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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직한 소처럼' 베트남 각시와 행복 일구다

소는 배신하지 않아…받은 사랑만큼 돌려줘
김재홍 씨의 알콩달콩 소박한 한우사육 이야기
도와주는 베트남 각시 곁에 있어 더 행복
어미 소 지난해 송아지 25마리 낳아 기쁨 두배
서두르지 않고 150~200마리 규모로 키울 터

  • 웹출고시간2021.02.09 21:40:28
  • 최종수정2021.02.09 21:40:28

김재홍·응엔티톰 씨 부부가 축사에서 다정한 모습으로 소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 이종억기자
[충북일보] "소는 배신하지 않아요. 받은 관심과 사랑만큼 주인에게 되돌려 주지요."

보은군 산외면 대원리 산골마을에서 베트남 출신 부인 응엔티톰(한국이름 윤선영·39)씨와 알콩달콩 한우를 사육하며 부농의 꿈을 키우고 있는 김재홍(58)씨는 소와 많이 닮았다.

2021년 소띠 해, 소는 음력으로 따지는 12간지에서 두 번째 동물이다. 선착순으로 12간지가 정해질 때 소는 자신의 걸음걸이가 느리다는 것을 알고 다른 동물보다 먼저 출발한다. 1등으로 결승점에 도착할 무렵, 소의 등에 타고 있던 쥐가 뛰어내리는 바람에 소는 2등으로 밀려난다.

소는 12간지 일화처럼 우직하면서도 근면·성실한 동물로 여겨진다.

팔순을 훌쩍 넘긴 노부모를 모시고 베트남 각시와 함께 김씨가 현재 키우고 있는 한우는 70마리다.

2007년 보은군 주민소득사업 자금을 지원받아 송아지 12마리를 사들인 것이 한우사육의 시작이다. 직접 사료식물을 재배해 곤포사일리지를 만들면서 한우사육 경비를 줄였다. 근면·성실하게 소처럼 일 해온지 올해로 14년째다. 지난해는 송아지 25마리를 얻었다. 사랑과 관심을 쏟은 결과였기에 그만큼 기쁨도 크다.

김씨는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 6시부터 소 70마리에게 먹이를 준다. 아침식사 후 축사를 청소하고, 잠시 쉰 다음 다시 축사에 들른다.

부인 응엔티톰씨는 소 먹이주기와 축사청소를 돕는다. 혼자서 소 키우기는 벅찬 일이다.

김씨는 "일일이 손으로 사료를 주다보면 어깨에 무리가 갈 때가 많다"며 "자동사료급여시스템을 서둘러 도입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고 말한다.

그는 2017년 전국적으로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가장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이곳이 청정지역이어서 다행히 구제역에 감염된 소는 단 한 마리도 발생하지 않았지만 구제역 예방접종에다 차량에 GPS를 장착하고 이동제한 조치까지 받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1년에 두 차례 예방접종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김씨는 한우개량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컨설팅을 받고 좋은 소만 키운다. 가장 오래된 소는 10년 넘은 암컷이다.
요즘 소 값은 상당히 높게 형성돼 있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10개월 미만 송아지 1마리가 330만 원, 황송아지는 마리당 440만 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쇠고기 소비가 늘어난 데다 정부가 소규모 한우사육 농가의 폐업을 유도하면서 소 사육두수가 크게 줄어서란다.

김씨는 "사료 값도 지난해 코로나 때문에 못 올렸다고 올해부터 크게 오를 것이라는 소식이 들린다"며 "3월 23일부터 시작되는 퇴비부속도검사도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퇴비장도 확장해야 하고, 퇴비가 잘 썩도록 뒤섞어 줄 장비도 마련해야하기 때문이다.

김씨 부부는 그래도 산골에서 노부모를 모시고 2남1녀의 아이들과 먹고사는 데는 소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부인은 남편의 한우사육을 도우면서 오래전부터 축사주변 밭 2천여 평에 명이나물과 눈개승마, 고사리 등 산나물을 재배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호랑이밤콩을 심어 짭짤한 수입을 올렸다.

김씨 부부는 결혼한 지 16년이 됐다. 응엔티톰 씨는 보은군다문화센터에 종종 나가 한국어를 배우고 봉사활동에도 적극 참여한다. 결혼 초기 한국어에 서툴러 힘들어 할 때 위로해주며 도움을 준 어르신들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요양보호사자격증도 땄다. 요즘에는 미용사자격 취득을 위해 온라인 수업을 받고 있다.

김씨는 1983년 보은농고(현 충북생명산업고) 원예과를 졸업한 뒤 서울에서 몇 년 간 직장생활을 했다. 그러다 1990년 부모가 살고 있고, 자신이 태어나서 자란 고향으로 돌아왔다.

김씨는 "서두르지 않는 소의 걸음으로 자동사료공급 시스템을 도입하고 한우를 150~200마리까지 늘려 부농의 꿈을 이루겠다"고 다짐한다. 부인도 남편의 꿈을 지지하며 소박하지만 더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응엔티톰 씨는 "가정을 이끌어주는 것은 소다. 베트남에서도 한국만큼 소를 귀하게 생각한다"며 "시부모님과 남편, 아이들 모두 건강이 우선이다.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 부부는 물론 국민 모두가 코로나19로 힘든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우직한 소처럼 묵묵하게 새로운 일상을 걸어가는 한 해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보은 / 이종억기자 eok52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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