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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03.24 17:22:16
  • 최종수정2022.03.24 17:22:16

정승원

충북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몇 년 전 한 tv프로그램에서 고등학생 래퍼가 '바코드'라는 노래를 부른 이후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자해가 폭증했다. '바코드'가 자해 상처를 빗댄 말이었던 것이다. 자해 인증샷을 SNS에 올리는 것이 일종의 유행처럼 번졌고, 자해 관련 상담 건수도 몇 배 이상 증가했다. 청소년 자해 문제는 지금도 심각하다. 유행에 민감한 청소년이라지만 어떻게 스스로 고통을 주는 자해가 이토록 유행할 수 있을까·

청소년들이 자해를 하는 이유는 각양각색이다. 심지어 자신조차도 이유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들에게 발견되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감정 조절이 어렵고 강렬한 감정을 극도로 다루기 힘들어한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자해는 매력적인 수단이다. 심리적 관점에서 보자면, 자해는 복잡하고 애매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정신적 고통을 간단하고 명료하고 잘 이해되는 고통(커터칼로 팔을 긁으니 피가 나고 아프다)으로 대체한다. 그럼으로써 정신적 고통은 잠시 잊을 수 있다. 생물학적 관점에 보자면, 자해로 신체적 고통이 발생하면 뇌는 천연 진통제인 내인성 아편유사물질(endogenous opioid)을 분비하고 이는 일시적으로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완화시킨다. 이렇게 자해는 견디지 못하는 감정을 즉시 덜어주지만, 그 효과가 일시적이고 장기적으로는 상황을 악화시킨다. 이런 면에서 자해는 음주와 비슷하다.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어 술을 마시면 즉각적으로 해소됨을 느끼지만, 결국 남는 것은 숙취 뿐이고, 일은 해결되지 않은 채 그대로이며 장기적으로는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 그러나 그 효과의 즉각성 때문에 술을 포기하기 힘들다. 자해도 효과의 즉각성 때문에 중단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여기에 더해 청소년은 정서적으로 급격하게 발달하지만 인지적으로 미숙하여 충동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높다. 또한, 청소년 모방 자살 사례에서 보듯 성인에 비해 또래, 미디어 등 주변 환경의 영향에 쉽게 휘둘린다. 이러한 청소년기의 특성이 많은 청소년들이 정서적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자해를 택하게 하는 원인일 것이다.

감정 조절의 어려움에는 환경적인 요소와 타고나는 생물학적 특성이 모두 영향을 미친다. 가정환경, 친구 관계 등 청소년을 둘러싼 모든 외부 환경이 환경적 요소다. 어떤 사람은 별 것 아닌 일에 크게 기뻐하거나 슬퍼하고, 그 감정의 크기가 크며, 다시 안정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런 특성은 생물학적으로 타고나는 것이다. 보통 사람은 꽃가루를 접해도 괜찮지만,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재채기를 하고 두드러기가 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종종 자녀의 정서적 어려움을 부정하고 자해를 사춘기 특성 정도로 치부해버리거나, 반대로 자녀의 어려움으로 인해 더 힘들어하는 부모를 보게 된다. 실은 두 경우 모두 사랑하는 자녀를 고통에 이르게 했다는 죄책감이 마음 깊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여기서 필자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은 부모님이 그리 죄책감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수많은 요인들이 감정 조절의 어려움이나 자해 충동에 영향을 미치며, 그 중 타고나는 특성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자해가 한 두차례로 끝나는 경우도 있으나, 반복적 자해를 하는 청소년은 어떤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단순히 하지 말란 훈계가 소용없다. 그 청소년은 견딜 수 없는 고통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창소년이 자해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면, 진솔한 대화를 통해 가족이 지지가 되어주어야 하며, 주저하지 말고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와 심리상담 등 전문적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청소년, 가족, 전문가가 협동하여 정서적 고통을 다룰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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