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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범

청주시 행정지원과 주무관

"경험은 나이 들지 않아요. 경험은 결코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죠."

영화 '인턴'의 유명한 대사이다.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은퇴자 주인공 벤은 30대 CEO가 이끄는 회사에 입사한다. 벤은 컴퓨터 사용도 서툴렀고, SNS 가입도 힘든 정도였지만, 30년이 넘게 출판업계에 몸담았던 백전노장이었다. 나이 어린 동료의 연애상담을 해주고, 자신을 인정해 주지 않는다며 눈물을 보이는 동료에게 따뜻하게 다가가고, 젊은 여성 CEO의 개인 비서 역할까지 많은 역할을 하면서 자신의 텅 빈 시간을 즐겁게 채워나간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사무실 건물이 벤이 40년 넘게 젊음과 열정을 바쳤던 바로 그 장소라는 점이다. 사무실 뒤뜰의 무성한 나무가 심겼던 그날을 벤은 아직까지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벤은 마치 집에 다시 돌아온 것처럼 편안하다고 말한다.

나도 요즘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 9년 전의 나도 현재 비채나움 사무실 어디쯤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그때는 공직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실수도 많았고 '막내 프리미엄'도 얻었던 세월이었다. 그때 바라봤던 창밖의 모습은 현재와 별만 달라진 것은 없지만, 사무실 안쪽은 정말로 많이 바뀌었다. 두 과(課)가 따로 쓰던 사무실은 벽을 허물어서 세 과가 같이 쓰고 있다. 매일 다른 자리에 앉게 돼 옆 짝꿍도 매일매일 바뀐다. 처음 혼란스럽던 감정이 요즘은 매일 새로운 직원들을 만나는 들뜬 감정으로 바뀌고 있다. 영화 속 벤처럼 '집으로 돌아온' 정도는 아니지만 그때 기억이 문득문득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요즘 옆 짝꿍들은 2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까지 다양하다. 이른바 MZ 세대다. 나는 그냥 '엠지 씨'라고 부르고 싶다. 청주시에 근무하는 엠지 씨는 2001명으로 전체의 53.8%나 된다. 그리고 이 중 61.9%(1239명)가 여성이다.

엠지 씨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여성 공무원은 결혼을 앞두고 있거나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고 가정을 돌보며 바쁜 시간을 보낸다. 할 일은 많고 시간은 없고 결국은 주말의 안락한 아침 시간을 쪼개서 출근을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종종 보는데 대견하기도 하고 애처롭기도 하다.

나 때도 이들 같은 시절에 긴장과 초조함으로 매일 야근하며 힘들었다. 하지만 그 과정을 거친 지금은 주위를 돌아보는 여유가 조금은 생긴 것 같다. - 엠지 씨와 얘기를 하다 나도 모르게 "나 때는 말이야"를 외쳐대는 나 자신을 본다. 요즘 '나 때'라는 단어는 금기어라는데 대단한 용기다. - 추억은 아름답다고 그 누군가 말했지만, 그 당시는 정말로 고통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시간을 견디다 보니 나만의 소중한 경험 창고는 쌓여가고 있다.

오늘도 바쁜 엠지 씨에게 시 한 구절을 들려주고 싶다.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 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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