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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운기

전 하나은행 지점장

저의 어릴 때 꿈 중의 하나는 부모님한테 혼나지 않고 만화방에서 실컷 만화 보는 일이었습니다. 당시에 보던 만화책들은 모두 결말이 권선징악이었고, 대부분 어린이들을 상대로 하는 내용이라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주인공이 야구나 축구를 통하여 역경을 이겨내고 성공한다는 내용이거나 북한군을 무찌르는 국군 얘기들로 말 그대로 교육적이고 건전, 명랑 만화들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사회 분위기는 만화방에 가는 일을 마치 불량식품 사 먹는 일과 비슷하게 여겨 만화방은 될 수 있으면 가지 말아야 할 곳이었습니다.

당시 부모님에게 물어 보나마나 만화방에 간다고 하면 공부나 하지 그런데 간다고 혼부터 날게 뻔 하므로 아예 만화방 가도 되냐고 물어 보지도 않고 몰래 몰래 드나들곤 했습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만화를 보던 상상력으로 소설을 읽게 되고 책 읽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독서가 나의 인생에 도움이 되었다면 아마도 그것은 부모님 몰래 다니던 만화방 덕분인 듯싶습니다.

한편, 요즘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자녀 교육에 있어서 가장 걱정하는 문제 중의 하나가 자녀들에게 하루에 게임을 얼마동안 하도록 해야 하는지 일 것입니다. 자녀들이 아예 게임을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적당히 알아서 하고 그만두면 좋겠지만, 대부분 아이들이 게임을 시작하면 몇 시간은 물론이고 때로는 밥 먹는 것도 귀찮아할 정도로 하루 종일 게임에 매달려 있는 경우도 있으니 부모 마음에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실제로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가 발표한 '2021년 한국 게임 이용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초등학교 4~6학년·중학생)의 하루 평균 게임 시간은 주중 2.53시간, 주말에 2.88시간인데, 청소년이 하루 평균 갖는 자유시간이 주중 4.91시간, 주말 8.21시간이라고 하니, 아이들이 자유 시간의 상당 부분을 게임하는 일로 보내고 있는 셈이어서 이를 지켜보는 부모들이 속을 태울 수 밖 없을 것입니다.

더구나 요즘 부모 세대들은 본인이 성장하면서 이전 부모님으로부터 좋은 대학 가야 인생 편하게 산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기 때문에 본인이 들었던 대로 자녀들에게 같은 소리를 하게 마련입니다. 한국은 지독한 학벌 사회로 명문대학 가는 게 출세를 보장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좋은 직장이나 소위 펜대 굴리며 살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임을 부모들 자신이 사회 경험을 통하여 겪었기 때문에, 자녀들이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는 자녀의 미래를 결정하는 문제라 여겨 부모라면 쉽게 포기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그러다 보니 성적이 좋은 아이들 둔 부모는 혹 성적이 떨어질까 봐, 성적이 좋지 못한 경우는 더 잘하도록 계속 아이들에게 공부 얘기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아이들이 공부 잘하는 일이 우선이다 보니 자녀가 공부 아닌 게임이나 다른 일을 하고 있으면 부모들은 그 자체로 자녀들이 할 일을 안 하고 마치 나쁜 일을 하는 것처럼 생각될 정도입니다. 이런 영향인지 학교에서도 언제부터인지 학교 폭력이 발생하면 아이들이 인성을 기르지 않고 폭력적인 게임을 많이 해서 그렇게 되었다고 단정하는 경우들까지 생겨났습니다.

그러나 부모세대들에 있어 만화방에 드나드는 일은 혼나는 일이었지만 지금은 만화가 웹툰이라는 이름으로 어엿한 산업이 되고, 만화가도 고수익의 전문 직업이 되었듯이 게임도 이미 중요한 국가의 성장 산업이 되었고 게임 관련 직업은 점점 다양화되고 있으며 그 수익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머지않은 장래에 직장 업무나 일상생활이 진짜 같이 꾸며 놓은 가상현실에서 이루어지는 이른바 오늘의 게임이 내일의 현실이 되는 세상이 온다고 하니 만약 게임을 할 줄 모르는 아이들은 낙오자가 되거나 적어도 낯선 사회에 적응하기 위하여 힘들어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우리 부모세대도 진작 아이들과 같이 함께 게임을 배우지 않은 것을 후회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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