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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서

전 옥천군친환경농축산과장

영화 '미나리'에 출연한 일흔네 살 윤여정 씨가 한국인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는 쾌거를 달성했다. 코로나바이러스에 지치고 막말과 삿대질에 시달리는 우리 모두에게 따스한 위안이자 힘찬 격려가 되고 있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산딸기' 이후 농산물 이름이 영화 제목이었던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봄이 되면 가장 먼저 파란 새싹이 돋아나는 것이 미나리다. 특히 습기가 많은 개울이나 논에서 잘 자란다. 미나리가 자라는 곳을 미나리꽝이라고 한다. 미나리는 강한 생명력과 적응력으로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란다. 이런 미나리와 우리 한국 이민자들이 낮 설고 척박한 이국땅에서 뿌리내리는 거친 삶의 모습을 조명한 영화가 미나리다.

미나리는 다른 식물과 몇 가지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진흙탕에서도 싱싱하게 잘 자란다. 음지에서도 잘 자라는 강인함, 그리고 가뭄이 와도 그 푸르름을 잊지 않고 이겨낸다. 미나리는 우리 사람들이 눈여겨 볼만한 3가지 덕(德)을 가지고 있다. 이것을 일컬어 근채삼덕(根菜三德)이라 한다.

첫째, 미나리는 복잡한 인간의 속세를 의미하는 진흙탕에서도 때 묻지 않고 파랗고 싱싱하게 자라는 꼿꼿한 심지를 엿볼 수 있다. 오히려 더러운 수렁에서 자라지만 오염되지 않고 이를 흡수하여 정화하는 역할을 하는 커다란 덕(德)을 가지고 있다.

둘째, 미나리는 햇살이 들지 않는 음지에서도 꿋꿋하게 잘 자란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지만, 그늘 속에 가려져 빛을 잃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희망을 주는 큰 덕(德)을 가지고 있다.

셋째, 미나리는 가뭄을 이겨내는 강인함이 있다. 날이 가물어 산과 들의 나무와 논밭의 곡식이 시들어도 미나리만은 그 싱싱함과 생기를 잃지 않는다. 삶이 자신을 메마르게 하여도 자신을 잃지 않는 미나리의 강인함은 우리에게 용기를 주는 덕(德)을 가지고 있다.

미나리는 우리 몸에 좋은 무기질과 풍부한 섬유질, 그리고 각종 비타민이 함유되어 있다. 또한, 대표적인 알칼리성 식품으로 혈액의 산성화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노화와 암의 원인이 되는 활성 산소의 생성을 억제하는 항암 효과가 뛰어나다. 몸속에 쌓인 독소와 노폐물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해독작용이 강하고, 간을 보호하는 효과가 크다. 여러 가지 음식과 약재로 널리 이용하고 있다. 특히, 기관지와 폐를 보호하고 가래를 삭이는 작용을 한다. 미세 먼지가 심한 날이나 먼지가 많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주는 고마운 농작물이다.

평소 농업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고 나름대로 전문가라 생각하던 필자의 마음이 뜨끔했다. 미나리에 이렇게 깊은 뜻이 숨어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간 미나리에 대한 소홀함과 무관심에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봄이 되면 식탁에 맨 먼저 올라, 알싸한 향기와 아삭한 식감으로 춘곤증을 깨우고 입맛을 되살리는 미나리, 겨우내 묶은 몸과 마음의 때를 씻어주는 초록의 맛 미나리,

김종길 시인의 "겨울 살얼음판에도 뿌리를 내려 봄을 기다리는 인내와 꿈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설날 아침이라는 시가 떠오른다. 어린 시절 즐겨 부르던 "엄마 엄마 이리와 요것 보세요, 병아리 떼 뽕뽕뽕 놀다 간 뒤에 미나리 파란 싹이 돋아났어요"라는 동요가 생각난다.

우리나라 미나리 대표 주산지는 경상북도 청도군이다. 생산 농민들의 소득이 짭짤하다. 우리 옥천에도 미나리 재배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는 농가들이 몇 사람 있다. 어느덧 연초록 나뭇잎과 꽃향기 가득한 4월의 끝자락이다. 미나리 향 가득한 빈대떡에 막걸리 한잔의 여유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이번 윤여정 씨의 오스카상 수상을 계기로 미나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소비촉진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기 위치에서 묵묵히 땀 흘리고 있는 농민들에게도 '농민 오스카상'을 받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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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황 충북바이오산학융합원장 인터뷰

[충북일보] 충북바이오산학융합원이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의 메카인 충북 오송에 둥지를 튼 충북바이오산학융합원은 지난 10년간 산업단지 기업지원과 R&D, 인력 양성이라는 목표달성을 위해 쉼없이 달려왔다. 지금까지의 성과를 토대로 제2의 도약을 앞둔 충북바이오산학융합원이 구상하는 미래를 정재황(54) 원장을 통해 들어봤다. 지난 2월 취임한 정 원장은 충북대 수의학 석사와 박사 출신으로 한국화학시험연구원 선임연구원, 충북도립대 기획협력처장을 역임했고, 현재 바이오국제협력연구소장, 충북도립대 바이오생명의약과 교수로 재직하는 등 충북의 대표적인 바이오 분야 전문가다. -먼저 바이오융합원에 대한 소개와 함께 창립 10주년 소감을 말씀해 달라. "충북바이오산학융합원(이하 바이오융합원)은 산업단지 기업지원과 R&D, 인력양성이융합된 산학협력 수행을 위해 2012년 6월에 설립된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바이오헬스 분야 산·학·연 간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창업 생태계 조성과 기업성장 지원, 현장 맞춤형 전문인력 양성 등의 다양한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충북 바이오헬스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정부 재정지원 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