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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6.14 17:23:34
  • 최종수정2021.06.14 19:15:07

최선주

농협 청주교육원 팀장

맡겨진 일을 열심히 했을 뿐인 한 독일인이 법정에 섰다. 하지만 그에게 맡겨졌던 일은 유태인의 목숨을 빼앗는 일, 전쟁 범죄자인 아돌프 아이히만의 이야기이다.

1961년 이스라엘 예루살렘, 온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법정에 선 50대 중반의 이 남자는 원래 국적은 독일, 이름은 아돌프 아이히만이며 직업 군인이었다. 재판에서 그는 "저는 지시받은 업무를 잘 처리하기 위해서 열심히 일했을뿐입니다. 제가 제작한 열차 덕분에 우리 조직은 시간 낭비 없이 일을 처리할수 있었죠."라고 말했다.

그가 고안해 낸 것은 가스실이 설치된 열차로, 수많은 유태인이 열차에 설치된 가스실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그는 또 이렇게 이야기 했다. "저는 시키는 것을 그대로 실천한 하나의 인간이자 관리자였을 뿐입니다."

재판을 지켜본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아주 근면한 인간이다. 그리고 이런 근면성 자체는 결코 범죄가 아니다. 그러나 그가 유죄인 명백한 이유는 아무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한나 아렌트는 강조한다. "타인의 고통을 헤아릴 줄 모르는 생각의 무능을 그리고 행동의 무능을 낳는다."

우리는 어디서든 제2의 아돌프 아이히만이 될수 있다. 하지만 얼마 전 접했던 두 기사에서 "전 시키는대로 했을 뿐이에요"가 아니라 본인의 생각으로 정의를 실현한 사례가 있어 소개하려 한다.

퀵서비스 기사 이모씨는 새벽 4시께 화장품이 든 상자를 빨리 대전까지 보내 달라는 배달 의뢰를 받았다. 최대한 빨리 보내달라는 말에 물건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니 화장품이라고 했고, 화장품이라기엔 너무 가벼웠고, 흔들어보니 이상한 소리 '슥슥슥' 봉지 굴러가는 소리가 났다고 했다. 뭔가 이상하긴 했지만 일단 기차를 타고 배송을 시작했는데 배송을 받을 사람이 집요하게 전활 걸어 현재 위치를 확인했고, 다짜고짜 식식거리는 것에 이상한 생각이 들어 이모씨는 "수상한 상자를 배송 중인거 같다"며 열차 승무원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승무원의 신고를 받고 대전역에서 대기하던 경찰이 조사한 결과 상자에선 마약류인 '케타민'성분이 확인됐다.

또 다른 사례로 김해에 사는 강모씨는 온라인 구인구직 사이트를 보고 최근 한 신용정보 회사에 지원했는데 채무자들을 만나 돈을 받아 송금하는 단순 업무에도 월급 300만 원을 준다는 조건에 솔깃했다. 지원을 하자마자 회사로부터 문자 한 통이 와 지원 동기 등을 묻고, 4일만에 합격 통보를 받았다.코로나를 이유로 면접은 전화와 문자로만 이뤄졌고, 첫업무 지시를 받은 강씨는 채무자를 만나 320만 원을 받았다. 그런데 택시를 타고 송금하러 은행으로 가던 도중, 50만 원을 일당 명목으로 가져가라는 연락을 받고는 의심하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의심할 만한게 크게 없었지만 돈을 받자마자 그 고객 돈에서 현금 50만 원을 경비로 쓰라고 해서 의심이 갔다고 했다. 강씨의 전화 내용을 들은 택시기사도 보이스피싱이 의심된다며 함께 근처 경찰서로 갈 것을 권유했고, 조사 결과 강씨가 만난 채무자는 보이스피싱 피해자였다고 한다. 강씨가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시키는 대로 했다고 하면 한명의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억울함에 나쁜 생각을 시도 했을지도 모른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우리가 이 사회를 살면서 내가 하는 일이 이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는지 선한 영향을 미치는지 아무 생각 없이 '무상'으로 산다면 그게 바로 죄악이라고 말하고 있다. 내가 현재 하고 있는 일이 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돈만 벌면 된다. 먹고 살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아무 생각 없이 하는 일이 세계 최악의 학살사건의 주범이 될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현재도 우리 주변에 악의 무리와 함께 활동하면서 돈을 벌거나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본인은 그게 이 사회에 유익한 것인지, 범죄를 저지르는 것인지 모르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범죄인 줄 알고 일하면 죄책감이라도 느끼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하면 죄책감조차 없으니 더 위험하다. 아무쪼록 우리 사회에 아이히만 같은 사람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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