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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구

제천문인협회 부회장

완연한 봄기운이 느껴진다. 입춘이 지났다.

의림지에서 피재골 잿마루를 다 오를 즈음 겨울 속 봄볕을 걷는 한 가족이 보였다. 간혹 스치는 바람은 추위라곤 느낄 수 없고, 오히려 시원하다.

총총히 그들 곁을 지나는 데 봄꽃보다 반갑고 예쁜 애기를 봤다. 아빠 등에 업혀 모든 게 신기한 양 산을 보고 있다. 할머니와 아빠, 엄마, 딸 삼대가 나선 길이다.

진달래꽃빛깔에 토끼 모자를 쓴 애기다. 겨우내 북풍한설 이겨내고 핀 매화꽃 보다 더 아름답다.

어디든지 천진한 아이웃음소리 들리는 곳. 때론 배고파 귀청 떨어질 정도로 옴팡진 울음소리어도 좋다. 그곳은 사람이 살고 정(精)이 오가고 생기 있는 마을이다.

1980년대 만 해도 경제는 수출중가가 화두였다. 그 중 유아수출국에도 단연 손가락 안에 들었던 한국이다.

되돌아보면 서구사람들 시선에 우린 가난했고 미개했다. 혈연을 외면하는 비인도적 이미지는 어쩔 수 없는 자화상이었다.

오늘에선 애기를 낳는다면, 각 지자체에서 지원금을 수 천 만원 준다고 아우성이다.

이제는 1억이란 공약도 나왔다. 십 여 년 전 대통령후보로 나선 허경영 공약이 맞아 섬뜩하기까지 하다. 애기를 낳으면 3천만 원 지급한다고 한 공약사항은 현실화 되었다. 당시만 해도 참으로 허황한 코미디 아니었던가.

어느 소설 속에 지구가 700년 뒤 멸망한다고 하자 의회는 열광적으로 환호한다. 왜· 5분전에는 7년 뒤에 멸망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필자 또한 전자와 같은 의회사람이 아니다 단정하지 못한다. 누비포대기에 아기를 업고 다니던 아낙들이 그리운 시대가 됐다.

최근 제천시가 셋째아 가정에 최대 3천200만원 출산장려금을 지원한 것을 기사를 통해 알았다. 전국에서 최초다. 결혼 후 셋째까지 낳으면 총 5150만원까지 지자체가 지원한다.

절체절명 순간에도 해학(諧謔)으로 양반 체통을 지킨 본향이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 때 나라를 위해 목숨마저도 초개같이 바칠 때엔 조선 팔도에서 가장 빨리 창의(倡義)한 고장이다.

근래 행정속도가 올해 1월 5일 개통한 중앙선(청량리-안동간) KTX-이음처럼 빠르다.

아기에게 사진찍자고 하니 어색했나보다. 아빠 등에서 쳐다보는 눈길은 심기가 편치 않다. 나들이가족을 뒤로하고 다시금 걸었다. 필자가 30년 젊었으면 셋은 5년 안에 낳고 넷째는 생각해 볼 것이다.

절기는 못 속인다고 입춘을 지나니 봄은 발밑이다. 비포장 임도를 걷는 즐거움은 심장소리가 다르다.

흐르는 강물은 썩지 않고 운동하는 육체는 병약하지 않다. 하루빨리 마스크를 벗어내고 전국에서 태어나는 아기 울음소리가 끊이질 않는 새해가 됐으면 한다.

가까운 훗날에는 출산지원금부서가 사라지는 나라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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