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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구

(전)한국감정평가사협회장, 감정평가사

'슬픔'은 원통한 일을 겪거나 불쌍한 일을 보고 마음이 아프고 괴로운 느낌을 말하고, '아쉬움'은 필요할 때 모자라거나 없어서 안타깝고 만족스럽지 못하게 여기는 마음을 말한다.

'사도(思悼)'란 '생각하니 슬프다'는 뜻이다. 영조는 세손인 정조에게 왕위를 넘겨주기 위해 아들인 세자를 뒤주에 가두어 죽게 했다. 숨을 거둔 세자에게 '사도세자(思悼世子)'란 시호를 내린다. '생각해 보니 슬픈 세자'란 뜻이다. 왕으로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지만, 아들의 죽음이 슬프고 슬프다는 마음을 표현한 것으로 읽힌다. 영조의 슬픈 마음이 느껴진다.

큰 아쉬움을 남긴 일은 많고 많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하노이회담 결렬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준 아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컷을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에게 지나고 나니 남는 아쉬움은 어디 이뿐이겠는가. 문민정부를 연 김영삼 대통령이 IMF를 막지 못한 것이나,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 노무현 대통령의 검찰개혁,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사업,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등도 그럴 것 같다.

세상엔 지나고 나면 슬프거나 아쉬움으로 남아 있는 일이 많다. 선출직으로 당선된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도 말이다. 하고자 했지만 이루지 못한 것은 아쉽기만 하고 오히려 거꾸로 가면 슬픈 것 같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선출직 한국감정평가사협회장 임기를 마치고 지금에 와서 보니 아쉬움도 있고 슬픔을 느끼는 일도 있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부동산시장은 다른 재화와 달리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지 않는 매우 특수한 시장이다. 또 정보가 비대칭으로 흐르는 시장이다. 정보를 많이 가진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을 상대로 사기를 치고, 깡통전세로 사회문제가 야기되는 아주 특별한 시장이다. 부동산의 특성으로 시장은 실패하게 되고, 정부의 개입이 당연시되는 많은 규제가 있는 시장이다. 감정평가사나 공인중개사도 이런 부동산시장의 특수성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선출직에 당선된 사람들이 그렇듯이, 필자도 감정평가사들의 집합체인 협회의 회장으로 재임하면서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국가와 사회에 꼭 필요한, 국민께 신뢰받고 사랑받는 감정평가사로 만들어가는 것이었다. 평가시장 참여자의 요구에 흔들리지 않고 공정한 가격을 찾아내 부동산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조절해 내고,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뒷받침하도록 감정평가사 제도를 육성해가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몇 가지를 못하게 하려 했다. 공정해야 할 평가가격을 흥정의 대상으로 만드는 탁상제도, 특히 변형된 형태의 문서탁상. 담보물가격의 객관화를 막아 채무자의 권리를 방해하는 금융기관의 담보물가격 자체 산정, 부동산시장에서 가격의 왜곡을 가져올 수 있는 컴퓨터프로그램을 이용한 자동가격산정 방식. 모두 평가사들의 공정한 평가를 저해하면서 부동산시장 가격질서의 왜곡을 가져올 수 있어 못하게 하려 했다. 어떤 건은 소송으로, 어떤 것은 입법으로 추진하다 마무리하지 못하고 내려왔다. 아쉬웠다.

지금은 어떤가? 문서탁상을 하지 못하도록 했던 조치는 대법원에서 문서탁상자문이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지 심사해 위법성을 판단해야 한다면서 파기 환송됐고, 금융감독원은 비주택 부동산의 담보가치 산정 기준을 「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에 신설하여 담보물가격 금융기관 자체산정을 확대했다. 컴퓨터프로그램을 이용한 가격산정은 감정평가가 아니니 무한정해도 된다는 날개를 달았다. 못 이루어 아쉽기만 했는데 거꾸로 도입되는 것을 보곤 참 부질없는 일에 헛심을 썼나 하면서 슬픔을 느낀다.

불투명한 부동산시장을 보완해서 깡통전세 등 사기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국민경제에 이바지하도록 육성해야 할 감정평가사를 그냥 돈 벌어먹는 자격으로 전락시키려는 것은 아닌지 원망스럽다. 정부가 좀 더 관심을 가져주었음 하고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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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