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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06.26 15:48:26
  • 최종수정2025.06.26 15:48:26

최승옥

음성문인협회 회원

벌써 열흘째다. 금봉산 아래 복숭아 농장에 들어서면 똥줄이 탄다. 복숭아 솎기에 매달리느라 버겁다. 사흘돌이로 내리는 비까지 훼방을 놓는다. 더욱이 올해는 유달리 나무마다 열매가 포도알처럼 빽빽이 달렸다. 한 가지에 한두 알만 남기고 모두 따내야 하니 손이 이만저만 가는 게 아니다.

한 손으로는 나뭇가지를 붙잡고 반대 손의 손가락으로는 열매를 살짝 밀쳐낸다. 톡톡 소리와 함께 땅바닥으로 떨어지는 열매들을 볼 때마다 안쓰럽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지금 솎아내지 않으면 소비자 앞에 내놓을 수가 없다.

나이 한 살 더 먹은 탓일까?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 농사는 겁부터 난다. 예상치 못한 변화무쌍한 날씨 탓에, 300여 주의 열매솎기가 마무리될 때까지 날씨가 도와줄지 걱정이 줄질 않는다.

복사꽃이 한창 무르익을 시기에 갑작스러운 냉해가 찾아들었다. 복숭아뿐만 아니라 사과와 배 등의 과실 꽃이 얼어버렸다. 농부들은 배슬배슬한 꽃들이 낙화한 후 열매가 달렸어도 울상이다. 과실 솎기도 미뤄졌다. 일이 돌아가는 게 일력이 한목에 달릴 징조다. 일이라는 건 불안하면 더 얽히고설킨다. 그에 복숭아 열매가 알사탕만큼 클 무렵 일이 났다. 우박과 비가 번갈아 퍼부어댔다. 유달리 음성과 괴산 지역에 들이부었다. 그날 우리 부부는 우박과 비를 피하다 얼음장이 되어 바라만 봤다.

4월 28일 오후였다. 우리는 미리 열매솎기에 들어갔다. 한창 일에 몰두하는데 갑자기 날씨가 어스름해지기 시작했다. 이어 우르르 쾅쾅 번쩍번쩍하며 천둥소리까지 요란했다. 이제까지 맞닥트리지 못한 공포를 느끼며 서둘러 남편과 함께 차에 올랐다. 집으로 오는 동안 우박이 퍼붓는데 차창이 깨지는 줄 알았다. 5분 정도 달렸을까. 쌓인 우박에 차가 미끌미끌했다. 바퀴에 우박 부서지는 소리가 뒷덜미를 주뼛주뼛 서게 했다. 더는 나아갈 수가 없어 길가에 차를 세웠다. 잠시 후 이번에는 비가 퍼붓는다. 우리는 말문이 막혀버렸다.

이튿날, 우리 농장이 궁금하여 아침 일찍 차에 올랐다. 고랑으로 들어섰다. 거반 8월 중순부터 수확하는 품종의 열매를 둘러보다 깜짝 놀랐다. 우리 농장은 우박이 살짝 비켜 간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늘 그랬다. 장맛비가 억수로 퍼부을 때도 순탄하게 지나가곤 했다. 감사의 인사말이 절로 나왔다. 한편으로는 몇 년 전 근처에 사는 어르신의 말이 떠올랐다.

어느 해던가? 우리 밭을 지나던 어르신이 이곳은 복 받은 동네라며 금봉산의 유래를 들려줬다. 아주 오래전에, 안골에 살던 분이 돌아가셨다. 그때 상갓집을 지나가던 어느 고승이, 고인을 금봉산봉우리에 꼭 안장하라고 했다. 그리하면 동네가 두루두루 좋을 거라는 말을 남겼기에 고승의 말을 따랐다. 그 후로 자연재해도 피해 갔을 만큼 중동리는 평온했다. 그래서일까? 매번 큰 피해 없이 무탈하게 수확을 맛보았다.

요즘 뭐든 감사하다는 말을 자주 되뇐다. 감사의 마음 밭을 일구지 않고 일손 걱정에 매달렸다. 전설을 믿든 안 믿든 지금, 이만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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