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21.04.06 15:58:05
  • 최종수정2021.04.06 15:58:05

곽재우

청주시 청원구 세무과 팀장

아내와 아이들이 겨울옷을 정리하고 가벼운 옷을 꺼내 손질하는 걸 보니 드디어 봄이 왔다는 것이 실감 난다.

"엄마, 이건 이번 주까지만 꺼내놓을게요. 추워질 수도 있잖아요."

아들과 아내의 손에는 외투 한 벌이 팽팽하게 들려 있다. 정리하려는 아내와 더 입고 싶어 하는 아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진 것이다.

아들이 엄마의 손에서 구출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옷은 가볍고 따뜻해서 겨우내 즐겨 입고 다니던 플리스 소재의 외투였다. 아들은 어느새 복슬복슬한 그 외투를 껴입고 흐뭇하게 웃고 있다. 아들의 승리다.

"주영아,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그 옷은 뭐로 만들었는지 알아·"라고 묻자 아이는 옷 안감에 붙어있는 라벨을 찾기 시작했다.

나는 마침 옆에 있던 투명 생수병을 들어 올리며 "바로 이 페트병으로 만든 거야."라고 말해줬다.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이 눈을 이마까지 치켜뜨며 놀란다.

"정말요·"

몇 번을 되물으며 믿지 못하겠다는 아이에게 관련 기사를 찾아서 보여줬다. 아들은 한 손에는 페트병을, 또 다른 한 손에는 옷을 들고 번갈아 쳐다보며 "내 옷을 투명 페트병으로 만들었다고요·"라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겨울마다 사랑받는 플리스 소재의 옷. 이 옷의 재료 등 의류용 섬유를 만들기 위해 우리나라는 해마다 2.2만 t의 폐페트병을 일본과 대만 등에서 수입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수거된 폐페트병은 색도 각각이고, 이물질이 많아서 재생원료로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환경부는 무색 폐페트병을 깨끗하게 모아서 오는 2022년까지 연 10t을 의류용 섬유 등에 쓰이는 고품질 생산 원료로 재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향후에는 폐페트병의 수입을 제한하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 계획의 첫걸음이 바로 '투명 폐페트병 분리배출 의무화'이다.

"이걸 그동안 다른 나라에서 돈 주고 사 왔다니, 진짜 아깝다……."

평소 재활용품 분리배출을 잘 도와주던 아이의 눈빛이 비장하게 바뀌었다.

아이는 갑자기 생수병에 붙어있는 스티커를 뗀 후 납작하게 만들어 뚜껑을 닫더니 "그냥 버리면 애물단지! 잘 버리면 보물단지!"라며 "앞으로 우리 집 투명 폐페트병 배출은 제가 담당할게요."라고 선언했다.

지금은 모두가 환경을 위해 불편함을 선택해야 할 때다.

그냥 버리면 100년 동안이나 썩지 않는 애물단지 페트병이지만 잘 버리기만 하면 옷뿐만 아니라 시트지, 병 등으로 재활용되는 보물단지라는 걸 생각한다면 투명 폐페트병을 바라보는 눈길, 분리배출하는 손길이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