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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애

수필가

요즘은 일주일에 두어 번 점심 도시락을 싼다. 타지에 나가 있는 딸애가 일정상 일주일의 절반은 집에서 머물기 때문이다. 작업의 특성상 식사 시간을 꼭 맞출 수 없다 보니 라면이나 빵으로 끼니를 대충 해결하는 게 속상해서 오전 일정이 없는 날은 되도록 도시락을 싸 보낸다. 사실 학교 급식이 일반화되면서 정기적으로 도시락을 싸본 기억이 없는 듯하다. 아이들이 현장학습을 가거나 가끔 가까운 곳으로 가족 소풍을 갈 때 아니면 도시락 쌀 일이 거의 없었다. 특히 요즘처럼 다양한 김밥과 한식 도시락이 배달 되는 시대다 보니 더욱 그러하다.

오늘은 나물류 반찬을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엊그제 지인이 보내온 두릅 순을 데쳐 무치고 북어 국을 끓였다. 특별한 음식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누가 볼 사람도 없는데 공연히 신경이 쓰여 아침이 부산하다. 문득 어린 시절 어머니의 부엌 풍경이 떠오른다. 다른 어머니들처럼 친정어머니도 오 남매 도시락을 아침마다 싸셔야 했다. 매번 다른 반찬을 싸려니 빠듯한 살림에 머릿살이 지끈거리셨을게다. 똑같은 도시락 다섯 개 위에는 늘 똑같은 라면 봉지가 하나씩 올려지곤 했다. 어머니는 구운 김을 라면 봉지에 담은 뒤 봉지를 절반으로 접었다. 그리고 접힌 부분을 손톱으로 눌러 가지런히 한 뒤에 도시락과 함께 열리지 않도록 끈으로 묶은 뒤 손수건에 싸 주셨다. 도시락을 가방에 넣고 걸어가는 등굣길은 그냥 마음이 밝고 가벼웠다. 내 도시락에는 동생들과 살짝 다른 밥이 들었음은 엄마와 나만 아는 비밀이었다. 매번 그런 건 아니지만 보리쌀이 섞인 밥을 몹시 싫어하는 나를 위해 가끔 배려해 주신 건 지금 생각해도 마음이 따스해진다.

나는 도시락 반찬 중 꼴뚜기 조림과 김이 제일 좋았다. 어머니가 아침마다 김에 들기름을 바르고 맛소금을 뿌린 뒤 불기운이 조금 남아있는 연탄 위에 석쇠를 올려놓고 구우시면 고소한 냄새가 집안 가득 스며들곤 했다. 요즘은 여러 가지 양념을 입힌 김들이 낱개 포장되어 나와 편리하지만 어머니의 손맛이 배인 라면 봉지 속 김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어머니의 마음이 담긴 도시락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이리라. 가끔은 그 맛이 그리워 나도 어머니처럼 김을 굽는다. 그리고 가끔 밑반찬에 마음을 담아 어머니에게 보낸다.

요즘은 음식에 마음을 담아 표현할 기회가 많지 않은 듯하다. 아이들도 집밥을 좋아하면서도 다 모이는 날은 밖에서 먹기를 권한다. 집에서 식사를 하면 주방에 서 있는 엄마의 뒷모습만 보게 되어 마음이 편치 않다고 한다. 그래도 가끔은 따스한 밥을 해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인데. 그래서일까. 딸애 도시락을 준비하면서 모처럼 마음이 즐겁다. 도시락을 갖고 나가기 좋게 현관 앞에 놓아두는데 기분 좋은 향기가 느껴진다. 연휴 때 함께 시간을 보냈는데도 기념일이라고 아이들이 또 꽃을 보냈다. 오월이 아이들에겐 고단한 달이구나 싶다. 생일과 기념일들이 겹쳐 있으니. 무슨 꽃을 담을지 고민했겠지, 마음 한켠이 아리기도 하다. 형식 같지만 꽃바구니도 마음 도시락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한다는 마음을 담아 보내는 그릇인 셈이다. 꽃향기가 아이들의 귀한 마음이려니 생각하며 또 하루를 시작하는 힘을 얻는다. 마음이란 어떤 그릇에 담든 마법처럼 삶을 생동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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