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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인

충북도 동물방역과 주무관

한달에 네 차례 정도 집에서 먹을 음료와 고기, 야채 등 필요한 음식을 사기 위해 집 앞 마트에서 간단하게 장을 본다. 남편과 나는 대부분의 끼니를 집 밖에서 해결하다 보니, 집에서 요리하는 날은 거의 주말 아니면 생일 등 특별한 날 정도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음식물쓰레기를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장을 볼 때 가장 먼저 살펴보게 되는 것이 유통기한이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유통기한이 지나면 더 이상 식품 등을 섭취하면 안되는 줄 알고 있지만 깨뜨려야 할 그릇된 상식 중 하나이다. 이미 미국, 호주, 일본 등지에서 일자 표시 방법으로 소비기한을 도입하여 사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내년 1월 1일부터 '소비기한 표시제'가 본격 시행됨에 따라 기존 제품 포장지에 표시되었던 유통기한 대신 식품 등에 표시된 보관 방법을 준수할 경우 섭취해도 안전에 이상이 없는 기한인 '소비기한'이 표시된다.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은 무슨 차이점이 있을까?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즐겨 찾는 우유를 예로 들어보자. 우유의 유통기한은 보통 10일 정도고, 냉장조건에서 일주일 이내 소비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지만 개봉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관한 우유라면 최장 50일 정도까지는 마셔도 무방하다고 한다. 여기서 10일은 소비자에게 우유를 팔아도 되는 기간을 의미하고, 50일은 소비자가 보관 방법을 준수했을 경우 우유를 섭취해도 건강이나 안전에 이상이 없는 기간으로서 이를 '소비기한' 개념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제품의 섭취 가능 기간을 정확히 알려줌으로써 유통기한 경과 제품의 섭취 여부에 대한 소비자의 고민과 혼란을 잠재우고 버려지는 음식물쓰레기를 줄이고자 도입한 소비기한 표시제 시행으로 연간 소비자 8,860억 원, 기업은 260억 원의 편익이 발생하고 음식물쓰레기 처리 비용이 연간 165억 원 감소하는 등 약 1조 원의 사회적 편익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국내 보관 온도 기준이 해외 기준과 상이하여 식품 안정성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선 냉장 보관온도를 5℃ 이하로 유지하는데 국내 보관온도 기준은 10℃ 로 해외 기준보다 약 5℃ 가량 높기 때문이다.

소비기한의 도입으로 업체와 소비자가 겪을 수 있는 혼란과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는 용역사업을 통해 올해부터 2025년까지 매년 50개씩 총 200개의 식품 유형별로 소비기한을 마련하여 영업자가 소비기한 설정 시 참고할 수 있도록 하고 1년의 계도기간을 부여하여 '유통기한' 표시된 기존 포장지를 스티커 처리없이 23년 12월 31일까지는 사용 가능토록 했다.

또한, 타 식품에 비해 부패 및 변질 우려가 높은 축산물 중에서도 냉장보관용 우유류의 경우에는 냉장유통환경(10℃→5℃) 개선을 위해 8년 뒤인 2031년 1월 1일로 그 시행이 늦춰진다.

계획적 생산과 폐기 비용 감축을 목표로 도입한 '소비기한 표시제'가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존 유통기한에서 소비기한으로 단순 명칭만 바뀌는 것이 아닌 제품별로 상이한 특성을 고려하여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검증을 거쳐 소비기한을 설정하고 유통·보관단계에서 지금보다 더욱 철저한 온도관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소비자가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에 대한 폐기 여부를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소비기한이 지나는 순간, 섭취 불가능한 제품으로 인지하고 폐기할 수 있으려면 소비기한은 믿어도 되는 절대적인 지표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소비기한 표시제' 시행을 2달여 앞두고 본 제도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영업자와 소비자 모두 제품별 규정된 보관·유통 온도를 엄격히 준수하는 것부터 생활화해야 한다. 영업자는 소비가능한 기한이 늘어난 만큼 재고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소비자는 제품에 표시된 보관 방법을 준수하면서 소비기한 내 섭취를 완료하는 슬기로운 소비습관을 지금부터 길들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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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은 "도체육회의 자립을 위해서는 재정자율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 간 민선 초대 도체육회장을 지내며 느낀 가장 시급한 일로 '재정자율화'를 꼽았다. "지난 2019년 민선 체육회장시대가 열렸음에도 그동안에는 각 사업마다 충북지사나 충북도에 예산 배정을 사정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져왔다"는 것이 윤 회장은 설명이다. 윤 회장이 '재정자율화'를 주창하는 이유는 충북지역 각 경기선수단의 경기력 하락을 우려해서다. 도체육회가 자체적으로 중장기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보니 단순 행사성 예산만 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선수단을 새로 창단한다거나 유망선수 육성을 위한 인프라 마련 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충북은 종합순위 6위를 목표로 했지만 대구에게 자리를 내주며 7위에 그쳤다. 이같은 배경에는 체육회의 예산차이와 선수풀의 부족 등이 주요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시각이다. 현재 충북도체육회에 한 해에 지원되는 예산은 110억 원으로, 올해 초 기준 전국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