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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명숙

청주시 상당구 세무과 주무관

예전 우리 할머니는 '시간이 뜀박질을 한다'고 늘 말씀하셨다. 어릴 적에는 '굼뜬 달팽이처럼 느리게 가는 시간인데…'라며 이해되지 않던 이 말이 지금의 나이가 되고 보니 공감이 된다. 공직을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퇴직할 나이가 성큼 다가왔으니 말이다.

그래서 어느 때부터인가 그저 인생에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을 만큼만 적당히 살아가자는 마음으로 지낸다. 그러다 보니 내 안에 부정적인 생각이 사라지고, 남편이나 아이들 그리고 밖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에게도 웃는 얼굴로 대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 같다.

나이 들수록 좋은 것은 자유로움이 아닌가 싶다. 아이들도 적당히 자랐고 경제적인 문제도 화급하지 않다면 책임과 의무에서 벗어나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려 한다. 과거를 바라보며 부질없는 후회를 거듭하느니 이제라도 조금씩 변화를 시도하는 편이 훨씬 생산적이고 발전적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요즘, 명예퇴직한 남편은 주택관리사 시험을 준비하며 꽤나 스트레스를 받는 눈치다. 나는 그런 남편에게 "젊어서 앞만 보고 달려왔고, 그 대가로 노후 설계도 제대로 해놨으니 이제 그만 내려놓고 쉬어도 된다"고 다독였다. 그래도 남편은 "한번 시작한 일 끝은 보고 싶다"라고 아이들에게 무언가 보여주는 아빠가 되고 싶다고 멋쩍게 웃는다.

아마도 남편은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경쟁 속에서 쫓기는 삶을 살았던 세대라서 퇴직을 하고도 제대로 쉬질 못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나는 이제는 죽도록 일만 할 나이는 지났다는 생각이다. 이제 그만 내려놓고, 슬슬 자신을 챙기면서 살았으면 싶다.

내 아이들도 다른 집 아이들과 비교하지 않으려 한다. 아직은 경제적인 독립을 할 시기는 아니지만 대학원 1년, 대학교 2년생으로 별 탈 없이 건강하고 씩씩하게 학교에 잘 적응해 다니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며, 나 또한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과 기쁨을 누리며 유쾌하게 지내려 노력한다.

요즘 코로나19로 인해 저녁 약속과 모든 모임이 취소되니, 퇴근하면 동네 지인들을 만난다. 지인들의 나이는 30대부터 60대까지 폭넓고 취향이 같아 운동도 인생 살아가는 수다도 떨고 시원한 맥주도 한 잔씩 한다. 이런 일상이 만족스럽고, 정말 행복하다.

얼마 전 아흔을 바라보는 노 교수가 알려주는 '백 살까지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이라는 책을 선물받고, 나에게 딱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하며 읽게 됐다. '화내는 것도 습관이라, 부적절한 화로 소중한 관계를 망치지 말라는 것. 하고 싶은 말 솔직 담백하게 표현하고, 살면서 떠올리면 웃음이 나는 따뜻한 추억을 최대한 많이 만들 것과 또 나이가 들면 여행이든, 취미든, 혼자보다는 함께 할 사람을 찾아야 한다는 것 등이다. 모조리 공감되는 말이고, 나이 들면서 누구나 새겨보아야 할 덕목인 것 같다.

올해도 정신없이 달려오는 사이에 반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삶에 정답이 있을까? 그저 쓸데없는 걱정은 내려놓고 두근두근할 내 인생을 위하여 이 순간을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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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