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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교육청 쉽고 바른 공공언어 쓰기 '솔선'

공문서 일본어식 용어·어려운 한자어 순화 표기
30일 본청 모든 직원 우리말 다듬기 교육받아
이화여대 국어문화원 진정 교수특강 내용 주목

  • 웹출고시간2022.11.30 14:59:39
  • 최종수정2022.11.30 18:18:19
[충북일보] 충북교육청이 공문서를 작성할 때 일본어식 용어나 어려운 한자어, 외래어·외국어, 낯선 신조어를 이해하기 쉽게 고쳐 쓰는 우리말 다듬기에 나선다.

쉬우면서 정확한 공공언어 사용을 통해 학생·보호자 등 교육수요자와 원활하게 소통하고, 충북도민들의 충북교육정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충북교육청은 공무원들의 쉬운 우리말 공문서 작성능력 향상을 위해 30일 사랑관 세미나실에서 본청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쉽고 바른 공공언어 쓰기 특강'을 진행했다.

이날 특강을 맡은 이화여대 국어문화원 진정 교수는 2시간 동안 '쉽고 바른 언어사용은 상대방에 대한 최고의 배려입니다'라는 주제로 강의했다.

진 교수는 "학교나 학습관 등 교육현장에서 학생이나 교육생, 보호자를 대상으로 사용하는 모든 언어는 공공언어"라며 "공공언어는 정확성을 바탕으로 사회구성원들이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교육현장에서 외국 교육프로그램 이름을 번역 없이 사용하거나 신조어를 함부로 사용하고, 우리말로 쓸 수 있는 표현도 외국어를 사용한다"며 "이러한 언어들은 학생과 보호자 등 교육수요자와의 소통을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진 교수는 먼저 국립국어원에서 제공한 '꼭 고쳐 써야할 일본어 투 용어 50개'를 예를 들어 설명했다.

'망년회'→'송년회', '견습'→'수습', '모포'→'담요', '고수부지'→'둔치', '구좌'→'계좌', '노견'→'갓길', '가처분'→'임시처분', '마대'→'포대', '익일'→'다음 날', '종지부'→'마침표', '도합'→'합계', '보합세'→'주춤세', '다반사'→'예삿일', '수취인'→'받는 이', '잔고'→'잔액' 등이 그것이다.

또한 일본식 외래어인 '가성소다'를 '수산화나트륨'으로, '미싱'을 '재봉틀'로, '레자'를 '인조가죽'으로, '엑기스'를 '진액'으로 올바르게 바꿔 사용할 것을 권장했다.

진 교수는 이어 "어려운 한자어도 쉬운 우리말로 바꿔 쓰는 것이 좋다"며 서울시교육청 '바르고 쉬운 행정용어 연구회'가 교육현장에서 쓰이는 한자어 표현을 우리말로 바꾼 사례를 소개했다.

'신장하고'→'키우고', '제고하는'→'키우는', 근무기간이 '명시된'→근무기간이 '적힌', '경감하고'→'줄이고', '모두 상이하기'→'제각기 다르기', '난독 학생'→'글을 잘 못 읽는 학생', '기반하여'→'바탕을 둬', '함양시키고'→'키우고', '구축하여'→'세워(만들어)', '그간'→'그동안' 등이다.

진 교수는 이와 함께 "'글로벌 스탠다드'를 '국제 표준', '글로벌 리더'를 '세계적 지도자'로 바꿀 수 있는데도 외국어로 표현한다"며 "너무 많은 외래어와 외국어들이 교육현장에서 쓰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학생들은 '미디어 리터러시', '체인지 메이커', '마스터 과정'이라는 이름의 교육을 받고, '리더십'을 키우고, '힐링'하는 활동을 한다고 꼬집었다.

진 교수는 "외래어와 외국어 사용을 세련된 것으로 여기거나 지적(知的)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언어 사대주의를 자라게 하고 우리말을 홀대하는 결과를 낳는다"며 "해당 언어를 모르는 학생은 소외감을 느끼기 때문에 학교구성원 누구와도 예외 없이 소통하는 길은 자연스럽고 익숙한 언어를 사용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역설했다.

진 교수는 '북캉스'나 '스쿨핑', '핵인싸' 같은 출처를 알 수 없는 신조어나 '마스크를 쓰GO', 'JOB아라'처럼 외국문자와 한글의 결합, '노오력', '가즈아' 같이 어법에 어긋나는 유행어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 말을 아는 사람만이 알 수 있어 공공의 소통을 방해하기 때문에 변형된 우리말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 교수는 "단어를 적절하게 사용하고 어법에 맞는 문장을 써야 한다"며 '표현의 정확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연수기간 동안'→'연수기간에', '각 분야별'→'분야별(각 분야)', '응시원서 접수를 받지 않음'→'응시원서를 받지 않음', '단계적으로 운영학교를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단계적으로 운영학교를 확대해 나갈 계획', '참고 인내하는'→'인내하는' 등 중복되는 말을 피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충북교육청 관계자는 "바른 언어사용을 통해 따뜻하게 소통하는 공감교육으로 충북교육 만족도를 높이겠다"며 "권위적이거나 행정편의적인 공문서 용어를 순화하고 이해하기 쉬운 정책 명을 사용하는데 충북교육청이 솔선수범 하겠다"고 말했다.

/ 이종억기자 eok52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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