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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농사 망쳤는데 돈 물어줄 판"

바이러스·무름병 피해로 갈아엎는 배추밭
농작물재해보험 김장배추 포함 안 돼 '유명무실'
계약밭 특약조건 내걸고 계약금 반환 소송도
코로나 이후 인건비는 2배 이상

  • 웹출고시간2021.11.02 20:19:53
  • 최종수정2021.11.02 20:19:53

이례적인 가을장마로 배추 무름병이 확산한 가운데 갑작스러운 한파까지 겹치면서 피해 농가가 크게 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농작물재해보험 대상으로 배추가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계약금 반환 소송까지 겪게 된 청주시 미원면 구방리 신창수(65)씨가 망연자실한 마음으로 썩은 배추를 뽑아 버리고 있다.

ⓒ 김용수기자
[충북일보] 가을장마와 이상고온 현상, 갑작스러운 한파로 수확에 한창이어야 할 배추가 방치된 채 썩어가고 있다.

농가는 한철 지은 농사를 망친 것도 속상한데 '자연재해'로 인정받지 못한 상황에서 중간유통업자에게 계약금 반환 요구까지 받고 있어 답답한 상황이다.

농작물재해보험에는 김장배추가 재해보험 대상에 들지 않는데다 보상요율도 점점 줄고 있어 농가는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 못 한다.

지난달 25일 찾아간 청주시 미원면 구방리에는 한 농가의 600평 밭에 심어진 배추들이 누렇게 썩어들어가고 있었다.

인근의 밭들도 비슷한 상황으로 가만히 서서 돌아보는 곳곳이 누렇게 뜬 모습이었다.

배추농가 신창수(65)씨는 "하루가 멀다하고 비가오니 수분이 과다하게 공급돼 배추 뿌리도 제대로 크지 못했다"며 "그와중에 무름병, 바이러스는 순식간에 확산됐다. 이미 10월 중순이면 이밭의 배추들은 다 나갔어야 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 김용수기자
신씨는 "가을배추는 10월 중순 늦어도 말이면 김치공장이나 시장으로 출하돼야한다. 절임배추는 열흘 정도의 차이로 심어 11월에 나간다"며 "이 상태로는 가을배추도, 절임배추도 못 나갈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9월 말~10월 추석 명절기간과 11월 김장철 사이는 배추 소비량이 가장 적을 시기로 배추 시세가 형성되지 않는 때다.

이 때문에 그나마 '쓸만한' 배추를 따가는 이들도 없다. 시세형성이 안돼 솎아내고 담아갈 인건비조차 남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외국인 근로자가 줄어들면서 인건비는 평년의 2배가량 높아졌음에도 인력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현재 이 농가는 농사의 결실인 배추를 수확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중간 유통사에게 '계약금'까지 반환해달라는 소송까지 제기됐다.

보통 배추 농가는 식품공장 또는 그 사이 유통관계자와 수확 전에 밭에 심겨있는 상태로 작물 전체를 사고 파는 '포전매매'계약을 진행한다.
ⓒ 김용수기자
문제는 계약서 밑에 수기로 넣은 특약사항에서 발단이 됐다.

해당 내용은 '꿀통, 병충해, 진딧물, 혹뿌리가 발생하면, 50% 이상이면 계약금, 중도금을 즉시 반환한다'는 내용이다.

신씨는 "꿀통, 진딧물, 혹뿌리는 농민들이 관리상에 문제가 되는 것들로 당연히 농민이 책임을 질 수 있는 문제"라며 "해당 유통사는 무름병과 이번 바이러스를 '병해충'을 근거로 계약금을 돌려달라고 하고있다"고 말했다.

이어 "계약금은 곧 농사 자금이다. 비료, 모종, 인건비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이라며 "이제와서 본인들은 피해를 입을 수 없다며 자금을 돌려달라고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재 해당 농가와 계약한 유통사는 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가 진행중인 상황이다.

해당 문제는 무름병과 바이러스문제가 자연재해로 인정되지 않으면서 반복되고 있다.

무름병이 재해로 인정될 경우 관련 지원책이나 생산비 보전, 계약상 문제까지 피해농가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여지가 커질 수 있다.
ⓒ 김용수기자
무름병은 비가 자주오는 기상 여건상 발생하는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미리 농가에서 힘쓰기 어려운 피해로 인지되고 있지만, 이외의 배수환경 등 복합적 요인이 고려돼야하기에 아직은 '재해'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또 다른 농가 김희상씨는 "이제 장마로 인해 올 수 있는 병은 다 왔다고 보면 된다"며 "무름병, 노균병 두 개가 심하게 오는데 그 전에 바이러스가 먼저온다. 바이러스는 직접 배추를 뽑아가서 성분검사를 통해 나온 것이 바이러스라는 판정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막판에는 냉해까지 엎친데 덮친격으로 와버린 상황"이라며 "지금 배추가 저장 돼 김치공장에 들어가야 내년 봄까지 김치를 담글 수 있는데 (정작 배추가) 없다. 배추가 김치공장으로 들어가는 양이 거의 평년의 10분의 1수준이나 되나 싶다"고 덧붙였다.

배추가 병충해 등이 발생해 수확이 어려울 경우 계약금을 반환한다는 계약서 특약사항.

ⓒ 김용수기자
지난달 지역내 배추재배농가가 충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자치단체가 피해면적을 조사해 피해 보상 등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농식품부에 의사를 전달하겠다는 소식 외에는 감감무소식이다.

이들은 "다른 것 해달라는 것없다. 그저 자연재해로만이라도 인정해주는 것이 가장 큰 도움"이라며 "당장 돈 몇 푼 배춧값 지원이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충북농업기술원 관계자에 따르면 "올 가을은 지난해보다 강수량이 40.2㎜이상, 강우일수는 6일 더 많았다. 평균기온도 4.8도 높아 한낮의 온도가 30℃를 웃돌며 무름병 확산이 매우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성지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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