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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알고 있다고 믿었던 직장 내 성희롱 예방, 현실은

황경란 충북여성재단 정책연구팀 연구위원

  • 웹출고시간2025.02.05 13:45:20
  • 최종수정2025.02.05 13:45:20
성평등 환경과 정책 개선은 여전히 우리 지역사회 내 화두다. 충북여성재단은 '이제 양성평등 가치가 지속 가능한 충북을 견인할 수 있도록 도약해 나아가야 하는 시기'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본보와 충북여성재단은 2024 정책연구보고서 내용 가운데 지역사회 공감대 형성과 정책환류를 위한 심층 기획기사를 4편의 주제로 전하고자 한다.

황경란

충북여성재단 정책연구팀 연구위원

'최근 3년간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은 적이 있습니까?'

2024년 충북여성재단의 '충북 중소기업 성희롱 방지 체계 내실화 방안'을 수행하면서 도내 10인~100인 미만 제조업체 종사자들에게 한 질문이다.

그 결과 76.8%가 '없다'고 했고, 8.4%는 소속 직장에서 '예방교육은 실시했지만 출석체크만 하거나 아예 참석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즉, 5명 중 4명은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들을 기회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에 따라 10인 이상 사업체가 매년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교육이다. 다만, 10인 미만 사업체나 남성 또는 여성으로만 구성된 조직에서는 교육자료를 배포하는 것만으로도 교육을 대체할 수 있다.

충북 중소기업 최근 3년간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수강 여부(%)

ⓒ ‘황경란·서슬아(2024), 충북 중소기업 성희롱 방지 체계 내실화 방안’ 카드뉴스 7쪽
그러나 이번 조사 결과가 10인 이상 사업체를 대상으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 수강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14.8% 중 절반에 해당하는 응답자가 교육자료만 배포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절반의 응답자들은 대면 강의, 온라인 강의, 동영상 시청 등을 통해 교육을 받았으나, 그마저도 보험·금융·상조회사에서 파견하는 무료 강사가 상품 홍보와 병행하여 진행하거나, 직원 조회 시간에 간략히 언급하는 형태, 또는 개인정보보호교육 등 4대 법정 의무교육과 함께 단시간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수준이었다.

이와 같은 부실한 교육 운영은 성희롱 예방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73.8%가 사내 고충처리 담당자의 존재 여부를 알지 못했으며, 73.5%는 성희롱 방지 및 사건처리에 관한 사내 규정 유무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래서는 성희롱 예방도 성희롱 사건 발생 시 적절한 대처도 기대하기 어렵다.

법정 의무 사항인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현실은 조직 내 성희롱 사건 처리 과정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조사 결과, 성적 침해에 대해 피해자가 회사에 문제제기를 했다가 피해자가 오히려 '문제 유발자로 낙인찍히는 것'을 목격했다는 응답이 21.8%, '유사한 사건이 생길 때마다 (이전) 피해자를 계속 거론한다'는 응답이 16.3%, '피해자를 도와준 동료들이 불이익을 당했다'는 응답도 14%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조직 문화의 근본적인 개선이 시급하다.

중소기업이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배경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있다.

코로나19 이후 지속되는 경기 침체로 인한 경영난과 더불어 제조업의 경우 공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라인별로 순차 교육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인건비 등 비가시적 비용과 강사 비용 부담이 크다.

집단 교육을 할 수 있는 장소와 강의 장비 부족 문제에 더해, 정부의 강사 지원사업마저 중단·축소돼 교육 부담은 가중됐다.

또한 소수 인력이 다양한 업무를 담당하는 중소기업의 특성상, 인사담당자들이 모든 법정의무교육을 내실 있게 운영하기에는 현실적 한계가 크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직장 내 성희롱 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중소기업들이 있다.

조사에 참여한 인사담당자들은 기업 이미지와 평판을 고려해 법정의무교육의 취지를 제대로 이행하고자 노력한다고 밝혔다.

한 인사담당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모두가 저희들 직원이잖아요. 교육을 통해 충분한 인식이 공유되면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얼굴 붉히는 일도 없을 테고... 적어도 우리 회사에서는 이런 것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에 사장님께 말씀드렸고, 사장님이 지시도 하셨으니까 이제 부서장들한테 이야기하기도 좋잖아요"

이와 관련해 도내 성희롱 방지 체계 전문가는 "교육을 괜히 하라고 하는 거 아니에요. 예방이에요. 사전에 교육하면서 스스로 경각심을 갖고 건강한 문화를 만들어가자는 취지에요"라고 말했다.

성평등 충북 실현과 안전한 노동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성희롱 예방과 처리에 대한 경영진의 책무성을 강화하고, 도내 유관기관과 연계한 교육과 우수사례 공유를 활성화해야 한다.

더불어 전문 강사 지원과 내부 교육담당자 역량 강화, 기업별 맞춤형 교육, 피해자 상담 지원체계 구축, 인센티브 제도를 통한 성평등 기업문화 확산이 요구된다.

*본 기고에 담긴 '충북 중소기업 성희롱 방지 체계 내실화 방안'의 내용은 충북여성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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