 한때는 기의 세계에 몰입하여 지도자의 길을 걷기도했다.

젊은 시절엔 우울증이란 병이 속 마음 깊은곳까지 파고들었다. 마음 하나 다스리지 못해 얻어진 병으로 정신이 피폐해지면서 몸까지 혼미해지는 날이 많아졌다. 좋은 기운을 빼앗겨버린 내 영혼은 하늘을 스스로 무너뜨린 사람처럼 극복의 단계를 상실한 채 방황했다. 마음속 참 열쇠를 잃어버리고 마음의 벽이 점점 허물어져갔다. 절망적인 생각이 몸을 아프게하고 밤마다 불면증에 시달렸다. 마음속에서 눈물처럼 흐르는 복잡한 번민으로 하루하루를 지내던 어느 날, 숨가쁜 일상에서 벗어나기로 작정하고 시 쓰는 일에 몰입했다.

그렇게 시 공부는 나에게 인생의 실마리를 다시 찾아주었다. 정신의 지주처럼 의지하고 살면서 점차 정신의 안정을 찾아갔다. 지금은 흰머리 날리는 나이에 하늘빛 고운 땅, 시간조차 느리게 걷는 이곳 시골살이에 정 붙이며 살고있으며, 남편과 흙과 함께 살면서, 도심에서 돌아와 농부가 된것은 단순함의 미학을 실천하기 위함이다. 단순 노동이 주는 편안함으로 인생의 참 뜻을 새기며 시와 수필 쓰기에 몰두한다. 그것이 나만의 유일한 수행법이란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돌아와 앉은 인생의 한 모퉁이에서 월간지에 귀농일기를 연재하고있다. 또한 동네작가로 활동하면서 귀농인들의 활동을 신문이나 잡지에 알리고 영상시집도 출간하고 보니 인생은 70부터라는 말이 실감난다. 내 시를 아껴 준 지인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내 책이 전국 서점 베스트 코너에 진열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기쁘다.

오늘도 밭언덕에서 땀흘린 뒤 꿀맛같은 한 끼니를 챙기고, 심장 두근대는 소녀처럼 고요한 숲길에서 푸석해진 마음을 씻어내린다. 내 작은 집 창가에 환한 달빛이 가득해지면, 따숩게 달궈진 방바닥에 평온한 졸음이 스며든다. 가끔은 열정이 갈곳을·잃어 한숨조차 몰아쉬기도하지만, 꽃잎 여리게 핀자리에서 마음속 깊은 곳 모난 가시를 뽑아낸다.

잠시 깊은 생각속으로 빠져든다. 나에게 시란… 나름 이렇게 정리해본다. 무한한 언어들이 꿈속에서 미소지을 때, 첫사랑 들켜버린 순한 양처럼 길을 가끔 헤메이게하고, 그 깊은 세계를 오래 들여보다다가 환하게 베어문 빵을 놓쳐버려도, 서러움을 스스로 풀어내어 나를 고정관념의 늪에서 헤쳐나오게한다.

내 가여운 시가 춤을 추고 노래하려면 시상으로만 오로지 가슴을 삭혀야 하고, 상상력을 창작하다가 떠나는 순간 정신은 다시이 부활해야한다. 어두운 환상을 버리고 우주를 껴안아 시공간을 초월할 때, 고운 시가 탄생하리란 믿음을 굳게 가져야한다. 감추어 두었던 깊은 마음따라 문자의 행렬속에서 악보를 그리 듯 시집을 엮어내고, 문장을 살려 후손들에게 생생한 기록을 남겨야한다.

나는 오늘도 좋은 시 한편을 위해 조용한 향기가 피어나는 시골 방안에서 헛된 마음을 내려놓는다. 정진의 고삐를 바짝 쥐면서 인생의 허무를 팔자라 한숨 돌리며 안경 너머로 보이는 웃음 뒤 기쁨의 바탕은 그저 허상일 뿐, 자신의 부족함을 시로 감추며 나에 의한, 나를 위한, 나에게만 아름다운 졸작 시를 탄생시키고, 함성으로 산이 무너지도록 소리치다가 가엾은 시어들을 보듬고, 누군가에게 값진 의미를 부여할 때 그 희망에 스스로 만족한다.

가끔은 밤마다 외로운 별을 바라보며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기도하지만, 저녁 노을 풀어진 하늘가에서 흰 달이 마중 나올 때까지 하잘것 없는 꽃으로 피어나 쓰다만 문장들을 기웃거리고 깨끗하게 휑궈낸 맘으로 다시 희망을 노래한다.

오늘도 외로움 마저 아름다운 이곳 산골에서 꽃단장 할 일을 점점 줄이고, 수박이랑 참외도 심고 각종 채소들을 자식처럼 키우며 심심한 틈을 애써 메우지 않는다. 너른 벌판에서 맨발로도 넉넉한 마음으로 정진하는 단 열매 맺으려 봄꽃을 피워내고, 내 안의 영토 새로운 빛으로 다시 황혼의 바람 앞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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