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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1.05 17:01:08
  • 최종수정2023.01.05 17:01:08

전서진

청주시흥덕보건소 보건행정팀

보건소 근무 이전에 임상간호사로 근무를 했을 때 치료가 잘 되어 건강한 삶을 되찾는 경우도 있지만, 유명을 달리하는 경우도 많이 봐왔었다. 특히 중환자실에서는 '치료 효과가 어떨 것 같다. 곧 심장이 늘어질(사망할) 것 같다'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며 중환자를 간호할 때도 많았다. 그런 환자들이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거나 응급치료가 예상되는 상황일 때 주치의는 보호자를 불렀고, 'DNR(심폐소생술거부)동의서'를 설명하는 것도 때론 자연스러웠다.

여러 요인에 의해 심장과 폐기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때, 시행되는 응급한 의료행위인 심폐소생술, 그것을 거부하겠다는 DNR동의서. 병원을 벗어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업무를 맡기 전까지 이 동의서는 '더 이상 치료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의 환자의 보호자에게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었다. 어르신들의 "나는 죽을 때 아무것도 안할 것이여. 암 것도 하지마." 이런 말씀을 종종 듣곤 했었으니까….

병원을 떠나 지금의 업무를 하면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업무를 처음 맡았을 때에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어차피 병원에 가면 DNR동의서를 설명할텐데 이걸 왜 굳이 만들었을까?'라는 생각을 하였지만, 업무를 하면서 가장 큰 차이를 알게 되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계속되는 치료에도 악화되는 상태인 '임종상태'에서 받을 수 있는 의료행위를 내가 결정하여 의향을 밝혀두는 것이다. 임종상태라는 제한적인 상황에서 의사표시지만, 본인이 자발적으로 생각하고 결정한 의사 표현인 것이다.

"죽을 때 아무것도 안 하는 거 등록하러 왔어요"라며 찾아오시는 여러 어르신들에게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처음부터 천천히 설명드리고 등록하면서, 문득 병원에서 DNR동의서를 설명하고 있던 상황을 떠올려 보았다.

보호자들의 심통한 표정, 어떤 결정을 해야 덜 후회할지 고민하는 모습, 눈앞에 누워있는 환자에 대한 여러 감정…. 복잡한 그들의 생각 끝에 심폐소생술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보호자'였다. 끄나풀이라도 잡고 싶은 마음일지 아닐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나의 마지막 치료에 대해 누워있는 나 자신이 아닌 보호자가 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어쩌면 나의 죽음에 대한 존엄성이 무시될 수 있는 이 상황에서 가장 어려운 선택을 한 보호자 역시 '후회'나 '미안함'을 표현하는 것도 많이 봤었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남녀평균 기대수명은 86.3세이지만 건강수명은 73.1세이다. 단순 수치상 13.2년은 '우리의 노년이 건강하지 않을 수 있다'는 통계이다.

단순히 보호자들의 '후회'나 '미안함'을 덜어주는 것만이 아닌, (경험하지 않아야겠지만) 혹시 있을지 모를 13.2년의 시간 중에서 나의 임종상황만큼은 내가 결정하겠다는 '주체적인 의사표시'인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통해 '내 인생 마지막 편지의 마침표'를 존엄하게 표현해 두는 것도 품위 있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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